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줄 알았던 '오피스 빌런'이 돌아온다면?

백봉삼 기자 2024. 4. 3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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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촌 송연창 변호사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던 회사가 사내 분쟁 더 취약"

(지디넷코리아=백봉삼 기자)누가 봐도 직장 내 갈등과 분란만 일으키는 A씨. 회사는 다른 조직원을 보호하고 정상적인 업무를 위해 A씨를 하루라도 빨리 해고하기로 결정, 실행에 옮겼다. 해고 사유는 뚜렷하고 충분했다. 그렇게 석 달여의 시간이 지났을까. 잘 내보낸 줄 알았던 A씨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사유로 구제 신청을 했다. ‘서면으로 해고 통지를 받지 않았다’는 사유였다. 그렇게 A씨는 회사로 복직되고 마는데...

회사 입장에서, 또 같은 팀에서 함께 일하며 마음고생한 직원들 편에서는 상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물론 회사가 정상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고 A씨를 해고한 잘못 때문이지만, 실수 하나로 그 이상의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일은 참 잘하는데 회사나 팀과 ‘핏’이 잘 맞지 않아서 또는 개인 간 성향이 달라서 발생한 갈등 정도가 아닌, 누가 봐도 ‘오피스 빌런’을 다시 마주하고 일해야 한다면 그 조직은 어떨까.

송연창 변호사 "제일 간단하고 쉬운 것들을 놓치기 쉬워"

법무법인 율촌 송연창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에서 노동법 관련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송연창 변호사는 제일 간단하고 쉬운 것들을 회사가 놓치기 쉽다고 조언했다. A씨 사례처럼 해고 시 사유가 분명한지, 또 징계 수위는 적절했는지, 나아가 해고 절차는 제대로 지켰는지가 중요한데 생각보다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송 변호사는 “충분한 해고 사유가 있음에도 절차를 놓쳐서 부당 해고 판단을 받는 경우가 제일 황당하다.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치고 다른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해고를 서두르다 보면 이런 실수들을 범하기 쉽다”면서 “분쟁 시 구체적인 경위나 해고된 사람이 잘못한 내용은 중요하지도 않고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해고 통지서를 받았는지, 언제 받았는지 등 그 절차와 방식을 갖고 잘잘못을 가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직장 내에서는 다양한 갈등과 분쟁이 발생한다. 작은 회사는 적은 인원으로 살림을 꾸리다 보니 ‘하나의 썩은 사과’가 회사의 존폐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또 큰 회사는 그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관계와 업무가 엮이면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끊이질 않는다. 이에 경영자나 팀장급 이상의 리더들은 노동법에 관심을 두고 기초적인 상식과 지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고, 직장 내 갈등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송 변호사는 “노동법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갖고 있어야 불필요한 오해를 막을 수 있다”며 “근로자 입장에서 부장이나 팀장의 얘기를 회사의 입장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서로의 시각차로 인해)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분쟁화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직장 내 대표적인 분쟁...'괴롭힘'과 '성희롱'

직장 내 분쟁은 크게 괴롭힘과 성희롱으로 나뉜다. 이 중 직장 내 괴롭힘 이슈가 훨씬 더 풀기 어려운 문제다.(제공=이미지투데이)

송 변호사에 따르면 직장 내 분쟁은 크게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으로 나뉜다.

먼저 직장 내 괴롭힘은 그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다. 부하 직원 입장에서는 부당한 업무 지시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데, 상사 입장에서는 정당한 업무 지시일 수 있어서다. 경우에 따라, 또 입장에 따라 판단이 모호한 지점이 왕왕 발생한다. 

반면 성희롱은 그렇지 않다. 비교적 잘잘못의 구분이 뚜렷하고, 논쟁의 소지가 적다.

