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 풀어야 K-반도체가 산다

장우진 2024. 4. 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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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日 등에 수출통제 동참요구
HBM도 통제대상 가능성 높아
팹리스·소부장 육성지원 절실
해외고객 확보·대만 협력 강조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의 '미국의 반도체 전략과 중국의 대응' 발표 자료 발췌.

미국의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장기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미국·중국·대만 등 주요 경쟁국을 뛰어넘는 국가 차원의 지원·투자와 함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또 글로벌 빅테크·팹리스(설계) 기업과의 협업뿐 아니라 대만을 포함한 국가간 협업 기회도 모색해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의 입지를 공고히 다져가야 한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美 수출통제 동참에 HBM 포함될 수도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니어재단 주최로 열린 '세계 반도체 전쟁, 한국은 승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니어경제산업 포럼에서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미국은 반도체 투자 유치를 통해 자체적인 제조 여력을 향상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각종 수출통제 조치를 전개해 왔지만 한계가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전역에 대한 광역 수출통제 조치를 도입하고 중국의 반응에 따라 업그레이드 해나가는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일방적 수출통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일본과 네덜란드를 수출통제에 동참시켰고, 다른 국가에도 수출통제 동참을 요구하면서 수출통제 개편을 주도하고 있다"면서도 "우리에게도 반도체 수출통제 동참을 요구하면서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으로 부상하는 HBM과 같은 품목도 통제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수출통제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이를 우회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통해 수출통제 참여국에 경고하고 단기간에 자립자강을 이루기 위해 기술 탈취와 같은 수단도 불사할 것"이라도 경고했다.

◇세제혜택 아닌 직접 보조금 필요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의 자국 반도체 우선 정책이 한층 더 노골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역시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먼저 김 연구위원은 "흔히 반도체는 장비·설비 산업이라고 한다"며 "투자금의 10~50%를 지원하는 미국과 극히 제한적 지원이 제공되는 한국 중 어느 나라에 더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일지 정부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연구센터장도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 취약점이 많다"며 "제조공정(소자대기업) 역량은 우수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기반 기술(소부장·설계) 경쟁력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반도체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반도체 제조기업의 고부가가치 제품 발굴·개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생산능력 향상이 필요하다"며 "취약 분야인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소부장 기업 육성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창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기술 투자 확대를 위한 세제 혜택 강화에 그쳐서는 안되고, 직접보조금 투자로 확대해야 한다"며 "주요 선진국의 경우 이미 반도체 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인식해 직접 보조금 지급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기업·국가간 협업 기회 찾아야

전문가들은 또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가 간 협업 기회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은교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보유한 대만과의 협업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은 미국, 일본, 독일 등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가속화하고 우리와도 기술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며 "중국의 반도체 기술자립, 희토류의 전략자산화, 대만의 초격차 전략 등은 우리에게 상당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만의 글로벌 협력 강화 전략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글로벌 고객 확보가 파운드리 사업 성공의 핵심이라며, "엔비디아, 퀄컴, 애플, 브로드컴, 메타, MS 등 자사 칩을 개발하는 글로벌 빅테크·팹리스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5G, AI, 자율주행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시스템 반도체 역량 강화 방안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이미지 센서 등 응용처별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하고, 팹리스 기업 인수 또는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야 한다"며 "시스템 반도체 분야 스타트업 육성도 중요하다.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더 GPU스러운 신경망처리장치(NPU) 칩 설계 시장은 현재 춘추전국시대인 만큼 국내 스타트업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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