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응급실 10년’ 이주영 당선자 “의정 갈등, 비가역적…정부, ‘反헌법적 명령’ 철회해야”

이원석 기자 2024. 4. 3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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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필수의료’ 정의조차 내리지 않았을 것…굉장히 안일한 정부에 상황 급격히 악화”
‘진짜 여성주의’ 강조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 폐지돼야”
“개혁신당, 앞으로 모두가 피하고 싶은 이슈 ‘공론의 장’으로 끌고 오는 역할할 것”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으로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이주영 당선자는 국내 첫 소아 전문응급센터가 위치한 순천향대천안병원에서 소아응급의학과 세부 전문의로 지난 2월1일까지 근무했다. 10년간 근무했던 병원이지만 그는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이 줄줄이 응급실을 떠나면서 운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막는다며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발효됐고, 이는 응급 의료진에게는 소송과 형사처벌에 대한 막대한 부담감을 안겼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한 날이 이 당선자가 병원을 떠난 2월1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은 여전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응급실에서 청진기를 들었던 이 당선자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또 그는 앞으로 22대 국회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게 될까. 지난 4월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직접 만나 들어봤다.

개혁신당 소속 이주영 22대 국회의원 당선자가 4월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의료계 붕괴 눈에 보여 정치 제안 거절할 수 없었다"

정치권에 들어오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직접 정치를 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정말 생각하지 않았었다. (근무했던 병원의) 팀이 무너지고 본의 아니게 사직을 하면서 정말 처음으로 완전한 가정주부로 지내고 있었는데, 정치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계속 연락이 오더라. 처음엔 '제가 무슨 정치냐'며 고사했지만, 여기 개혁신당에서도 연락이 왔고 남편이나 은사님께서 '지금은 네가 목소리를 낼 때다'라고 설득을 잘 해주셨다. 그리고 사실 정말 의료계가 무너지는 게 눈에 보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하지 않겠다' 말할 수가 없었다. '막지는 못하더라도 마지막 전력은 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당선을 예상했나.

"애초에 정치에 들어오면서 국회의원이 되는 게 목적은 아니었다. 그저 좀 더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고, 비례 순번 1번을 받게 될지도 몰랐다. 앞으로도 기존의 생각이나 방향성에서 결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끝까지 소아과에 남았던 이유도 비슷했는데 소아과에서 일할 때만큼 다른 영역에서도 자신 있고 떳떳하게 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자리를 탐내서 오지 않았고, 내가 잘하는 걸 다른 방식으로 한번 잘 전해보자는 게 목적이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이준석 대표나 천하람 당선자와는 합이 잘 맞나.

"사실 좀 무서웠다(웃음). 그런데 당 분위기가 제가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고, 마치 IT 스타트업 같은 느낌이다.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부분이 의료계 외의 이야기를 할 때 두 분께 미리 물어볼 때가 있는데 답변이 제 생각과 거의 똑같다. 세대도 비슷하고 각자가 원하는 삶의 방향도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든다. 보수냐 진보냐가 아니라 개별 사안에 대해 어떻게 합리적으로 가는 게 궁극적으로 옳으냐는 고민을 실제로 많이 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의료인으로서 살면서 옳다고 생각했던 방향과 당의 방향이 하나도 다르지가 않다. 당을 굉장히 신뢰하고 있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이 대표를 포함해 개혁신당이 총 세 명의 당선자를 냈다. 총선 결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상징적인 부분이 있는 건 맞지만, 사실 많이 아쉽다. 개혁신당으로 다른 지역구에 출마했던 후보님들도 자신의 소신을 위해 쉬운 길을 포기하고 어려운 길을 선택해서 가겠노라 하신 분들이었다. 비례대표도 저희는 그 제도의 취지에 맞게 각 영역의 전문가들을 촘촘하게 배분을 해놨기 때문에 개혁신당이 비례 의석을 많이 얻으면 얻을수록 국민들이 배려 받을 수 있는 영역이 훨씬 넓어졌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에 아쉬웠다. 그럼에도 이번에 좋은 씨들을 잘 뿌렸다고 생각한다. 정정당당하게 했고, 소신 있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앞으로 다음 선거에서 개혁신당만이 올바른 정치, 부끄러운 정치, 그리고 정치의 발전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주영 당선자가 지난 4월11일 함께 당선된 개혁신당의 이준석 대표, 천하람 당선자와 함께 당선 축하 꽃다발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문제 풀려면 원점 재논의 나서야"

