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에너지 정책의 정상화를 기대하며

2024. 4. 30. 1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스1) = 지난 4월 총선이 끝나고 이제 제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있다. 총선 과정에서 다양한 이슈와 갈등이 있었지만, 개원을 앞둔 지금 이제는 우리 앞에 산적한 일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것이 22대 국회의 소임일 것이다. 국민들은 새로운 국회에 대해 저마다의 기대와 바람을 갖고 있겠지만, 22대 국회가 풀어내야 할 큰 숙제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의 정상화라 할 수 있다.

에너지 설비는 인프라 구축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많은 투자가 필요하며 사용 수명도 길어, 에너지 정책은 중장기적 비전과 전략이 중요한 분야다. 그리고 최근 국제적인 탄소중립 기조와 이로 인한 신산업 선점을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간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중장기적 비전보다는 정권 변화에 따라 그 방향성이 변화되면서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이 담보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석탄·탈원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했으나, 현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면서 에너지전환 정책의 방향성이 크게 바뀌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 정책이 정당 간의 정쟁 이슈가 되면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갈등 구도에 갇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함께 활용할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치적 이견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원 간 대결 구도는 사실상 에너지 정책의 장기적 전략 수립에 방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수차례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 목표를 수정해 온 정부는 신규원전을 도입하기 위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2023년 1월에 발표된 이후 2년 주기로 수립해야 할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기간을 앞당겨 2023년 7월에 제11차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그러나 당초 2023년 연말에 발표할 계획이었던 11차 계획 초안은 발표가 계속 지연되었으며, 총선 이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여전히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혹 근시일 내에 초안이 발표된다 하더라도 이후 전략영향평가와 공청회, 국회보고 과정 등을 거치려면 연내 확정이 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반면 국회 안에서도 양당 간 이견으로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필수적이고 시급한 에너지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했다. 해상풍력 특별법과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 등은 양 정당 모두 입법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였으나, 세부 쟁점에 대한 의견 차이로 결국 통과되지 못하고 22대 국회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도 에너지 정책이 정상화되지 못하고 정부와 국회 간, 장기 전략 수립과 입법에 있어서 엇박자가 지속된다면, 탄소중립 달성은 물론 국가 경쟁력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에너지 정책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먼저 에너지 정책의 의사결정 거버넌스를 개선하여 정치적 이념보다는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하여 정책이 수립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고 국민들의 정책 신뢰도와 수용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한 덴마크 참고 사례가 있다. 1980년대 이후 풍력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풍력 강국이 된 덴마크는 2008년과 2011년, 그리고 2018년까지 수차례 의회와 정부가 에너지정책에 대한 초당적 합의를 통해 에너지 협정(Energy Agreement)을 체결함으로써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 협정을 통해 덴마크 의회와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비롯한 에너지 정책목표와 해상풍력 입찰 등 중요한 사항을 함께 결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덴마크 기업들과 국민들은 녹색전환에 적극 동참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여 국내에서도 중장기 에너지 정책 방향성 설정에 있어 국회와 정부가 초당적으로 함께 결정하고, 이를 토대로 전략 수립과 입법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또한 불필요한 에너지원 간 갈등 구도를 방지하고 에너지 정책에의 국민 참여도를 제고하기 위해, 에너지 정책 수립 과정에서의 이해관계자 공론화 및 의견수렴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프랑스는 독립행정기구인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 Commission Nationale du Débat Public)를 통해 에너지 정책뿐 아니 국가 경제, 사회, 환경 또는 국토 개발 차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과 정책 결정 과정에 공론화를 통한 국민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이는 '환경헌장'에 따른 국민의 환경 정보 접근성과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 과정에의 참여 권리를 보장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이와 같은 공론화를 통해 정책의 완결성을 제고하고, 일관적이고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정책을 수립함으로써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 정책에의 국민 참여를 보장하고 활성화한다면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갈등과 양극화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그렇기에 국민들이 22대 국회에 가장 바라는 것은 갈등과 대립보다는 대화와 협치를 통한 발전적 논의의 장로서의 국회의 기능 회복이 아닐까 싶다. 아무쪼록 새로운 국회가 개원되면 에너지 정책의 정상화를 비롯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