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버핏도 찾는 일본, 중국의 피난처 될 수 있을까?

2024. 4. 3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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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관광객 일본행…기업 투자도 증가
中 경기 둔화·美 대선 등 리스크…"장기적 피난처는 의문"
해외 관광객들이 30일 일본 도쿄 나카미세도리를 지나가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중동의 전쟁과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일본이 피난처로 떠올랐다. 세계 각국의 부호와 기업들은 일본으로 향하고 있고, 3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엔화 가치는 일본의 매력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부호들은 지난해부터 대거 일본으로 이주하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는 도쿄에 거처를 마련했으며 지난해의 절반 이상을 일본에 거주했다.

일본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부호 대부분은 일본에서 사업할 수 있는 '경영관리비자'를 취득하는데, 지난해 해당 비자 취득자는 1만6000명으로 2012년(4400명)에 비해 약 4배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 일본에 장기 체류하는 중국인은 약 76만명으로 집계됐다.

억만장자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엔저에 이끌려 일본 여행 붐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3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310만명으로 지난해 3월보다 70% 급증했다. 한국, 대만, 중국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월간 기준 사상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섰다.

투자자들은 일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이토추, 마루베니,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등 일본 종합상사의 주식을 9%씩 사모은 데 이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해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투자를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블랙스톤 등 미국 기업들도 최근 일본 투자를 늘렸다.

행동주의 투자로 유명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역시 다음 투자 대상으로 스미토모를 낙점했다.

로이터통신은 30일 관계자를 인용, 엘리엇이 스미토모 지분 수백억엔어치를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는 정확한 액수를 밝히지 않았으나 100억엔만 해도 880억원에 달한다.

투자자들의 러브콜에 힘입어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지난 1년 새 약 30% 상승했다.

중국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 기업과 학교도 일본행을 택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올해 2월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제1공장을 개설했고, 제2공장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의 유명 사립학교 맬번과 럭비는 최근 일본에 캠퍼스를 열었으며 입학 학생 중 상당수가 중국에서 올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인 투자자들은 도쿄의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해외 기업과 투자자들이 위험을 피해 일본으로 향하고 있지만 일본이 언제까지 중국의 피난처로 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FT는 짚었다.

우선 일본 내부에서는 인구 감소화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이민은 적어 노동력 부족 문제가 남아 있다.

외부적으로는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중국과 서방 간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일본에도 플러스 요인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중국은 일본 기업들에게도 거대한 시장이고, 중국 경기 둔화는 일본 기업들의 매출 감소를 의미한다. 때문에 많은 일본 기업들은 중국으로부터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경계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일본 기업들의 주요 생산 기지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전기차에 보호무역 장벽을 두기로 결정하면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뿐 아니라 닛산 같은 일본 기업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은 일본을 비롯한 국가들과 '프렌드쇼어링(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변덕을 부릴 수 있다는 점도 일본에는 리스크 요인이다. 일례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신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을 저지하고 있다.

게다가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도 큰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은 훨씬 더 보호무역주의적이고 예측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일본 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모시토라(혹시라도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다.

미국이 예측 불가능해지고 불안해질 경우 일본은 경제적 타격과 함께 국방 측면에서도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특히 중국이 일본에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군사력을 증강해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은 중국과 센카쿠 열도에서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국방비를 늘리고 미국과 더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으로 중국에 대응해 왔다.

그런데 국가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모임 위협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전문가는 "일본은 중국, 러시아, 북한을 이웃 국가로 두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주요 7개국(G7) 국가보다 더 위험한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FT는 "일본은 지금 세계의 문제들로부터의 피난처라는 지위를 누려야 한다. 그 지위가 영원히 지속될 것 같지 않기 때문"면서 "사람, 돈, 무역이 일본으로 선회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기회는 장기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평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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