송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고민하다 보면 상사가 지시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분쟁 발생 시 괴롭힘 수준의 판단이 중요해지는데, 기준을 하나하나 따져봐야할 만큼 어려운 문제”라면서 “반면 성희롱 문제에 관해서는 이 언행이 '혹시 성희롱에 해당되나' 고민되는 순간 그만 두는 게 맞다. 그만큼 잘못의 판단이 쉽고 논쟁의 소지가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시스템 갖춘 대기업보다 선의에 기댄 작은 회사서 다툼 많아

직장 내 갈등과 분쟁은 작은 스타트업일수록 빈번하게 발생한다. (제공=이미지투데이)

송 변호사는 직장 내 갈등과 법적 분쟁이 상대적으로 30인 미만, 신생 기업에서 자주 발생한다고 밝혔다. 동료, 지인, 가족 간 신의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일수록 ‘좋은 게 좋은 거’, ‘말로 하면 잘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했다가 불편한 관계가 되고 다툼이 되기 쉬워서다.

송 변호사는 “선의에 기댄 회사의 경우, 가령 친구 둘이 동업해서 한 명을 내보내야할 경우 법을 지키는 게 민망하다는 생각을 하게 돼 구두로 통보하게 된다. 그러다 갈등으로 번진다”면서 “큰 회사는 선례에 따라, 또 법 요건에 맞춰 진행하지만 작은 회사는 잘 몰라서, 감정이 개입돼서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대표가 감정이 너무 상해서 무리하게 해고하는 경우도 있고, 인격적 배신감을 느껴 부당해고 하는 사례도 있다”며 “경영자와 인사 채용 담당자들이 노동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상식을 알고, 더 큰 싸움이 되기 전 직장 내 분쟁과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기간제 근로자 고용 시 '달콤한 말' 주의해야

기간제 근로자 채용을 위해 달콤한 말을 하면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이미지 생성=어도비 파이어플라이)

송 변호사는 기업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때 유의해야 하는 부분도 언급했다. 기간제 근로자가 법적 지위가 불안정하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이들을 회유하는 달콤한 말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잘하면 정규직 전환을 해주겠다”는 말은 위험할 수 있다. 회사가 짧게 인력을 쓸 거라면 기간제 근로자로 하여금 “내가 비록 계약직이지만, 계속 계약이 갱신될 거야”라는 기대감을 줘선 안 된다.

송 변호사는 “기간제법상 기간제 근로자는 최대 2년 채용할 수 있는데, 2년이 넘어가면 무기계약직으로 자동전환 되기 때문에 2년 뒤 근로계약이 만료돼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면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정규직 채용이 어렵다 보니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기 위해 달콤한 말을 건네는데, 결국 이게 다 부메랑이 된다. 법은 근로자의 갱신기대권 권리를 인정하기 때문인데, 이 같은 분쟁이 발생하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어렵고 복잡한 송사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30분만에 살펴보는 노동법 포인트' 강연

송연창 변호사는 5월22일 'HR테크 커넥팅 데이즈'에서 노동법 관련 강연을 한다.

송연창 변호사는 이처럼 몰라서 실수하고, 알아도 놓치기 쉬운 직장 내 분쟁 사례를 5월22일 봉은사로 슈피겐홀에서 진행되는 'HR테크 커넥팅 데이즈‘에서 소개한다. ’채용부터 퇴직까지! 30분만에 살펴보는 노동법 포인트‘란 주제로 작은 기업부터 대기업까지 경영자, 그리고 인사 담당자들에게 원만한 조직 운영을 위한 꿀팁을 공유할 예정이다.

송 변호사는 “최근 직장 내 갈등 문제를 단순히 요즘 시대의 세대 간 갈등 문제로 봐선 안 된다. 노동 분쟁이 많아진 건 맞지만, 예전보다 정보 접근성이 쉬워지면서 모르던 영역을 알게 돼 권리를 찾으려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노동 분쟁은 감정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이런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의 인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굴러온 회사들이 시한폭탄일 수 있다"면서 "직원들이 착해서, 내 마음씨가 착해서 분쟁이 안 생겼다고 생각하는 경영자와 HR 담당자들이 이번 강연에 가장 적합한 참석자"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직장 내 노동 이슈는 수습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백봉삼 기자(paikshow@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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