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중 3명에게 찾아온다는 산후 우울증, 이제 AI로 미리 진단한다

민서연 기자 2024. 4. 3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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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75%의 산모에게서 나타나며 출산 뒤 산모를 사망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산후 우울증을 인공지능(AI)으로 미리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왔다. 특히 산후 우울증은 초기에 진단받아 만성 우울증으로 커지지 않도록 치료하는 게 중요한데, 산모들조차 본인이 우울증인지를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29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샌디에고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디오니소스 디지털 헬스는 우울 증세가 나타나기도 전에 산모의 혈액을 체취해 산후우울증 발생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AI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이 스타트업은 유전자의 발현 차이를 이용해, 호르몬 변화보다 더 밀접하게 사람의 기분과 연결되어 있는 유전자를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AI가 진단하는 미래의 의료. 챗GPT가 만든 일러스트

WP에 따르면 디오니소스는 AI 머신러닝을 활용해, 산모들에게서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산후 우울증이 발현한 산모들의 관련 유전자와 그렇지 않은 산모들의 유전자들을 10년간 비교하고 연구해왔다. 비비안 밍 디오니소스 공동창립자이자 최고 과학자는 “우리의 목표는 산모에게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산후 우울증이 단순히 당신의 머릿속에만 있는 질환이거나,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밍 창립자에 따르면 디오니소스의 AI진단 시스템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고 실생활에 사용될 때까지는 아직 몇년이 더 걸릴 예정이다. 그 사이 이 업체는 더 많은 케이스를 확보하고 시스템을 검증하기 위해 미국 국방부로부터 600만달러(약 82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의 최종 목적은 임신 2기와 3기, 즉 출산 전의 산모에게 혈액을 체취해 산후 우울증의 발생 가능성을 체크하고 다른 기분 장애 유발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하는 것이다. 이를 다른 진단법에 결합하면 의료시스템이 취약한 산모의 치료는 물론 다른 질환의 예방도 가능하다.

AI는 이미 수많은 질병에 대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딥러닝 시스템을 활용해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어 ‘소리 없는 암’으로 불리는 식도암을 조기진단한다던지, 환자가 말하는 영상을 AI가 습득해온 알츠하이머 환자 영상들과 비교해 치매를 조기 진단한다던지 하는 식이다. 다만 AI 진단 시스템이 완전한 것은 아니다. WP에 따르면 2019년 연구에서는 제왕절개를 권장하는 알고리즘이 흑인 여성들을 고위험군으로 잘못 진단하는 사례가 있었다. 또한 다양한 그룹에 대해 건강 관리 를 권장하는 다른 알고리즘도 흑인 환자에 대해서는 특정 치료를 덜 권장하기도 했다.

디오니소스의 진단 시스템은 미국 산부인과 학회에서도 환영받고 있다. 엘리자베스 라루소 여성 전문 정신과의사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임신 중과 산후까지 우울증 검사를 여러번 시행할 것을 권장하지만 모든 환자들이 따르지는 않는다”며 “어떤 산후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증을 진단받지 않고도 산전부터 산후 검진을 모두 멀쩡하게 통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라루소의 연구에 따르면 특히 저소득층 및 유색인종 여성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이러한 검사들을 피하기에, 산후 우울증이 심각해져 입원하거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기 전에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검사라면 어떤 방법이든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검사가 활발하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환자가 지불하는 비용과 보험사의 비용 감당이 중요한 부분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산전후 우울증 검사 비용을 부담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라고 WP는 설명한다. 산후 우울증 및 관련 질환으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보험사는 매년 140억달러(약 19조2780억원)씩을 부담하고 있는데, 증상 전 진단을 받으면 결과적으로 보험사의 의료비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밍 창립자는 “디오니소스의 최종 목표는 이 검사를 소비자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임신 전부터도 우울증 가능성을 환자가 직접 확인하게 하는 것”이라며 “건강한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면 자녀와 그들 가족의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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