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자녀 꽂는 '선관위판 아빠 찬스'…아들은 '세자'? [스프]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4. 4. 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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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아버지가 자녀를 같은 직장에 다닐 수 있게 부당하게 꽂아주는 일이 가능할까요? 고용 세습에 가까운 자녀 특혜 채용이 선관위 내부에서 한두 건도 아니고 만연했다고 합니다. 

선관위가 그동안 외부 감시나 통제의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인지 ▲ 선관위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 특혜 채용의 수법이 노골적이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특혜채용 의혹을 받는 자녀들은 지방직 공무원에서 선관위 경력직으로 이동하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도덕적 불감증이 이 정도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아들은 '세자'?

감사원이 확인한 선관위 채용 비리를 사례별로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중앙선관위 사무처장과 사무총장을 지낸 A씨 아들이 지난 2020년 인천선관위에 8급 경력직으로 채용됐습니다.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은 차관급, 사무총장은 장관급에 해당합니다.

당시 A씨 아들은 인천의 지방 공무원이었고, 지방 공무원을 국가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경력경쟁채용(경채) 전형을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채용 과정을 보면 군데군데 아버지인 A씨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납니다.

A씨가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으로 있던 2019년 9월, 중앙선관위는 '경채' 수요 조사에서 인천 선관위에 대해 신규 채용 인원 1명을 배정했습니다.

당시 인천 선관위는 6급 이하 인원이 '정원 초과'라면서 추가로 채용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중앙 선관위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더 뽑으라고 한 겁니다. A씨 아들이 원서를 내자 선발 인원은 2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면접 때는 3명의 면접위원을 모두 A씨와 친분이 있는 내부 직원으로 구성했습니다. 이 가운데 2명이 A씨 아들에 만점을 줬고, A씨 아들은 2명 선발 중 2순위로 결국 합격했습니다.

선발 인원 산정부터 채용 방식, 서류 전형 우대 요건과 시험 위원 구성 등 모든 과정에서 A씨의 아들에 유리한 방식이 적용됐습니다.

감사원은 선관위 직원들이 내부 메신저에서 A씨 아들을 '세자'로 칭하거나 A씨의 '과도한 자식 사랑'을 언급했다는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점수 매기지 않고 합격자 임의 결정

A씨 후임 사무총장 B씨의 딸은 광주의 한 구청에서 근무하다 2022년 3월 전남 선관위에 채용됐습니다. 

이때 전남 선관위에서는 경채 면접위원들의 평정표 작성조차 없었습니다.

당시 내부 위원인 전남 선관위의 4급 과장 2명은 외부 위원들에게 순위만 정해주고 평정표 점수는 비워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나중에 인사 담당자들이 B씨의 딸을 포함해 미리 내정된 합격자 6명의 점수를 높게 기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당시 중앙 선관위 사무차장이던 B씨는 전남 선관위의 경채 실시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고, 딸은 채용 공고 전부터 '선관위로 가게 되었다'는 말을 구청 동료들에게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혜 채용 관련자들이 수사에 대비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있습니다. 지난해 전남 선관위 특별감사에서 수사 의뢰된 내부 위원이 인사 담당자에게 채용 관련 파일 변조를 종용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중앙 선관위 사무차장을 지낸 C씨도 2018년 딸을 충북 선관위로 옮기게 하는 과정에서, 인사담당자 등에게 채용을 청탁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중간 간부들도 자녀 특혜 채용 연루

중앙선관위 고위직만 '아빠 찬스'를 쓴 게 아니었습니다. 

경남 선관위는 2021년 7월 '경채'에서 당시 경남 선관위 과장으로 근무하던 D씨의 청탁으로 D씨의 자녀를 미리 합격자로 내정하고 채용했습니다. 

충북 선관위는 2019년 11월 전 청주시 상당구 선관위 국장 E씨의 자녀가 경채에 응시하자 자녀의 전출에 동의하도록 자녀 소속 지자체장에게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경북 선관위는 2021년 7월 경채에서 소속 간부 자녀가 응시한 사실을 알게 되자, 응시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데도 합격 처리했습니다.

이들 채용 비리에 연루된 선관위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는 여전히 재직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원은 채용 비리와 관련한 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 이들에 대한 임용 취소나 징계를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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