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진보언론 ‘붉은깃발’[오후여담]

2024. 4. 3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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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일본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赤旗)'를 홍보하는 붉은색 대형 간판을 보게 될 때가 종종 있다.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된 지 언젠데 일본에 웬 공산당신문인가 기이한 느낌이 들곤 하는데, 요즘 그 '붉은 깃발'이 화제다.

아카하타는 1928년 창간된 일본공산당 기관지로 발행 부수는 85만 부다.

그 정당의 기관지가 일본에서 권력을 가장 철저하게 감시하는 진보 신문이 됐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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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일본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赤旗)’를 홍보하는 붉은색 대형 간판을 보게 될 때가 종종 있다.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된 지 언젠데 일본에 웬 공산당신문인가 기이한 느낌이 들곤 하는데, 요즘 그 ‘붉은 깃발’이 화제다. 아카하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1954∼2022) 내각 당시 ‘벚꽃을 보는 모임’ 비리 사건 특종을 했다. 정부 공식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에 아베 지역구 주민이 초청돼 세금을 낭비했다고 폭로해 2020년 일본 저널리스트회의 대상을 받았다. 당시 이 모임엔 유력 신문기자들도 초청됐는데 기사는 아카하타만 썼다.

일본의 진보 언론 대명사는 아사히(朝日)신문으로 발행 부수는 400만 부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객관 보도로 한국에서도 신뢰를 받는 아사히는 아베 정권과 정면으로 싸운 신문이기도 하다. 2017년 아베 부인과 관련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을 폭로했을 때 아베 총리는 “아내의 관여가 사실이라면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보도 1년 후 아베는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2020년 총리직에서 물러났고 2년 후 사망했다. 당시 ‘아베와 아사히 중 한쪽은 반드시 없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는데 승자는 아사히였다.

하지만 아카하타가 자민당 비자금 특종까지 하면서 이제 아사히는 진보 언론 타이틀을 아카하타에 양보해야 할 듯하다. 아카하타의 2022년 11월 보도 후 도쿄 지검 수사가 이어지면서 자민당은 폭풍전야다. 자민당의 6개 파벌 중 4개가 해체를 결정했고 해당 의원 징계도 진행 중이다. 자민당은 28일 치러진 중의원 3개 선거구 보궐선거에서도 패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위기에 내몰린 형국이다.

아카하타는 1928년 창간된 일본공산당 기관지로 발행 부수는 85만 부다. 일본공산당은 폭력혁명 노선을 포기하고 유로코뮤니즘 노선으로 전환한 사회민주주의 계열 정당이다. 그 정당의 기관지가 일본에서 권력을 가장 철저하게 감시하는 진보 신문이 됐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아카하타는 취재의 제1 덕목으로 ‘예외없는 권력 감시’를 견지해온 덕분에 아사히의 아성을 넘어 작지만 강한 진보 신문이 됐다. 정파성 보도에 팩트까지 조작하는 한국의 좌파 매체들이 아카하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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