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태도점수’가 회사에 게시된다면?···현대重, 이주노동자 차별 논란
HD현대중공업이 이주노동자 개개인의 ‘태도’와 ‘기량’ 등을 게임 캐릭터처럼 점수화해 공개된 장소에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주노동자들에게 면박과 모욕을 주는 심각한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현대중공업은 울산조선소 대조립1부 현장사무실 앞에 ‘외국인 기량 게시판’을 설치했다가 문제가 제기되자 이내 철거했다.
게시판에는 용접·취부 등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실명과 사진, 출생년도가 카드처럼 부착돼 있다. 사진 옆으로는 마름모꼴로 된 그래프가 있다. 여러 항목의 점수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레이더 도표’로, 게임 캐릭터 등의 능력치를 파악할 때 자주 쓰인다.
해당 마름모 도표의 각 꼭지점은 ‘기량’ ‘태도’ ‘언어’ ‘안전’이다. 이주노동자 개개인이 4개 영역에서 얼만큼의 평가를 받았는지가 드러난 것이다.
노조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라며 반발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날 소식지를 통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설치했는지 묻고 싶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사안을 문의해보니 ‘외국인만 특정해 기량을 표시한 내용을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한 건 이주노동자 차별이자 직장 내 차별’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노조는 이어 “현대중공업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창피를 주고 인격을 모독할 수 있음을 직시하고 게시판을 즉시 철거하고, 이주노동자들에게 성의있게 사과하라”고 했다.
정부는 조선업 인력난 대책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조선업 신규 충원 이주노동자는 1만2359명으로 해당 기간 충원 인력의 86%에 해당한다.
하지만 정부가 이들의 노동권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이주노동자들은 임금체불, 저임금 이중계약, 인권침해 등에 시달린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는 지난해 7월 인력회사가 위탁운영하는 ‘외국인지원센터’가 이주노동자들의 여권을 압수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근무 기량에 맞는 직종에 배치함으로써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마련된 것이었으나, 문제점을 인지하고 즉시 철거했다”고 했다.
▼ 더 알아보려면
‘일손이 필요하다’며 조선소 이주노동자들을 불렀는데, 정작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경향신문은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1년을 맞아 조선소 이주노동자들(E-7)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고국에서 ‘용접 베테랑’이었던 한 이주노동자는 인터뷰 중 기자에게 “제가 오히려 궁금한 게 있다”고 물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현대중공업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여권을 압수당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습니다. 관련 기사들을 붙입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7121525001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07250700011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10191522001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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