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기업개선` 의결… PF사업장 60곳 정리 진통 예상

김경렬 2024. 4. 3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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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회의서 75% 이상 동의
대주주 지분 100대 1 무상감자
PF 60개 중 상당수 매각·청산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앞에 걸린 사기. <연합뉴스>

채권단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중인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을 가결했다.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채권단은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거래재개가 이뤄질 수 있는 자본확충 방안을 이행해 2025년 이후 수주활동에 나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제부터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처리 속도가 관건이다. 회생을 위해서는 추가 자금 확보와 부실 사업장 정리가 시급하다.

◇ PF사업장 60곳 구조조정 속도전…청산 과정서 진통 예상

태영건설 워크아웃 성패는 60곳의 태영건설 PF 사업장 처리 속도가 관건이다. 실사 회계법인은 본PF 40곳을 준공 4곳, 진행 28곳, 시공사 교체 7곳, 청산 1곳 등으로 분류했다. 브리지론PF 20곳은 사업진행 1곳, 시공사 교체 10곳, 사업청산 9곳 등으로 나눴다.

본PF와 브리지론PF을 합쳐 청산이 필요한 사업장은 10곳, 시공사 교체 대상은 17곳으로 집계했다. 전체 60곳 중 27곳이 사업을 철수해야한다는 것이다.

다만 채권단과 태영건설 측의 사업성에 대한 시각차는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은 실사 결과 청산 대상으로 분류된 사업장도 시공사 교체 등으로 사업을 이어나가야한다는 입장이다.

경북 구미 주택 사업장은 의견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태영건설은 분양사고가 난 사업장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넘기고, HUG가 제3자에 통매각하기 전 다시 토지를 되사겠다는 의사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단이 청산을 결정한 구미 꽃동산 개발사업(구미 그랑포레 데시앙)에서 사업 재개에 대한 입장도 엇갈린다.

태영건설 최대 PF 사업장인 마곡CP4는 공사 재추진 과정에서 대출 3700억원에 대한 약정 체결이 불발되기도 했다. 마곡CP4 개발을 위해 설립한 시행사 마곡CP4 PFV에서 가장 큰 지분(45%)을 가진 IRDV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공사가 지연됐다"면서 "이로 인한 손실금 180억원을 전액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태영건설은 "자사를 포함한 시행사 4곳이 부담을 지분비율에 따라 나눠야 한다"고 맞서 양측의 의견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 에코비트 등 계열사 매각 '주목' = 태영건설의 계열사 매각도 주목된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개시 이전부터 의료·산업·생활폐기물 처리 분야 업계 선두를 다투는 에코비트 매각을 추진해왔다. 에코비트 몸값은 3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태영건설은 최근 매수 희망자를 찾아 투자설명서를 발송했다. 입찰은 내달로 매각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에코비트 매각대금이 들어오면 태영건설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태영그룹의 관광·레저 계열사 블루원이 보유한 경주 소재 골프장 루나엑스CC 매각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은 지난 24일 강동그룹에 블루원 소유의 또 다른 골프장 디아너스CC, 인근 콘도, 워터파크 등을 3000억원 중반대에 매각했다. 원래 루나엑스CC를 함께 매각하려고 했지만 불발되면서 별도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다. 루나엑스CC 매각가는 1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 태영건설 자구노력 지속…산업은행 "시장 도움 절실"= 윤세영 태영건설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태영건설은 자구책으로 임원을 22명 감원하는 비용 절감 방안도 내놨다.

임금도 삭감했다. 사장 이상 35%를 비롯해 부사장 30%, 전무 20%, 상무 15%, 상무보 10% 급여가 줄어들고 직원 급여는 2026년까지 동결된다. 현장 감소 등에 따른 유휴인력 93명에 대해서 직무대기를 실시한다. 이런 자구책으로 판관비는 작년 1264억원에서 올해 969억원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 관계자는 "기업개선계획이 마련됨에 따라 모든 이해관계자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됐다"면서 "워크아웃이 기업개선계획에 따라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PF대주단을 포함한 모든 금융채권자, 시행사, 공동시공사, 태영그룹 등 제반 이해관계자의 전폭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지스자산운용은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기로 한 오피스 사업장에 묶인 선순위 브릿지론 채권 600억원어치를 인수하기로 했다. 캠코 펀드에서 200억원을 투입하고 외부 자금 400억원을 구해 채권 인수 자금을 조달한다는 입장이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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