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생태계 고려하는 건강한 건축 [오철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4. 4. 3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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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함께 사는 인체 미생물 군집의 균형이 우리 건강에 중요하다는 점은 이제 상식처럼 얘기된다.

캐나다 고등연구재단과 독일 킬대, 미국 오리건대를 중심으로 미생물학, 건축공학, 의료보건학, 인류학 분야의 연구자 30여명이 공저자로 참여했다.

그렇더라도 병원, 학교, 사무실, 주택 같은 건축 환경의 미생물 군집을 다뤄온 그간의 연구들은 이들의 제안이 그저 이상적인 것은 아님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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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도시 건물들은 자연환경의 미생물 접촉을 막는 차단과 항균 건축의 경향을 띠고 있으며, 이런 특징이 실내 미생물 생태계의 다양성을 깨어 거주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축 환경의 미생물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외부와 실내가 적절히 통하고 순환하는 ‘다공성’ 건축을 대안의 해법으로 제안한다. 독일 킬대학교 킬생명과학센터(KLS) 제공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우리와 함께 사는 인체 미생물 군집의 균형이 우리 건강에 중요하다는 점은 이제 상식처럼 얘기된다. 20여년의 인체 미생물학 연구 덕분이다. 장내미생물은 소화와 대사를 돕는다. 장내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면 장염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고 비만에도 영향을 준다. 요즘엔 유익한 장내미생물을 북돋우는 프로바이오틱 건강식품이 많아졌다. 장내미생물뿐 아니라 피부나 입속처럼 우리 몸 곳곳에 사는 인체 미생물에 관한 연구들이 흥미로운 뉴스로 종종 전해진다.

인체 미생물을 항균의 표적이 아니라 공생자로 보는 인식 전환은 건축 분야로도 이어지는 듯하다. 최근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PNAS)에는 건축 설계에 미생물 생태계를 고려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는 논문이 실렸다. 캐나다 고등연구재단과 독일 킬대, 미국 오리건대를 중심으로 미생물학, 건축공학, 의료보건학, 인류학 분야의 연구자 30여명이 공저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먼저 현대 도시 건물에 뚜렷이 나타나는 차단과 항균의 건축 철학을 우려한다. 불투수성 재료, 필터, 틈막이, 붙박이 창문처럼 외부 환경을 차단하는 건축물은 우리 안전을 지켜주고 편익을 주지만 문제점도 뒤따른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미생물의 관점에서 보면 세상은 다르게 파악된다. 차단된 실내 환경에서 미생물 증식 조건은 달라지고 생태계 다양성이 깨질 수 있으며, 해로운 미생물이 증식할 새로운 조건이 생길 기회가 늘어난다.

공저자들은 ‘건강한 다공성’을 대안의 건축 철학으로 제안한다. 이들에게, 건물은 ‘제2의 피부’이며 그곳에 거주하는 인간 유기체의 일부로 이해된다. 우리 피부에 사는 미생물 군집은 생태계 균형을 유지할 때 유해균을 물리쳐 피부를 보호하고 우리 면역계에도 도움을 준다. 제2의 피부와 같은 건물도 마찬가지다. 건물에서 면역은 단지 병원체를 차폐하는 게 아니라 실내 미생물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실내 미생물 생태계에 다양성을 높여준다면, 인체 미생물의 다양성도 높이고 해로운 미생물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인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환경에 어느 정도 노출되고 순환하는 다공성 건축을 위해, 저자들은 실내 공간, 이동 통로, 에어컨과 환기, 채광 같은 건축 설계, 그리고 흙, 목재, 식물처럼 미생물 다양성을 위한 인테리어 구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전통 가옥은 대안의 건축으로 다시 주목받는다. 저자들은 일본 전통 가옥의 미닫이문이 미생물학의 관점에서 다양한 미생물의 흐름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말한다. 우리 전통 한옥도 미생물학의 관점에서 그 가치를 다시 평가해볼 만하지 않을까?

건강에 이로운 실내 미생물 군집은 어떻게 구성할지, 그것을 건축 설계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남은 과제이다. 그렇더라도 병원, 학교, 사무실, 주택 같은 건축 환경의 미생물 군집을 다뤄온 그간의 연구들은 이들의 제안이 그저 이상적인 것은 아님을 말해준다. 앞으로 건축과 미생물학의 협업이 건물 설계에 실제로 어떤 대안의 아이디어를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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