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죽음 부르는 다코쓰보 증후군
셜록 홈즈가 활약하는 소설 '바스커빌의 개'는 바스커빌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음침한 전설을 배경으로 한다. 200년 전에 한 사람이 농부의 딸을 납치했다가 마치 지옥에서 온 것 같은 거대한 검은 사냥개에게 물려 죽었다는 전설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소설은 거대한 개에게 밤에 빛을 내는 인을 발라서 마치 지옥에서 온 개처럼 공포스런 분위기를 연출해서 죽음을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개의 정체를 알고 있던 셜록조차도 공포에 질릴 정도였다. 전설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이용한 범죄를 해결해 나가는 소설이다.
자율신경계는 심장 박동이나 호흡, 장운동과 같은 장기의 활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이뤄져 있다. 교감신경은 긴장했을 때 활성화되면서 심장 박동을 증가시키고 혈압을 높인다. 반면 부교감신경은 명상을 할 때처럼 이완된 상태에서 활성화되며 교감신경과 반대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엄청난 양의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교감신경이 극단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그러면 심장은 무리해서 많은 일을 하여 더 많은 혈액공급을 원하지만 막상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은 좁아지면서 심장 세포들이 손상을 입게 된다.
따라서 급성기에는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심부전이나 심각한 부정맥이 오기도 하며 사망까지도 가능하다. 다행히 급성기를 넘기면 대개는 4주 이내에 회복되며 좌심실 손상이 있어도 2달 정도면 회복된다. 이를 다코쓰보 증후군 혹은 상심 증후군이라고 한다.
다코쓰보는 일본에서 문어를 잡을 때 사용하는 항아리다. 목은 좁고 바닥은 넓은 모양을 하고 있다. 심장이 손상되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게 되는데, 그 모양이 마치 다코쓰보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미국의 세다스-시나이 메디컬 센터에서 2006년부터 2017년까지의 전국 입원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다코쓰보 증후군 환자 13만5000명 중에서 88%가 여성이었다. 특히 50세 이후의 여성에게 흔하다.
증상은 관상동맥이 막히는 심근경색과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하면 심근경색과는 달리 좌심실의 기능이 특징적으로 떨어져 있다. 비록 소설이지만 '바스커빌의 개'에서처럼 극단적인 공포와 두려움으로 인해 사망한 것도 다코쓰보 증후군에 해당된다.
반대로 부교감신경이 극단적으로 활성화되어도 곤란하다.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의사였던 버나드 라운 박사의 저서에 소개된 사례가 있다. 사형수에게 의사가 교수형 대신 출혈을 유도하는 방식이 고통이 없다고 설득했다. 그리고 사형수에게 눈가리개를 하고 침대에 묶은 다음 사형수 모르게 침대의 네 기둥에 물병을 달고 바닥에 놓인 통에 물이 떨어지게 했다.
이어 사형수의 팔다리를 긁어 그가 스스로 피를 흘리고 있다고 믿게 한 다음 물이 바닥에 떨어지게 했다. 처음에는 빠르게 하다가 서서히 속도를 늦추면서 낮은 목소리로 장송곡을 읊었다. 죄수는 점점 약해지면서 단 한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즉, 위기 상황에서 모든 것을 체념하고 포기했을 때 과도하게 부교감신경이 증가하면서 혈압과 맥박이 떨어지게 되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사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분노하거나 흥분하는 것과 반대로 모든 것을 체념하고 포기하는 것 모두 위험하다.
스트레스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따라서 평소에 가끔씩 차분하고 편안한 자세를 취하는 습관을 갖는 것도 좋다. 여러가지 행동을 시도해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독서, 산책, 음악 감상과 같이 다양한 방법 중에서 자기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 국립보건원이 추천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균형 잡힌 식사하기, 충분한 수면 취하기, 적당한 운동 하기, 카페인·알코올·니코틴 피하기, 일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 보내기, 직접 손으로 무언가 만들어보기, 악기 연주하는 법 배우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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