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GDP ‘깜짝’ 성장이라면서 산업활동 지표는 부진, 왜?

세종=박소정 기자 2024. 4. 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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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산업활동 全산업 생산 0.7% 증가
한은 발표 GDP 1.3% 성장과 ‘괴리’ 논란
제조업·소비, 한은 ‘+’인데 통계청은 ‘-’?
“1Q GDP 잠정치 추후 하향 조정” 시각도

‘깜짝’ 성장을 기록했던 우리나라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적과 사뭇 다른 분위기의 산업활동동향 성적이 발표돼 논란이 일고 있다. 3월 전(全)산업 생산은 4년1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고, 이를 포함한 1분기 전산업 생산은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1분기 GDP 성장률이 1.3%를 기록한 것에 절반에 불과한 성적이다.

정부는 한국은행(GDP)과 통계청(산업활동동향)의 표본·집계 영역 등 산정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차이를 감안하고 보면, GDP에서 보여주는 우리 경기의 회복 흐름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은의 1분기 GDP 속보치가 과대 평가돼 향후 잠정치가 하향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도 보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 한은 GDP ‘1.3%’ VS 통계청 全산업생산 ‘0.7%’

기획재정부·통계청은 30일 ‘2024년 3월 및 1분기 산업활동동향’을 통해 올해 1분기 전산업 생산이 0.7% 증가했다고 밝혔다. 월별로 전월 대비 전산업 생산 증가율은 ▲1월 0.3% ▲2월 1.1% ▲3월 -2.1%였다. 전월 대비 2.1% 낙폭은 4년1개월 만에 최대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1·2월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로, 3월에 일시적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별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1분기 전산업 생산이 전기 대비 0.7% 증가에 불과했다는 성적은 한은이 최근 발표한 GDP 성적과 온도 차가 있다. 한은은 지난 25일 우리나라 실질 GDP(속보치)가 전기 대비 1.3%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GDP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전산업 생산 지표는 여기에서 반토막난 증가율을 보이는 것이다. 오히려 당초 GDP 시장 예상치였던 0.6% 증가율과 유사한 편이었다.

GDP와 산업활동동향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 세부 항목은 ‘제조업’과 ‘소비’다. 앞서 한은은 제조업에서 GDP가 전기 대비 1.2% 증가했다고 밝혔고, 통계청은 제조업 생산이 0.4% 줄었다고(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0.5%) 발표했다. 또 GDP의 민간소비는 0.8% 증가해 의외로 소비가 성장률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왔었는데, 산업활동동향의 소매판매는 되레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지표 모두 ‘플러스’(+)·'마이너스’(-) 부호 자체가 다른 것이다.

이번 산업활동동향에서 경기의 부진함이 암시된 지표는 또 있었다. 경기 국면을 보여주는 제조업 재고·출하 순환도를 보면, 지난해 4분기 2021년 이후 처음으로 ‘회복/상승’ 지점으로 이동했던 도표는 올해 1분기 다시 ‘둔화/하강’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재부는 1분기 GDP 발표 당시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본격화했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지만, 순환도 상에선 다시 ‘경기 위축’ 국면으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경기 국면을 보여주는 제조업 재고·출하 순환도의 모습. 실선이 경기 '위축' 쪽으로 방향타를 트는 양상이 관찰된다. /통계청 제공

◇ 정부 “집계 방식 차이”… “GDP 잠정치 하향 조정” 시각도

기재부는 이에 대해 집계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뿐, 두 지표가 보여주는 ‘경제 회복 흐름’은 동일하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이날 ‘산업활동동향 평가’ 보도자료를 통해 “1분기 전산업 생산이 다섯분기 연속 증가하면서, 1분기 GDP를 통해 확인된 양호한 경기 회복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광공업(제조업)의 경우, 월별 변동성 영향으로 3월 조정된 모습”이라고 했다.

제조업 성적 차이와 관련해서 이승한 기재부 종합정책과장은 “제조업 GDP(+)와 산업활동동향 광공업(-)은 부호 자체가 다르게 나타났는데, 2008년 이후 총 65개 분기 통계를 보면 4분의1 확률로 부호가 달랐다”며 “GDP는 모든 업종을 전수조사하지만, 산업활동동향은 표본조사에 기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과장은 또 “기업들의 부가가치를 계산하는 방식이 두 지표가 다른데,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부가가치율이 높은 기업들에서 선전하게 되면, 산업활동동향에선 생산이 과소 포착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때그때 분기의 특성과 산업적인 측면에서 포트폴리오의 차이에 따라서 그런 가변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3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소비 분야의 차이에 대해서 이 과장은 “산업활동동향에서 집계하는 소매판매에선 ‘서비스’에 대한 소비를 포착하지 못한다”며 “또 GDP와 달리 해외에 나가서 한 소비도 산업활동동향에선 잡지 않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출 흐름과 주요 대기업의 호실적, 방한 관광객과 카드 매출액 추이 등은 향후 경기 개선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1분기 지표를 둔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한은의 1분기 GDP 속보치가 실제보다 다소 높게 집계된 것이 아니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권효성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3월 산업활동 자료들을 보면, 오는 6월 1분기 GDP 성장률 잠정치를 발표할 때 다소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분기 GDP 성장률의 추이와 오는 2일 발표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전망 수정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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