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솜방망이 징계→ 피해 팀 경기 복귀'…'주심'보다 더 안일한 KFA, K리그 배려는 어디 갔나?

조영훈 기자 2024. 4. 3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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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오심으로 한 팀의 승점 3을 날린 주심, 솜방망이 처분 직후 다시 해당 팀 경기를 관장했다. 이 경기는 엉망이 됐고, 결국 재배치한 KFA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지난 2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9라운드 포항 스틸러스(포항)-인천 유나이티드(인천)전이 열렸다. 양 팀은 혈전 끝 0-0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을 나눠 가졌다. 포항은 5승 3무 1패, 승점 18을 기록해 리그 2위를 유지했다. 개막 울산 HD전 패배(0-1) 이후 8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갔으나 홈 3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했다. 인천은 2승 4무 3패, 승점 10으로 7위에 올랐다. 당초 9위에서 7위로 소폭 순위가 상승했다. 그러나 4경기 무승(2무 2패) 늪에 빠지고 말았다.

이 경기는 이상했다. 킥오프 전부터 그랬다. 이날 주심을 맡은 김희곤 심판은 인천 공격수 무고사에게 다가가 사과의 뜻을 먼저 전했다. 원정석에 자리 잡은 인천 서포터는 "정신 차려! 심판"이라고 콜을 외쳤다.

이유가 있었다. 김희곤 심판은 6일 열린 K리그1 6라운드 인천-제주 유나이티드(제주)전에서 주심으로 나서 오심으로 논란이 된 이였다. 당시 인천은 전반 27분 민경현의 크로스를 무고사가 헤더로 연결하며 제주 골망을 흔들었다. 일반적으로는 선제골로 기록될 상황이었으나, 주심은 무고사의 공격자 파울을 선언하며 골을 취소했다. 

후반 27분에도 인천으로선 억울할 법한 판정이 나왔다. 무고사의 슛을 제주 수비수가 슬라이딩 태클로 막아내는 과정에서 다리에 맞은 공이 튕겨 나와 왼손에 맞았다. 해당 심판은 파울을 선언하지 않았다. 두 장면 모두 VOR(Video Operating Room)과 소통이 이뤄졌으나, 원심은 유지됐다. 인천은 결국 후반 25분 유리 조나탄에게 실점을 허용해 0-1로 패배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2일 심판평가소위원회를 열고 무고사의 득점 취소는 오심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해당 심판에 대해선 배정 정지 처분이 이뤄졌으나, 경기 수는 알리지 않았다.

결국 솜방망이만이 둔부를 훑고 지나갔다. 김희곤 심판은 2주 만에 피치 위로 돌아왔다. 8라운드 FC 서울-전북 현대전에서 주심을 맡았다. 7라운드에서만 경기를 배정받지 못한 것으로, 1경기 배정 정지 처분이었다. 더 놀라운 건 해당 심판이 9라운드에서 인천 경기를 맡았다는 점이었다. 바로 포항 원정 경기였다.

의아한 판정은 라운드를 건너뛰며 이어졌다. 포항 미드필더 오베르단이 후반 13분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포항이 수적 열세에 놓였다. 오베르단은 앞서 전반 34분 상대 선수 두 명과 뒤엉키며 넘어진 상황에서 일어나려고 애쓰다가 위에 있던 선수의 얼굴을 팔꿈치로 건드렸다. 이 과정에서 경고가 나왔다. 오베르단은 후반 13분에는 제르소의 돌파를 막다가 뒤늦은 태클로 경고가 누적돼 퇴장당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두 번째 경고는 반론 여지가 없더라도, 첫 번째 경고를 받는 과정에서는 보상 판정이 작용했을 거란 의심이 든다. 직전 인천-제주전 오심이 나왔기에 인천에 다소 유리한 판정으로 보였다"라고 이 장면을 복기했다.

그렇다고 '편파 판정설'이 나온 인천 측에서도 유쾌한 경기는 아니었다. 김희곤 심판이 이날 경기에 배정됐다는 이유 자체가 충분히 원정팀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아쉬웠던 건 KFA의 판단이었다. 이미 치명적인 오심을 한 심판에 안 하니 만 못한 징계를 했고, 당시 피해를 입은 팀 경기에 바로 투입했기 때문이다.

인천은 당초 제주전 사흘 뒤인 9일 ▲전반 27분 무고사의 득점이 취소된 점 ▲후반 27분 제주 수비수의 페널티 박스 내 핸들링 이후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은 점 등을 두고 KFA에 질의 공문을 보냈다.

하나 KFA는 아직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12일 심판평가소위원회 결과 역시 구단에 전달되지 않았다. 인천 관계자에 따르면, KFA는 "인천의 질의에 비슷한 요구가 너무 많아 일일이 답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구단에서도 해당 건을 두고 문의하는 미디어를 통해 소식을 접했을 뿐이었다. 해당 심판이 징계 복귀 직후 인천 경기를 다시 주관한다는 사실조차 몰랐기에 구단은 매우 큰 당혹감을 느꼈다. 솜방망이 처분에 이은 KFA의 심판 배정은 냉정한 판단은커녕 경기 내내 양 팀에 혼란만을 가져왔다.

프로 무대에서는 아무리 작은 승점도 소중하다. 시즌 막바지엔 아시아축구연맹 클럽 대항전 진출권, 파이널 A·B 여부, 심지어 강등과 잔류가 아주 적은 승점 차로 결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한 차례 오심으로 원망을 샀던 이를 솜방망이 처분 직후 해당 팀 주심으로 복귀시킨 KFA 판단에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글=조영훈 기자(younghcho@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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