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조합 안심보장증권 받고 '안심했다'가 벌어질 일 [추적+]

최아름 기자 2024. 4. 3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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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대폭 늘어난 주택조합사업
조합청산 관련법 개정 이뤄져
이를 이용한 안심보장증서 발부
하지만 증서 법적 지위 불분명
증서 속 내용이라도 입법 필요해

내집 마련을 하려는 사람들은 '사업 전'에 분담금을 내야 하는 지역주택조합이나 민간임대 협동조합에 가입하기도 한다. 위험성이 큰 '주택조합 사업'이란 이유로 주택홍보관 대부분은 '안심보장증서'를 내세운다. 그 증서엔 대개 '사업이 어그러지거나 지연되면 분담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추가 분담금은 없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문제는 안심보장증서가 법적으로 안심할 만한 서류냐는 점이다.

총회 의결을 받지 않은 안심보장증서의 위험성은 더 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A씨는 지난해 B주택홍보관에서 직원의 말을 듣고 경기도의 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B홍보관 직원이 계약서와 함께 제시한 '안심보장증서'를 신뢰할 만했기 때문이었다. "고객님, 주택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분담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안심하고 가입하셔도 돼요."

A씨는 그 말을 믿고 조합원 계약을 한 후 안심보장증서를 받았다. A씨는 "사업이 무산되더라도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는 셈인 것 같아 계약했다"며 "구두 약속도 아니고 증서까지 있으니 신뢰해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럼 안심보장증서는 A씨가 생각한 것처럼 안심할 만한 서류일까. 이 증서가 무엇이길래 사람들은 이를 믿고 '주택조합'에 가입하는 걸까.

먼저 주택조합 사업의 형태를 생각해 보자. 아파트를 짓는다고 가정하면 크게 사업단계는 둘로 나뉜다. 첫번째는 토지(땅)를 확보하기 위한 단계다. 두번째는 땅을 확보한 후 건물을 짓는 단계다. 재건축 조합과 재개발 조합은 땅을 보유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 때문에 시공비와 사업에 투입하는 업무 비용만 있으면 된다.

지역주택조합이나 민간임대협동조합 등 주택조합은 다르다. 토지 없이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조합은 땅값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땅값은 조합원이 내는 '분담금'으로 마련한다. 다만, 땅을 모으지 못하면 사업 자체를 진행할 수 없어서 '주택사업'은 위험성이 크다. 조합과 조합원 간 '분담금 분쟁'이 빈번하게 터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탄생한 게 '안심보장증서'다. 안심보장증서는 통상 두가지를 담보한다. 추가 분담금이 없고, 사업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 냈던 분담금을 돌려준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안심보장증서는 2010년 이후 주택조합들이 도입하기 시작했고, 2020년을 기점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해 1월 주택법에 '조합 해산' 관련 조항이 생기면서다. 이 조항에 따르면 주택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날부터 3년 안에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하는 조합은 총회 의결을 거쳐 해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주택법에 '해산 조항'이 명문화하면서 조합원이 조합에서 탈퇴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 조합 역시 이를 이용해 "사업에 문제가 있으면 조합에서 탈퇴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에 주택조합 사업도 안전하다"면서 안심보장증서를 전면에 내세웠다.

문제는 안심보장증서가 정말 '탈퇴를 담보해주는' 법적 서류냐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 안심보장증서와 주택법의 '조합 탈퇴' 조항은 무관하다. 안심보장증서가 정부가 공인한 법적 서류인 것도 아니다. 안심보장증서의 내용이 조합마다 다른 이유다.

그렇다면 안심보장증서를 통해 지금까지 납부해온 분담금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 분담금은 모든 조합원이 함께 내는 돈이다. 누군가가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 조합 모두의 재산인 '분담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합 재산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분담금 환불'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안심보장증서는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최소한의 법적 효과가 발생한다. 반대로 말하면, 총회의 의결을 받지 않은 안심보장증서를 통해선 분담금을 돌려받는 게 쉽지 않다는 거다.

물론 안심보장증서가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더라도 분담금을 돌려받은 사례가 있긴 하다. 사례를 보자. "조합원은 조합에 가입할 때 안심보장증서를 믿고 가입한다. 이 안심보장증서는 총회 의결을 필요로한다. 하지만 총회 의결을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증서는 무효이고 그에 따라 가입 계약서 역시 무효이므로 계약 취소가 가능하다(부산지방법원)."

하지만 이는 일부 사례이기에 '일반화'하긴 힘들다. 어떤 판사가 사건을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거다. 실제로 같은 안심보장증서 사건을 놓고도 다른 판결이 나온 경우도 있다. "안심보장증서가 무효가 아니더라도 조합원 계약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면 증서의 무효를 이유로 조합 계약이 무효가 될 순 없다(대전지방법원)." 많은 이들이 "혼란만 일으키는 안심보장증서를 아예 없애는 편이 낫다"고 주장하는 건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주택조합이 자체적으로 발급하는 증서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안심보장증서를 '법적 서류'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혜겸 법무법인 영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자. "안심보장증서는 주택법에 근거 조항이 없지만 일반 시민들은 안심보장증서가 법적으로 유효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 안심보장증서 내에 담겨야 하는 요소 등을 규정하는 게 필요하다." 안심보장증서가 '안심'이란 이름값을 할 수 있는 날은 올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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