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극장 문닫는 세기상사… 반 토막 난 주가도 볕들까
세기상사가 운영하는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이 오는 9월 문을 닫는다. 한국 영화산업의 상징 같은 장소지만, 대형 멀티플렉스에 밀려 적자가 10년 넘게 이어진 탓이다. 세기상사는 대한극장 건물을 개조해 공연장으로 탈바꿈하기로 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대한극장 폐관이 세기상사 주가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 매출에서 영화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당장은 별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세기상사는 이날 오전 10시 47분 기준 8420원에 거래됐다. 전날보다 5.51%(440원) 올랐다. 세기상사가 부진을 거듭하던 영화 사업을 접기로 한 것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세기상사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극장사업부(대한극장) 영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10월부터 대한극장에서 더는 영화를 볼 수 없다. 세기상사는 “극장사업부 영화상영사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지속적인 적자를 해소하고, 소유자산의 효율화와 사업구조 개선을 위해 대한극장 영업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기상사는 대한극장 건물을 공연장으로 바꾸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머시브 공연(관객 참여형 공연)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를 유치하기로 했다. 슬립 노 모어는 2011년 미국 뉴욕에서 초연한 뒤 현재 중국 상하이에서도 공연 중이다. 세기상사가 국내에 슬립 노 모어를 들여오면 세계에서 3번째가 된다.
대한극장은 1958년 개관했다. 당시 좌석 수가 1924석에 달해 대형극장 시대를 주도했다. 그러나 영화 소비지형이 바뀌면서 2000년 5월 기존 대한극장 건물을 허물고, 이듬해 11개 상영관을 갖춘 지금의 대한극장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이후 성장세를 보였지만, 대형 멀티플렉스와 경쟁에 밀리면서 2005년을 정점으로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세기상사가 연간 흑자를 기록한 것도 2008년이 마지막이다.
세기상사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해 2분기 매출이 4억8000여만에 그쳤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은 분기 매출이 5억원을 밑돌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다. 세기상사 주식 거래가 같은 해 8월부터 정지됐다. 세기상사는 이듬해 우양산업개발을 새 주인으로 맞았고, 관계사인 우양네트웍스로부터 주유소를 인수해 실적을 개선했다. 2021년 12월부터 주식 거래가 재개됐다.
하지만 세기상사는 대한극장 손실에 발목이 잡혀 번번이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세기상사는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313억원, 영업손실 8억원을 기록했다. 영화상영 부문에서 11억원 적자가 난 영향이 컸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주가도 약세였다. 2021년 12월 22일 거래재개 첫날 1만5326원(수정주가)을 정점으로 반 토막 수준인 8000원대 안팎에서 움직여 왔다. 650억원대였던 시가총액도 46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세기상사 매출에서 주유소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어서면서 영화 관련 종목이 아닌 ‘석유 테마주’가 됐다. 세기상사의 올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억5900만원이다. 지난 9일과 19일엔 거래대금 규모가 각각 187억원, 63억원을 찍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본토 공습을 주고받으면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컸던 날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대한극장 영업 중단이 세기상사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목받을 소재가 생겨 거래량이 늘어나는 효과는 있겠지만, 사업 구조가 실제로 바뀌기 전까지 주가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기상사는 공연 유치를 비롯한 사업 진행 절차에 따라 대한극장 영업 중단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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