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성명서엔 “환자에 죄송” 한마디 없었다 [의대 정원 갈등]
“의료진 피로누적 더는 감당 안돼
직원에 진료축소 죄송” 내용 담겨
환자들 “불안한 건 우리인데…”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38명 휴진
“일정 바꾼 ‘조용한 휴진’ 더 많아”
‘강경파’ 의협회장 5월 1일 임기 시작
전공의 이탈이 극심한 ‘빅5’ 병원 중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일부 교수들이 30일 하루 휴진을 했지만, 우려됐던 ‘진료 대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다만 진료가 연기되며 환자들은 불편을 호소했고, 그마저도 언제 멈출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복도 곳곳에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명의의 성명서가 붙었다. “직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로 시작하는 성명서엔 “비상 진료 상황이 길어지면서 의료진의 누적된 피로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 부득이하게 앞으로의 진료는 더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적혀있었다.
의료 정상화 언제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며 서울 주요 대형병원 교수들이 외래 진료 및 수술을 중단한 4월 30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내원객이 소파에 누워 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부는 이날 하루 외래 진료를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7명의 교수들이 휴진한 것으로 알려진 소아청소년과는 이날 모든 환자의 예약을 취소했고, 대기 환자 전광판은 종일 꺼져 있었다. 대기실도 텅 비어 있었다. 나머지 과의 경우 듬성듬성 빈 진료실이 보였지만, 진료 자체가 중단되진 않았다. 분당서울대병원은 13개 진료과 교수 38명이 휴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들은 길어진 대기 시간에 불쾌감을 토로했다. 이 병원 이비인후과에서 만난 이모(61)씨는 “예약 날짜가 자꾸 변경되고, 날짜 맞춰 오더라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화가 난다”고 푸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휴진 인원을 파악 중이지만, 일부 과에서만 휴진 중”이라며 “휴진 교수의 환자들에게는 병원에서 개별적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예약 변경에 환자들의 불편 접수가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휴진에 동참한 교수들은 ‘4월30일 하루 휴진합니다’, ‘의대정원 확대 원점 재논의’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원내를 돌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병원 측은 휴진신청서를 통해서 휴진 여부를 파악하는데, (교수 스스로) 환자에게 전화를 돌려 일정을 조절하면 병원이 집계하는 휴진은 아닌 셈”이라며 “조용히 동참하는 사람들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도 이날 자신의 진료실에 휴진 안내와 호소문을 걸어놓고 집단행동에 참여했다. 비대위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에서 “전공의들이 사직하게 된 이유, 대학교수들까지 함께하게 된 이유에 관심을 가져 달라”며 “국민의 목소리로 정부를 움직여 달라”고 호소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검사 출신 대통령과 변호사 출신 거대야당 대표 등 권력을 손에 쥔 법조인들이 가질 수 있는 마인드”라며 “의료농단이 의료절단을 거쳐 의료붕괴로 이어지는 2024년”이라고 주장했다. 의사 커뮤니티에선 “대통령도 야당 대표도 방탄용 회담을 한 것이라서 애초 기대도 없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다만 이미 출범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폐지와 함께 의협이 원하는 테이블에서 의협, 의학회,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들과 정부간 대화를 하자는 입장이라 실질적 협상까지는 진통이 이어질 수 있다. 의협 회장직 비대위는 이날 “이제는 정부의 태도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더 이상의 피해를 양산시키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예림·김나현·윤솔·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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