의-정 갈등이 두 달을 넘겨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이미 비가역적인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정부가 한마디 할 때마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정부가 정확한 상황을 몰라서 굉장히 안일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바이탈과(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환자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진료과)는 이미 붕괴가 진행 중인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끝났다. 내년에 안 들어올 거다. 원래 있던 사람들도 복귀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금 정부가 건드린 건 다른 과들에 비해 비교적으로 돈도 못 벌고, (업무적인) 강도는 훨씬 세고, 리스크가 훨씬 높지만, 그 일이 정말 좋고, 가치 있다고 생각해 뛰어든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정부는 결과적으로 '당신들은 앞으로 정부가 어떻게든지 쓸 수 있는 그냥 한 명의 메딕(medic·의사)에 불과한 존재다' '개인의 자유는 언제든 박탈될 수 있다'라는 시그널을 준 거다. 사명감이라는 말은 쓰지 않겠다. 이들은 내 자부심, 자존심 때문에 그곳(바이탈과)에 갔는데 한쪽에선 인정을 해주지 않고, 또 한쪽에선 비난을 하고, 미래는 사라진 것이다. 이제 다음 세대가 그 길을 절대로 선택할 수가 없다."

결정적으로 의료계가 가장 반발하고 있는 지점은 무엇인가. 2000명 증원이란 숫자가 잘못된 건가.

"정부가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걸 들고 나왔는데 필수의료하던 사람들이 다 도망갔다. 이유가 있는 거다. 의사들이 반발하는 건 필수의료 패키지 전체가 의료 붕괴를 가속화시킨다는 거지 2000명이라는 숫자가 싫다는 게 아니었다. 국가가 의료계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고, 마치 의사들이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몰고 간 것이다. 가장 묻고 싶은 건 정부가 얘기하는 '필수의료'의 정의가 제대로 있기는 하냐는 것이다. '공공의료'나 '지역의료'도 마찬가지다. 그게 무엇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나 컨센서스(합의)가 없었다. 정의조차 제대로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지역의료, 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해 정원을 늘리겠다고 하니 반발이 안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명확하다. 우선 정부가 지금까지 했던 반(反)헌법적인 명령들을 당연히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원점 재논의를 해야 한다. '2000명에서 500명 줄여줄게' 이건 근거 없는 내용에 의사들까지 편승하게 만드는 것밖에 안 된다. 먼저 시스템을 정비하고 우리나라 미래의 청사진이 나온 상태에서라면 만약 5000명이 모자란다는 판단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의사들 반대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무엇보다 그 5000명을 늘리는 과정에서 의학교육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진행이 돼야 할 거다. 당장 올해 결정해서 내년에 바로 몇천 명을 늘릴 수 있는 구조가 애초에 아니다. 물론 원점 재논의를 해도 돌이킬 수 있을진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전체적인 국정운영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외교적으로나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이나, 의료 문제나 이련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정상적으로 계획을 갖고 움직이는 정부가 맞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의견 수렴 과정도 없고, 국민들이 일반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말들이 나오는 것 자체가 정부로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어떤 부분에선 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든다."

앞으로 개혁신당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개혁신당은 화두를 던지고, 가교를 잇고, 정직한 말을 용감하게 할 수 있는 정당이다. 당내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고, 당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원내에서나 원내에 있지 않은 개혁신당의 구성원들이 앞으로 용감하게 이야기를 던질 것이다. 모두가 피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제대로 공론의 장으로 끌고 나올 수 있게 하는 그런 존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사망사건 특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과 기자회견을 함께 했다. 앞으로도 사안에 따라 그들과 함께 할 여지가 있는 것일까.

"우리 당의 최강점이 그거라고 생각한다. 수학 문제를 풀면 정답은 하나고, 오답은 여러 개다. 두 명이 정답을 썼다면 그 두 명의 정답은 같을 수밖에 없다. 그런 취지에서 얼마 전에도 함께 한 것이다. 어떤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야합할 생각은 없고, 다만 그것이 정답일 때 함께 가는 건 당연하다."

이주영 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시사저널 이종현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 폐지돼야"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 폐지를 얘기했는데.

"워낙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게 제게 더 나았을 수도 있다. '본인은 혜택을 받아놓고 사다리 걷어차는 것 아니냐'고 욕을 먹을지언정 여성이 먼저, 아직은 역차별 등으로 상처받은 사람이 덜한 상황에서 던질 때 가장 진정성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는 여성이 여성인 존재 자체로 존귀하고 존중받을 수 있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진짜 여성주의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불리한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여러 면에서 배려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 그러나 무조건 여성을 절반 이상 할당하는 건, 특히 국회의 비례대표라는 전문성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4년간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저는 참 가족이 중요한 사람인데, 제가 정치를 시작하면서 제일 걱정하는 건 초심을 잃는 것이다. 또 제 뜻과 다른 어떤 정치적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분명히 올 수도 있지 않겠나. 그때 제 남편과 아이들이 반드시 질문을 할 거다. '왜 그렇게 했느냐'고. 제 가족은 제가 그렇게 했을 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들인데, 거기에 대해 제가 대답할 말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 가족에겐 떳떳한 대답이 언제나 준비돼 있을 수 있도록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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