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류광지 금양 회장의 이차전지 `투자` 도전일까, 도박일까?

박한나 2024. 4. 30. 12: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11일 부산 기장군 동부산 E-파크 산업단지에서 열린 금양 이차전지 생산공장 기공식 행사에서 류광지 금양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류광지 금양 회장이 지난해 147억원의 영업손실에도 부산 기장에 첫 이차전지 공장의 건설을 위해 연이어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존폐를 달린 이번 투자는 도약을 향한 도전이 될까요, 도박이 될까요?"

금양의 최대 주주인 류광지 회장이 지난 26일 보유주식 2067만6103주 중 92만3466주를 장외 매도했다. 이는 홍콩 사모펀드 투자회사인 Millennia Capital Partners Limited와 체결한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에 따른 것이다.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은 주식을 매도했지만 특정 기간 이후에 다시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조건부 주식매매 형태다. 주식의 명의는 매도자에서 매수자로 넘어갔지만, 매도자인 류 회장은 의결권을 포함한 소유에 준하는 보유권을 유지하게 돼 지분율(35.62%) 변화가 없다.

금양 측은 "소유주식 수 중 92만3466주가 차감됐지만 그에 대한 보유권은 지속적으로 유지되므로 총 보유주식 수는 2067만6103주"라며 "이 주식은 대출을 상환할 경우 주식의 소유권은 다시 류광지 최대주주 명의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은 금양 지분 1.59%를 2029년 4월 26일까지 Millennia Capital Partners Limited에 맡기면서 3800만달러를 확보하게 됐다. 이는 이달 17일부터 23일까지 5영업일의 종가 평균으로 872억4907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류 회장은 이번 계약을 통해 3510만7250달러를 차입하게 됐다. 차입 예정일은 2024년 5월이다. 차입 당일 서울외국환중개 매매기준환율을 적용한 금액에서 외화환전수수료를 차감한 금액 전액을 원화로 차입할 예정이다. 이로써 총 단기차입금은 4991억9410만원에서 5472억9103만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금양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이차전지 부산 기장공장의 건설과 설비 투자자금에 사용할 예정이다. 금양은 2025년에 21700과 4695 배터리의 양산을 위해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기장공장을 짓고 있다. 기장공장은 금양의 사실상 첫 번째 이차전지 공장이다.

류 회장은 이차전지 공장을 위해 지난 3일에도 시간외매매(블록딜)로 보유 주식 230만주(약 4.55%)를 처분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금액은 2439억1300만원에 달한다. 류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40.17%에서 35.62%로 낮아지기까지 했다.

이미 류 회장은 지난해에도 5월과 7월, 8월 총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 220만주를 매각해 약 1676만원을 확보한 데다 지분 100%를 보유한 금양 계열사인 케이제이인터내셔날과 케이와이에코로부터 총 2103억원을 단기차입했다.

문제는 추가적인 자금이 더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차전지 기장공장에 46계열과 21700 원통형 배터리의 대량생산에 필요한 공장 건설과 설비 구축을 위해선 총 1조1400억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말까지는 6100억원, 2025년 7월까지는 53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금양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563억194만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14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외부 자금 조달을 위해선 채무 발행이나 자본 확충을 위한 새로운 투자 유치를 해야 하지만 유동비율이 29.79%로 매우 낮다.

유동비율은 통상 200% 이상이어야 재무안정성이 좋다고 평가받는다. 기업의 유동비율이 낮다는 것은 현재 부채를 상환하기 위한 유동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해 채무 발행이 어려울 뿐 아니라, 가능하더라도 높은 이자율을 지불해야 한다.

배터리업계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자를 지속하는 류 회장의 신념은 인정한다는 평가다. 자신의 자산을 리스크 있는 투자에 사용하는 것은 장기적인 비전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의 일환이자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재무상태의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시설 투자에 집중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며 "배터리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할 때 시장을 초기에 선점하는 것은 미래에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비판도 만만치 않다. 금양은 2026년 매출 4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지만 현재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상당한 경영 개선과 수주 확보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대주주의 재무 활동이 너무 과도하거나 부적절하게 이뤄지면 회사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를 더욱 부각할 수 있다"며 "외부 요인 등에 의해 투자가 실패로 끝날 경우 회사의 재정과 주주 가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