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예산 삭감으로 과제수 '반토막'…제안서 작성에 매몰된 연구자들

박정연 기자 2024. 4. 3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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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삭감되면서 연구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예산 규모는 물론 과제 수 자체도 감소하면서 부족해진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 더 많은 과제를 수주하는 제안서 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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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구개발(R&D) 삭감으로 한국연구재단 과제 수가 크게 줄면서 연구자들은 더 많은 과제를 수주하는 데 분주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삭감되면서 연구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예산 규모는 물론 과제 수 자체도 감소하면서 부족해진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 더 많은 과제를 수주하는 제안서 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장 연구자들은 과제 제안서를 작성하느라 연구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용역과제나 산학과제로 눈을 돌린 연구자들은 자신이 기획한 연구를 하지 못한 채 '연구비를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정부가 내년 R&D 예산 규모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 삭감이 연구현장에 미친 여파는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재단이 지원하는 과제 대부분은 정부가 R&D 예산 삭감을 예고하기 이전보다 수가 줄었다.

우수신진연구 과제 수는 2021년과 2022년 2년간 총 1500개에서 2023년과 2024년 총 1159개로 341개 줄었다. 중견연구에 속하는 과제 수도 동일한 기간 기준 3593개에서 3333개로 감소했다. 젊은 연구자들의 입문과제로 불렸던 기본연구 과제는 2021년 2232개, 2022년 1960개, 2023년 1235개에서 올해 '0개'가 됐다.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전체 과제 수는 2021~2022년 1만976개에서 2023~2024년 6714개로 39% 감소했다.

과제 수가 줄면서 남은 과제들의 지원률은 치솟았다. 통상 10~20% 정도였던 우수신진연구 과제 선정률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견연구 과제도 예년보다 2배 가까운 제안서가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비를 충당할 만큼의 충분한 과제 수를 채우지 못한 연구자들은 부랴부랴 과제 수주에 나서고 있다. 지방 한 국립대 교수는 "3월과 4월은 오로지 제안서를 쓰면서 시간을 보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공동연구를 위한 네트워크가 미비한 젊은 연구자들은 이번 R&D 예산 삭감에 따른 과제 축소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여겨진다. 지원 기준이 제한되고 과제 수가 많아 신진 연구자들의 입문과제로 여겨졌던 기초연구 과제가 사라지면서 연구를 수주할 길이 그야말로 막막해졌다는 것이다.

이른바 연구책임자로는 3개까지 과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한 '3책 5공' 기준을 꽉 채우며 과제를 수주한 젊은 연구자들도 용역과제나 산학과제에 손을 뻗고 있다. 과제 규모는 작지만 당장 연구비를 얻기 위해선 조건을 가릴 상황이 아니다.

지방 소재 또 다른 국립대 교수는 "용역이나 산학과제는 결국 기관이 요구하는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자 입장에서 선호하는 과제는 아니지만 이마저도 경쟁률이 높아진 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중견 연구자들의 형편도 좋지 않다. 규모 있는 실험실을 운영하는 교수들은 부족한 인건비를 충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지만 무리하게 규모가 작은 과제를 수주할 여력이 없다. 평소 3책 5공을 다 채우지 않던 교수들도 가능한 많은 과제를 수주하려 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과제 수 감소가 연구의 전반적인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서울 소재 사립대의 한 중견교수는 "연구비를 수급하기 위한 연구에 시간과 인적 자원을 소모하면서 본래 하고 싶었던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교수들은 R&D 예산이 복원되는 내년에 과제를 따겠다며 올해는 '내려놓겠다'는 이야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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