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국회도 방치에… ‘5월 노숙시위’ 재현 우려

김규태 기자 2024. 4. 3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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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지난해 5월 서울 도심에서 개최한 '1박 2일 노숙 집회'가 일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면서 불법 시위에 대한 엄정한 대응과 규제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졌지만, 당시 불법 시위를 주도한 노조 간부들은 1년째 아무 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5월 16∼17일 노숙 집회를 주도한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노조위원장과 민주노총 간부 등 28명에 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수사를 8개월째 결론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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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절 앞두고 ‘시민피해’ 클 듯
작년 민노총 1박2일 민폐 집회로
소음·노상방뇨 등 도심 아수라장
시위 주도 간부들 처벌도 안 받아
경찰, 집회금지 발표에도 법원 허용
국회 계류된 법안은 줄폐기 전망
지난해 5월 17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약 2만5000명의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전날 대규모 집회에 이어 노숙을 하며 ‘1박 2일 노숙 집회’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이 지난해 5월 서울 도심에서 개최한 ‘1박 2일 노숙 집회’가 일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면서 불법 시위에 대한 엄정한 대응과 규제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졌지만, 당시 불법 시위를 주도한 노조 간부들은 1년째 아무 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시 국회에 잇따라 발의됐던 ‘심야 집회 금지’ 법안들도 내달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모두 폐기될 예정이어서 노숙 집회가 난립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은 오는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서울 도심 등 전국에서 8만5000명 규모의 집회를 열기로 해 일대 극심한 교통 혼란이 예상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5월 16∼17일 노숙 집회를 주도한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노조위원장과 민주노총 간부 등 28명에 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수사를 8개월째 결론 내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해당 시위는 건설노조가 지난해 5월 분신 사망한 건설 노조원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총파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서울 세종대로와 청계광장 등을 무단 점거해 불거졌다. 참가자 2만5000여 명이 기존 집회 신고 범위를 넘어서 일부 도로를 막으면서 퇴근길 극심한 교통 체증이 벌어졌다. 이후 이들이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한 시청역 광장 일대에는 쓰레기와 오물, 소음 등으로 시민 피해가 극심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장 위원장 등에 대해 집시법 위반과 도로법·공유재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서울 도심에서 유사 집회가 7건 이상 이어졌다. 지난해 5∼7월에는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3차례에 걸쳐 심야 집회를 열었고 같은 해 9월에도 금속노조가 서울 여의도에서 1박 2일 노숙 집회를 추진했다. 지난해 11월엔 민주노총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텐트를 치고 일주일간 노숙 집회를 하는 사례가 처음 벌어졌다. 올해 들어선 지난 1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노숙 시위를 강행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노숙 집회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법원이 이를 허용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다. 2009년 헌법재판소가 일몰 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국회에서 관련 보완 입법을 하지 않으면서 현장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1대 국회에선 ‘오전 0∼6시 옥외집회 금지’(윤재옥 국민의힘 의원 발의) 등 심야 집회 금지 관련 법안 4건이 발의됐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 해당 법안 처리를 거부하면서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내달 29일 전부 폐기될 상황에 놓여 있다. 과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노숙 집회 금지와 관련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 권리 침해라는 입장이어서 22대 국회에서도 법안 발의 및 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숙 집회를 제한하기 위해선 관련된 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국회의 장기간 임무 해태로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양대 노총은 내달 1일 노동절을 맞아 서울 도심 등 전국에서 총 9만 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올해 가장 큰 규모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교차로∼대한문 구간 5개 차로에서 2만5000명이 참가하는 ‘2024 세계노동절대회’를 개최한 뒤 오후 5시까지 가두 행진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같은 시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7000명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경찰은 일대 극심한 교통 혼잡이 예상되는 만큼, 세종대로·을지로·한강대로 일대 일부 도로를 통제하기로 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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