"국민 인내심 시험 말라"… 회담 하루만에 강공 나선 巨野

한기호 2024. 4. 3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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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尹, 물음에 답 안해
국민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與 "회담 평가절하 하지말라"
지난 4월29일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2층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공식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공식 회담 하루도 지나지 않아 야권이 윤 대통령을 향한 공세 수위를 한껏 높였다. 총선 참패와 지도부 공백으로 무기력한 국민의힘에선 '불편한' 반응을 넘어 '삼전도의 굴욕'에 빗대는 비판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30일 박성준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어제 영수회담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났다는 의미는 있지만 국민의 기대에는 크게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지난 29일 회담 직후엔 "(양측이) 소통 필요성에 대해선 서로 공감했고 앞으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면서도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해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답답하고 아쉬웠다"는 이 대표의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지도자로서 제1야당 대표의 입을 통해 전해진 국민의 물음에 어떤 답도 제대로 주지 못했다. 국민의 총선 민의에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했다"며 "민생회복과 국정기조 전환에 어떤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국민의 명령인 이태원참사 특별법과 해병대원 특검,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에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도 했다.

이 대표에게 '총선 민의 전달'을 당부했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회담 당일 "윤 대통령은 왜 이 대표를 만난 건가. 사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려고 만났나"라며 "야당 대표가 총선에서 확인된 국민의 물음을 질문지로 만들어갔으나 윤 대통령은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사실상 특별법·특검법 등 쟁점현안 야권 단독처리를 위해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여야를 불러모으시라"고 요구했다.

총 135분에 걸친 회담 발언 비중을 놓고도 야당은 '불통'이라고 각을 세웠다. 대통령 측 배석자인 홍철호 정무수석은 "이 대표 발언량이 A4용지 10장 분량에 15분 정도에 이르렀다"며 "비공개 때는 자연스럽게 윤 대통령 발언이 늘어 대체로 7 대 3 정도"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측은 비공개 회담 때 이 대표의 화두에 윤 대통령이 길게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돼 "85대 15 정도"였다고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의 전언으로 반박했다.

여권에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이도운 홍보수석 등이 윤 대통령의 집권 2년 만 이 대표와의 만남·소통에 의미를 두며 "총선 민심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현 정권발 의료개혁 정책에 민주당과 공감대를 이룬 것에도 전향적인 평가를 했다. 국민의힘도 후속 회담 등 소통을 기대하는 입장이지만, 윤재옥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에서도 부정적인 반응만 보일 게 아니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윤 권한대행은 "직접 서로의 생각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회담 의미가 적지 않다. 특히 의료개혁에 대한 같은 뜻을 확인했다"면서도 "회담을 마치고 민주당에선 '민생회복과 변화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평가를 내놓은 점이 아쉽다"고 했다. 이 대표의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공약에 윤 대통령이 부동의한 배경으론 "고물가·고금리를 심화시키는 부작용, 급증한 국가채무에 13조원을 더 얹어야하는 재정상황"을 들었다.

그러면서 "사슴을 쫓는 사람은 산을 보지 못한다고 한다. 모처럼 성사된 귀중하고 의미있는 자리를, 어느 한쪽 정치적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폄훼하고 평가절하해선 더 나은 다음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A4용지 10장 분량 모두발언으로 면전 비판한 것에, 친윤(親윤석열)계 유상범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선거 대승한 거대야당 대표란 존재감을 보이기 위한 정치적 액션"이라고 꼬집었다.

이른바 '재명 10조' 사건에 김용태 국회의원 당선인(경기 포천가평·초선)은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사실상 국정 포기를 협박한 것 같다"며 "지금 정부는 윤석열 정부란 것을 야당 대표도 좀 인지해달라"고 비판했다. 김영우 전 3선 의원은 이날 SNS로 "대통령 공격을 작심하고 전장에 나온 장수 이 대표는 가슴에서 뽑은 A4용지로 협치를 '난도질'했다"며 "총선이란 전쟁 뒤 떠밀려서 하는 영수회담, 삼전도의 굴욕이 떠오른다"고 개탄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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