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3루 접전···김도영 의도 알았던 LG 벤치, 알고도 잡지 못할 뻔한 ‘고속 주차’
지난 27일 잠실 KIA-LG전. LG는 5-3으로 리드하는 가운데 7회초 무사에 3루수 실책으로 KIA 김도영에게 2루까지 내줬다. 다음 타석의 4번 최형우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1사 2루.
다음날 경기 전 LG 더그아웃 미디어 브리핑 시간. 염경엽 LG 감독은 전날 경기의 7회 장면을 복기하며 2루 주자 김도영이 3루를 노릴 것을 미리 읽었다고 했다. LG 마운드에는 2루 주자 움직임을 시선으로 묶기 어려운 좌완 김유영, 여기에 최형우가 주자를 진루시키지 못하고 물러나며 김도영이 3루 도루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었다. 1사 2루와 1사 3루는 ‘득실점 공식’부터 달라진다.
실제 LG 배터리는 김도영의 의도를 읽고 움직였다. 5번 이우성 타석, 볼카운트 1-2에서 김유영은 반 박자 공을 더 쥐고 피칭을 늦췄다. 그 틈에 김도영이 뛰는 것을 본 포수 박동원의 손짓에 김유영은 투수판에서 발을 빼고 3루 송구로 주자를 잡아냈다. 염 감독은 “벤치와 배터리 모두 김도영이 3루로 뛸 수 있는 것을 감안하고 움직였다”고 전날 상황을 복기했다.
그런데 이 상황을 두고, 양쪽 더그아웃에서 동시에 주목한 장면이 있었다.
LG가 김도영의 도루 타이밍을 읽고 대응했는데도 불구하고 간신히 아웃카운트를 늘렸다는 점이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이튿날 경기에 앞서 이 장면을 복기하며 “(타이밍을 뺏지 못했는데도) 송구 방향이 조금만 달랐다면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염 감독도 같은 취지의 얘기를 했다.
차분히 던진다고 던질 수 있는 방향이 아니었다. 김유영의 송구는 베이스 바로 위, 또 바로 앞으로 향했다. 이른바 ‘자연 태그’였다. 10~20㎝만 송구가 높았거나 좌우로 틀어졌다면 세이프가 될 수 있는 간격이었다.
김도영은 ‘대도’의 조건인 4S(스타트·스피드·슬라이딩·센스) 가운데 슬라이딩이 특히 더 돋보인다. 이날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베이스로 들어가는 순간, 속도가 죽지 않았던 덕분에 타이밍을 읽히고 송구까지 완벽했는데도 불구하고 접전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
‘대선배’ 이종범이 해태 유니폼을 입고 93년 이후 도루를 늘리는 모습과도 꽤 닮았다. 그 시절, 이종범은 베이스를 파고 들어가는 속도가 유별나게 빨랐다. 베이스로 들어갈 때면 슬라이딩으로 속도 조절을 하기 마련이지만, 이종범은 이른바 ‘고속 주차’가 가능했던 선수. 지금 김도영이 바로 그렇다.
김도영은 개막 이후 30경기에서 도루 14개를 기록하고 있다. 도루자는 이날 투수 김유영에게 잡힌 1개. 성공률은 93.3%에 이른다. 김도영의 ‘발야구’는 올시즌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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