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끝없는 진화…“범정부 통합대응체계 구축을”

최소임 기자 2024. 4.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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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신 사기 방지와 대응 위한 세미나
지난해 1인당 피해 1710만원
전년보다 51% ↑ … 5년중 최고
생성형 AI 이용 수법 고도화
부처·기관 협약으론 해결 안돼
고령자 등 취약계층 교육 강화
단일조직 구성 신속대처 절실

보이스피싱·투자리딩방 등 통신 플랫폼을 이용한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더이상 개별 부처와 관계기관이 업무협약을 하는 방식만으로는 진화하는 사기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의견은 최근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금융범죄예방협회가 주최하고 금융위원회·경찰청 등이 후원한 ‘제1회 금융 및 통신 사기 방지와 대응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는 금융업계뿐만 아니라 경찰과 통신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대안을 논의했다.

◆진화하는 보이스피싱=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한 총피해액은 1965억원으로 전년 1451억원보다 514억원(35.4%) 늘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피해 금액이 꾸준히 감소했으나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보이스피싱 1인당 피해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1인당 피해액은 1710만원으로 전년 1130만원보다 51.3% 증가했다. 이는 최근 5년 중 가장 큰 규모다.

피해액 증가와 더불어 사기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특히 발달한 기술이 범죄에 악용되면서 새로운 범죄 유형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주제 발표를 맡은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금융혁신연구실장은 보이스피싱 등 디지털 금융범죄가 인공지능(AI)을 만나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며,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범죄 사례를 소개했다. 생성형 AI는 대량의 데이터를 검토해 잠재적 피해자의 취약점에 맞게 맞춤형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를 작성해 일반인들이 사기를 식별하기 어렵게 한다. 서 연구원은 “생성형 AI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피해자를 속인 경우 피해자의 과실이라고 보기 어려워 구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보이스피싱 가해자 검거와 탈취자금 반환을 위한 수사당국의 최신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전적 사기 방법인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도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검찰 수사관으로 속이는 것부터 검사 사칭, 금융감독기관 사칭까지 범위가 점차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기관 사칭형’ 범죄를 일으키는 집단은 피해자의 심리적 기제를 분석·이용한다고 말한다. 특히 이들은 피해자들이 타인이나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도록 정신적·물리적 고립을 유도하는 특징을 보인다. 서준배 경찰대학교 금융범죄분석센터장은 “사기범들은 기관 사칭으로부터 파생되는 신뢰와 권위를 이용하고, 피해자를 정신적·물리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한다”며 “피해 취약계층인 고령층들이 모여 있는 노인정 등에서 보이스피싱 사기의 심리적 기제(메커니즘)를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범정부 통합대응시스템 만들어야=나날이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처·기관별로 대응하는 것이 아닌 통합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개설한 ‘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가 대표적 예다. 해당 기관은 경찰·한국인터넷진흥원·금감원 등 직원들로 구성돼 있으며, 악성 애플리케이션(앱) 차단, 피해구제 등을 맡는다. 다만 예산과 인력이 한정적이어서 신속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된 조직에서 여러 정책이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지훈 경찰청 금융범죄수사계장은 “경찰·금융위·통신사 등 모두 다른 업무와 병행하면서 범죄 예방 활동을 하기에는 힘든 상황이기에, 통합된 강력한 형태의 단일화된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들에게 더욱 경각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전수한 금융위 가계금융 과장은 “보이스피싱 홍보를 강화하고 있는데 예방이 중요한 범죄인 만큼 소비자들도 경각심을 갖고 거래 전에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그럼에도 피해를 봤다면 바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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