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체제 노사정 틀 한계… 청년·비정규직 새 대화체 참여해야”

정철순 기자 2024. 4. 3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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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정책포럼 - 2024 노동개혁
사회적 대화 ‘혁신적 개편’ 제안
노·사간 ‘책임 떠넘기기’안돼
‘공동위기’인식해야 타협 가능
한노총·경총 결정권한 너무 커
참여주체 늘려 공감대 얻어야
이병규(첫줄 왼쪽 세 번째) 문화일보 회장과 이정식(〃두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 김문수(〃네 번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권순원(〃첫 번째)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회장 등 ‘문화정책포럼-2024 노동개혁’에 참석한 외빈과 패널들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윤슬 기자

지난 2월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4월 들어 노동계 반발로 소강 양상을 보이면서 사회적 대화 기구의 새로운 틀을 모색하자는 주장이 일고 있다. 지난 29일 열린 ‘문화정책포럼-2024 노동개혁’에 참여한 노사정 전문가들 또한 ‘한국형 사회적 대화 모델’을 고민했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국민 공감 형성에 기반한 한국형 사회적 대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석호 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사회적 대화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밝혔으며,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은 “사회적 대화에 비정규직 등 미조직 노동자를 참여시켜 경사노위 위원 구성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권순원(좌장) = 이 자리는 30년 가까이 지속돼 온 사회적 대화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다. 또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는 정규직·비정규직, 대·중소기업 간 노동시장 이중구조 확대·재생산 구조에 대해서도 사회적 대화 차원에서 의미 있는 고민을 해 봐야 한다.

△한석호 = 노동의 위기 속에 지금의 사회적 대화는 영혼 없는 수준으로 잘 풀리지 않으면 경사노위에 청구하듯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다. 노와 사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이성희 = 우리나라의 사회적 대화는 노사정 양극단 주장의 간극을 좁히고 타협점을 찾아 나가는 방향으로, 그 자체로 성과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대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노사정 간의 쟁점을 좁혀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집중한다면 한국형 사회적 대화는 성과를 낼 것이라 생각한다.

△김덕호 =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일반적인 수준이지만 대타협이 이뤄졌다. 요즘처럼 극단적 주장이 난무한 시대에는 대화 자체도 중요하고 대화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노력, 노사의 신뢰와 협조를 통해 가능하다.

△권순원 = 사회적 대화 기구에 대한 무용론과 혁신적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현재 경사노위의 구성적 한계와 존재론적 딜레마가 있는데.

△김덕호 = 기존 노·사뿐 아니라 미조직 근로자 86%를 위해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도 경사노위에 들어올 수 있는 추천 권한이 한국노총에 있다. 한국노총은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어 전체 노동자를 대표한다는 책임을 가져야 한다.

△이성희 = 경사노위 참여가 적격성과 절차적 정당성보단 실질적 대표성을 갖고 운영돼야 한다. 운영을 유연한 방식으로 하면 조금 더 많은 주체가 참여하고 실질적인 대표성을 갖고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될 것이다.

△이동근 = 경영계는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중심으로 대표성을 갖고 활동하는 데 반해 노동계는 그렇지 않다. 민주노총은 아예 참여하지 않고 있고, 한국노총은 참여해 합의를 해도 중앙집행위나 대의원대회에서 무산시킨 경험이 있다.

△한석호 = 현재 사회적 대화 틀은 1987년 등 1980년대의 노사 관계를 반영한 노동과 자본의 대립 양상이다. 시대가 변했다. 과거 노-사 갈등보다는 노-노 갈등, 사-사 갈등, 노-소상공인 갈등 등 중층적이고 다층적인 갈등 양상을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갈등에 근거해 사회적 대화 틀도 바뀌어야 한다.

△이재열 = 우리가 닮고 싶어 하는 사회적 대화 모델인 스웨덴과 독일은 정책을 정치화하는 과정을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노동개혁을 보면 정치개혁과 선거개혁이 연동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권순원 = 경사노위에 제도적 힘이 적어서 노동계가 선택적인 거부를 반복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래서 경사노위에 입법 발의권을 부여하거나 상응하는 제도적 권한이 있으면 이해관계자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있다.

△이성희 = 경사노위의 권한 강화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사회적 대화는 더 많은 대화가 이뤄지고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핵심 목적은 이해 상충적인 쟁점을 좁히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이다. 경사노위 의결권을 강화하면 국회 입법권과 바로 충돌해서 국회에서 법 개정이 어려워지고, 노사정 대화가 대립의 장이 될 수 있다.

△김덕호 = 경사노위에서 산별 토의를 할 수 있게 산별 대표자들을 넣어준다든지 미조직 대표자를 넣는다든지 대화체를 구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참여 인원을 더 넓혀 우리 맥락에 가장 맞는 사회적 대화를 찾아야 한다.

△한석호 = 양대 노총과 경제단체의 의사결정 반영 비율을 n분의 1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과 경총의 결정권이 너무 크다.

△이재열 = 사회적 대화의 성공 사례를 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 만델라의 ‘몽플레르 콘퍼런스’는 5~10년 후 미래 지분을 갖고 있는 떠오르는 지도자를 참여시켰고, 받아들이고 참여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규칙을 만들었다. 그렇게 국민의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이동근 = 많은 인원을 참여시키는 게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숫자가 많을수록 포퓰리즘 현상으로 가 미래세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차라리 노사정 3자가 합의해서 국회가 받아주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참여하면 명분은 좋은데, 현실적으로 힘들다.

정철순·이소현·김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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