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계부채 정책, 인식전환 필요하다

2024. 4. 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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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국제연합 해비탯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00년 총GDP(국내총생산)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13%였다.

하지만 이후 많은 가계가 빚내서 집을 사려 하자 2002년에 LTV(담보인정비율) 규제를 도입했다.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기업과 금융기관 파산 부담을 가계의 희생으로 해소하고, 정책적으로 금융기관의 위험관리에 집중했었다.

결국 20년 넘는 기간 동안 정부는 감독정책을 통해 가계빚을 관리해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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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국제연합 해비탯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00년 총GDP(국내총생산)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13%였다. 하지만 이후 많은 가계가 빚내서 집을 사려 하자 2002년에 LTV(담보인정비율) 규제를 도입했다. 2006년 이 비율이 30% 중반에 이르면서 정부는 시장 과열을 우려해 DTI(총부채상환비율) 제도를 추가로 도입했다.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기업과 금융기관 파산 부담을 가계의 희생으로 해소하고, 정책적으로 금융기관의 위험관리에 집중했었다.

결국 20년 넘는 기간 동안 정부는 감독정책을 통해 가계빚을 관리해 온 셈이다. 그러나 그 내막을 자세히 살펴보면 금융기관의 자산관리에만 초점을 맞춰 안타깝다.

금융기관에 가계부채란 가계로부터 받아야 할 돈, 즉 채권이다. 금융기관이 보유한 자산의 건전성 강화보다는 가계가 보유한 부채의 건전성 강화로 관심의 초점이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금융 또는 금융기관의 기본을 생각해 보자. 돈의 흐름이라는 의미를 담은 금융에서 금융기관은 돈이 필요한 사람과 충분한 사람들을 연결한다.

여기 두 유형의 주택담보대출 신청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신혼집을 구입하려는 신혼부부와 임대할 주택을 구입하려는 자산가이다. 여기서 은행은 기존 대출(총량 규제)정책으로 한 명의 고객에게만 자금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경우 초과 수요에 직면한 은행은 당연히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 적용을 줄일 것이다. 최근 시장 대출금리 추세와 은행의 영업실적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은행은 자산가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신규 수요자를 맞이하는 비은행도 당연히 이자율을 높일 것이다. 그리고 마침 기준금리도 오르던 상황에서 두 기관과 정책당국은 서로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한다.

이 사례를 보면 가계가 보유한 부채의 건전성 정책에 대해 정책당국이 고민할 지점이 생긴다. 신혼부부가 주택 구입이 어렵다면 이들은 어쨌든 주택을 임차해야 한다. 이들의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가산금리를 낮추며 우대금리 적용을 확대한다면 주택 구입 능력과 더불어 부채의 상환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일부 높은 금리를 부담할 유인이 있는 사람에게 자금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흔히 이야기하듯 고도의 위험관리가 가능한 선진화된 금융기관은 위험이 낮고 상환능력이 높은 신혼부부에게 이자를 줄여 대출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집을 사라고 무리한 빚을 독려하지는 말아야 한다. 하지만 전 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자가 보유를 촉진하는 분위기도 고려해야 한다. 자금이 필요하고 상환 의지가 강한 소비자에게 시장 접근성 향상과 대출 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부채의 건전성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이는 최근 국가적 화두인 저출산에 대한 긍정적 효과와 가계의 경제활동 활성화를 유도할 수도 있다.

현재 금융 환경에서는 일부의 우려대로 가계부채 위기가 현실화되어 수많은 가계가 파산하더라도 금융기관만은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과거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가계가 경제 부담을 짊어진 경험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가계가 먼저 파산하게 되는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유승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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