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함(Integrity)이 등락을 가른다 [전지적 헤드헌터 시점]

2024. 4. 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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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국내 금융기관에서 미국계 은행으로 이직한 후보자에게 들은 일화다. 외국계 회사로 이직 후 너무 다른 조직문화와 인사 평가방법을 보고 많이 놀랐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이 바로 인사 평가에 ‘Integrity’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그 가치를 매우 중시한다는 것이었다.  

가령 직원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보고하지 않고 본인에게 유리하도록 상황을 편집하여 일부만 진술하거나 언행의 일관성 없이 앞뒤가 달라 진정성이 의심스러울 때 ‘저 직원은 Integrity에 문제가 있다’는 표현을 쓴다는 얘기다. 국내 회사에 다닐 때는 그런 표현을 들어본 적 없었기에 처음에는 그 의미가 잘 와 닿지 않았는데, 이제는 본인도 그 가치를 중요하게 새길 정도로 익숙해졌다고 한다. 

외국계 회사에서 말하는 Integrity란 무엇인가?

Integrity의 사전적 의미는 ‘정직하고 자신의 도덕적 원칙에 맞게 일관성 있게 행동하는 것’ 또는 ‘진실, 정직, 공정, 일관되게 행동하는 것’이다. ‘정직성’, ‘일관성’, ‘도덕성’, ‘진정성’의 의미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여기서는 통칭하여 ‘정직함’으로 Integrity의 의미를 정의하고자 한다.  

후보자를 평가할 때 업무 역량 외 면접관이나 헤드헌터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무엇일까? 특히 외국계 기업에서 인사 평가 시 중요하게 언급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바로 Integrity다. 채용 전형과정에서도 다양한 상황에서 보이는 후보자의 태도와 언행으로 그 후보의 Integrity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이를 보고 ‘좀 이상한 사람인 것 같아’라는 인상을 가질 때는 매사에 묻어 나오는 그 사람의 모호한 Integrity를 느꼈기 때문일 수 있다.  

Integrity는 본인이 의도하지 않아도 매 순간 드러나고 타인에게 총체적인 어떤 느낌이나 인상으로 각인되므로 억지로, 갑자기 꾸며내기 어렵다. 그렇다면 후보자가 채용 전형과정에서 자신의 Integrity를 잘 보여주기 위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1. 태도와 언행의 일관성을 유지하자  

면접 합격 후 태도가 바뀌는 지원자가 간혹 있다. 갑자기 회사의 부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며 희망 연봉을 합격 전보다 높여 부르거나 석연치 않은 여러 이유를 들어 입사 일자를 몇개월 후로 최대한 늦추는 태도를 보이는 식이다.  

이때 기업도, 헤드헌터도 적잖이 당황하고 동시에 후보자에 대한 좋았던 평가가 반감될 수 있다. 심지어 채용 담당자는 그 후보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고 다른 시각으로 다시 평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 

부득이하게 말과 태도를 바꾸게 된다면 상대방이 오해하지 않도록 진정성 있게 자신의 상황과 생각을 정직하게 알리는 것이 좋다. 이것은 채용하는 회사에 대한 기본 매너이기도 하다.  

2. 소극적인 거짓말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후보자와 채용 과정을 함께 진행하다 보면 이력서 허위 기재 등 적극적인 거짓말뿐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굳이 말하지 않고 모호하게 남겨두는 소극적 거짓말을 접할 때가 있다.  

가령 필수 기재사항인 대학교 학사 정보는 학력사항에 적지 않고 서울대 MBA 석사 과정과 미국 하버드대 6개월 프로그램 수료 사실만 기재한다거나 퇴사 권유 통보를 받아 한 달 후 퇴사가 기정사실임에도 이 사실이 본인에게 불리하리라 판단하고 헤드헌터나 지원 회사에 알리지 않는 사례 등이 있다.  

채용을 진행하다 보면 통상 2~5개월 소요되므로 곧 드러날 퇴사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는 것은 Integrity의 부족으로 보일 수 있다. 뒤늦게 사실 확인 후 본인에게 물어보면 ‘퇴사를 앞둔 것이지 퇴사한 것이 아니므로 말하지 않았고 이런 것까지 굳이 말해야 하는가’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일정 부분 일리는 있으나, 어떤 기업은 미리 퇴사 사실을 알리지 않은 후보의 Integrity에 의문을 표하며 별도의 평판조회를 수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본인에게 불리할 수 있지만, 상대가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면 얼버무리며 누락하지 말고 처음부터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솔직하게 알리자. 당당하고 정직한 후보가 보여주는 Integrity는 매력이 있다.  

3. 다른 회사 재직 기간 합산이나 조작은 절대 금물이다

이력서에서 경력사항을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사례를 종종 본다. 대개는 이직 횟수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 싶거나 어필하고 싶지 않은 회사에서 짧게 재직한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다. 이런 경우는 심각한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수 있다. 다만 아주 드물게 두 회사 재직 기간을 한 회사에서 한 것인 양 합쳐 기재하는 이가 있다. 적극적인 기망 행위에 해당된다. 실제로 이런 행위 때문에 입사 후 합격 취소가 된 후보를 본 적 있다. 이 후보는 ‘나는 항상 이렇게 이력서를 작성해왔고 두 회사의 재직 기간을 하나로 합산한 것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내 업무 역량과 아무 상관이 없지 않은가’라며 항변해왔다. 이를 보며 평상시 그 후보의 Integrity 부족이 채용 과정에서 드러난 전형적인 사례라고 생각했다.

내가 기업 담당자라면, 재직 기간을 조금이라도 조작하는 후보는 절대 채용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하나의 행동이 후보의 도덕성과 진정성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정직하고 당당하게 알리면서 일관되고 매너 있게 행동하는, 다시 말해 Integrity를 잘 갖춘 정직한 후보의 매력은 채용 현장에서 힘을 발휘한다. 업무 역량과 면접 점수가 비슷한 두 후보가 있다면 최종 합격의 등락을 가르는 한 끗 차이가 이들의 Integrity에 있음을 나는 믿는다. 

정은주 유니코써치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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