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부담" "보장성 우선"… 도돌이표 연금개혁
국회 연금특위서도 이견 팽팽
與, 숙의 과정 석연찮다 지적
재정건전성도 문제라며 반대
野 "결론 존중, 21대서 처리"
국가 연금지급 보장 강조도
여야가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가 도출한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을 놓고 다시 첨예하게 대치했다. 국민의힘은 소득보장안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고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우려했다. 또 모수개혁뿐만 아니라 구조개혁까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공론화위에서 논의해 도출한 이른바 '소득보장안'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30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공론화위와 보건복지부로부터 각각 보고를 받았다. 앞서 공론화위는 500명의 시민대표단을 대상으로 공론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시민대표단의 56%가 소득보장을 강조한 1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을 선택했다. 재정안정에 방점을 둔 2안(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0%)은 42.6%가 지지했다.
복지부는 이날 두 가지 방안에 대한 재정추계 결과를 보고했다. 1안의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은 2061년으로 현행보다 6년 연장된다.
하지만 기금 소진 이후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43.2%에 이른다. 2안의 경우 연금기금 소진 시점은 2062년이고, 소진 후 미래 세대가 부담할 보험료율은 35.1%다.
여당은 1안이 미래 세대에게 과중한 부담을 안길뿐더러 공론화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태어난 사람들은 40년 뒤 40세가 되면 본인 소득의 43%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특히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표결 직전에 공론화위가 시민대표단에게 배포한 '자료집'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유 의원은 이날 "세대 간 보험료율 비교, 수지균형보험료율 등이 1차 숙의자료집에는 포함돼 있었는데 3일 뒤에는 빠졌다"고 말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자료집 초안에는 세대별 평균 보험료율 비교 자료가 담겼다. 자료집 초안에서 2015년생은 1안으로 22.2%, 2안의 경우 18.8%의 보험료율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봤다. 2035년생의 경우 보험료율은 1안 36.1%, 2안 29.3%로 예상된다.
하지만 자료집이 수정되며 해당 지표가 삭제됐다. 또 국민연금 누적 적자 수치는 자료집 초안과 최종안에서 모두 빠졌다. 이에 대해 김상균 공론화위원장은 "양측이 합의가 안 된 자료가 들어 있었기 때문에 자료집 인쇄를 두 번 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1안을 강행할 경우 누적적자 규모가 급증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현행 국민연금으로 2093년까지 예상되는 누적 적자는 2경1656조원이다. 1안을 시행할 경우 누적 적자 규모는 2093년 2경2660조원까지 늘어나는 반면 2안의 경우 같은 기간 1경7058조원으로 현행보다 4598조원 줄어든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도 "중간 절충안을 내야 하는데 느닷없이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0% 안이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공론화위에서 도출한 결론을 존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가급적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했으니 판단과 결정은 국회가 하라는 것"이라며 "개혁 의지와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도 "앞으로 사회적 갈등이 있는 사안에 대해 숙의 절차를 거칠 때 자신들의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연금이 고갈될 때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는 사전적 논의가 필요하고, 국가재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는 별개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무 부처인 복지부는 공론화위가 도출한 2개 개혁안에 대한 개별 의견은 공식적으로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연금개혁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시민대표단 최종 설문 결과 소득보장을 강화하는 1안이 선택된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복지부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재정추계 보고에서 1안인 소득보장안에 대해 "현재보다 재정을 더 악화시켜 재정 안정을 위한 연금개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미래 세대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평가했다. 2안인 재정안정안에 대해서는 "현재의 저부담·고급여 구조를 개선하는 것으로 재정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여야는 연금개혁안 절충을 위해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유 의원은 "여론조사를 통해 연금개혁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1안과 2안에서 나온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두고 각 당에서 용인할 수 있는 선을 기준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정부·여당의 기류를 볼 때 연금개혁 방안 확정은 차기 국회가 구성된 이후로 순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신유경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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