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은 김서영’ 불리고파”…4번째 올림픽 입수 나선 맏언니
연속 네 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는 수영 김서영(30·경북도청)이 “파리에선 스스로 납득할 만한 경기를 하겠다”고 메달을 향한 집념을 드러냈다.
18살이던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처음 올림픽 무대에 선 김서영은 2016년 리우, 2021년 도쿄에 이어 올해 파리 대회에서 생애 마지막일지 모르는 도전에 나선다. 지금까지 올림픽 무대를 네 차례 밟은 국내 수영 선수는 박태환과 남유선 둘뿐이었다. 4회 연속 출전은 김서영이 박태환에 이어 두 번째, 여자 선수로는 처음이다.
김서영은 지난 12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한겨레’와 만나 “런던에선 개인 기록 경신만 생각했다면 리우에선 준결승, 도쿄에선 결승 진출과 메달 획득을 목표 삼는 등 선수로서 포부가 점점 커졌다”고 지난 세 차례 올림픽을 돌아봤다. 도쿄 대회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아 “더는 수영을 하고 싶지 않은 정도”로 큰 상처가 남았지만, “파리올림픽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열망 덕분에”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올림픽이라는 게 나가보기 전에는 ‘꼭 가 보고 싶다’는 생각만 드는데, 막상 가서 분위기를 느끼고 보면 ‘다음에도 반드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게 선수로서 다음 목표를 계속 갖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김서영의 이번 대회 목표는 도쿄에서 이루지 못한 결승 진출을 넘어 메달까지 목에 거는 것이다.
목표에 향하는 길은 늘 그렇듯 순탄치 않다. 김서영은 지난달 24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 주종목인 개인 혼영 200m에서 2분13초24로 1위를 했지만 목표한 파리올림픽 기준기록(2분11초47)에 못 미쳤다. 한창 때 자신이 세운 뒤 여태껏 깨지지 않고 있는 한국 기록에도 5초나 뒤진다. 다행히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2분10초36) 기록이 아직 유효해 파리행 티켓을 손에 넣은 김서영은, 같은 대회 접영 100m 결승에서 58초29로 1위를 하며 2관왕을 한 뒤에야 “수영이 나를 좌절하게만 두지 않는구나 싶어서 다시 한 번 용기가 생겼다”며 웃었다.
김서영은 “(2분)13초 기록은 상상도 못 했다. 어릴 땐 (컨디션이) 좋은 날이 더 많았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몸이 더 안 좋을 때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접영 100m 결승 때도 사실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것마저 못 했다면 ‘내려놓아야 하나’ 생각했을 텐데 기분이 또 좋으니 ‘그래, 한 번 더 힘을 내 보자’ 싶었다”고 했다.
‘수영 황금 세대’라 불릴 만큼 함께 도전에 나설 후배 선수가 부쩍 늘어난 점도 김서영을 멈추지 않도록 부추기는 원동력이다. 김서영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한국 기록(2분08초34)을 세운 뒤 주목을 많이 받게 됐다. 처음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굉장한 부담감을 갖고 있단 걸 느꼈다”며 “그런데 지금은 (황)선우, (김)우민이 등 남자 계영을 비롯한 여러 종목에서 다른 친구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관심이 분산돼 부담감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선배로서 책임감까지 줄어든 건 아니다. 그동안 개인전만 뛰던 김서영은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인 지난해 항저우 대회에서 처음 단체전에 도전했다. 혼성 혼계영 400m와 여자 혼계영 400m에서 모두 접영 주자로 나서, 각각 이은지(배영), 최동열(평영), 황선우(자유형)와 동메달을, 이은지(배영), 고하루(평영), 허연경(자유형)과 은메달을 따냈다. 여자 혼계영 은메달 확정 뒤 후배 선수들과 얼싸안고 울먹이는 김서영의 모습은 당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김서영은 “여자 선수들의 개인 경기 성적이 남자 선수들에 비해 아쉬운 상태였다. 다 함께 메달을 하나씩이라도 가져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1번 주자로 뛰고 들어와 이 친구들을 올려다봤는데 너무 절실하다는 게 눈에 보였다. 지금 다시 떠올려도 눈물이 난다”고 돌아봤다.
절실함을 모아내 이룬 성과는 김서영의 뒤를 따르는 선수들의 기준점을 높이는 밑거름이 됐다. “생각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결과의 차이가 정말 크거든요. 예전에는 국내 선수들이 큰 국제 대회에서 예선 탈락하는 경우가 많아 ‘오후엔 뭐 하지’ 이런 분위기가 컸다면, 아시안게임 이후로는 ‘준결승·결승에 가고 싶다’는 식으로 목표를 높게 잡는 선수들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김서영은 “수영 선수 하면 사람들 입에서 박태환, 황선우 등 이름이 나오는데, 그냥 그 사이에 제가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 “힘들 수 밖에 없는 이 과정을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어 간다면 결과 또한 긍정적으로 따라 오지 않을까요?”라며 활짝 웃었다.
진천/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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