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존에 현장 불만 폭발? 선수협 이번 주 내 입장 표명 “KBO 졸속 도입, 준비 기간 너무 부족했다.”

김근한 MK스포츠 기자(forevertoss@maekyung.com) 2024. 4. 3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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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최근 현장에서 제기되는 ABS(자동 스트라이크-볼 판정 시스템) 존을 향한 불만을 놓고 입장 표명을 준비할 계획이다. 선수협은 KBO가 ABS 존을 졸속 도입하면서 선수들이 새로운 제도에 대한 준비 기간이 너무 부족했다고 바라본다.

팀당 평균 30경기 소화를 넘어간 시즌 페이스 속에서 ABS 존을 향한 선수들의 불만 여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먼저 ‘코리안 몬스터’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포문을 열었다.

류현진은 4월 24일 수원 KT WIZ전 선발 등판 때 ABS 존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계속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5이닝 7피안타 4탈삼진 2볼넷 7실점(5자책)으로 부진했던 류현진은 이날 조용호, 천성호와 상대했던 장면에서 나온 볼 판정에 의문을 보였다. 결국, 류현진은 25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ABS 존 판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같은 경기장 ABS 존임에도 하루하루 존이 다르게 느껴지는 게 류현진의 불만이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사진=김영구 기자
류현진은 적장이었던 KT 이강철 감독과도 그라운드 위에서 만나 한참 동안 ABS 존 판정에 대해 얘길 나눴다. 심지어 한화 최원호 감독은 문동주와 류현진이 천성호를 상대로 던진 비슷한 코스 공에 대한 판정이 달라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만약 특정 감독과 특정 선수들의 ‘감’으로 느낀 ABS 존 판정이 실제로 경기장과 매일매일 다르다면 수정해야 할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KBO는 26일 곧바로 해당 ABS 존 판정 의문 제기와 관련한 트래킹 그래픽 데이터를 공개했다.

KBO 관계자는 “류현진 선수가 등판한 해당 경기 3회 말 조용호 선수의 타석 3구째는 ABS 중간 존 하단을 0.15cm위로 통과했으나, ABS 끝면 존 하단을 0.78cm 차이로 통과하지 못해서 볼 판정을 받았다. 또 천성호 상대 타석에서 문동주 선수가 던졌던 공과 류현진 선수가 던졌던 공은 투구 위치 자체가 완전히 달라서 기계적으로 딱 스트라이크, 볼 판정이 이뤄졌다. 물론 선수 본인이 그렇게 느낄 수는 있겠지만, 매일 존이 달라지는 게 오히려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고 파악했다. 시스템 점검 과정에서 전혀 이상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24일 류현진과 조용호의 3회 말 맞대결 3구째 공 판정 트래킹 데이터. 사진=KBO
류현진과 동갑내기 친구인 KT 내야수 황재균도 언로을 통해 ABS 존에 큰 불만을 내비쳤다. 황재균은 26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상대 투수 오원석의 몸쪽 공을 지켜보다 삼진당한 뒤 헬멧을 집어 던져 퇴장당했다. ABS 존을 통과한 것으로 나온 공이었지만, 포수가 공을 잡는 시점엔 공을 뒤로 흘릴 정도로 낮은 코스의 변화구였다. 주심이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던 지난해까지는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ABS가 판정하는 올 시즌엔 처음으로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한 선수였다.

이처럼 현장의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 속에서 선수협은 ABS 존에 대한 입장 표명을 계획 중이다. 내부적으로도 4월까지 현장 상황을 지켜본 뒤 ABS 문제에 대해 의논하고자 했기에 입장 표명 내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선수협 관계자는 4월 29일 MK스포츠와 통화에서 “이번 주 안으로 내부적으로 의견을 거쳐 입장 표명을 할 듯싶다. 시즌 중반이라도 즉시 조치가 가능하다면 보완해야 하고, 시즌 종료 뒤 논의가 필요하다면 그때는 심도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 해줘야 하지 않겠나. 스트라이크 존 변화 방향성과 관련해서는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 내일부터 선수협 회장과 임원들을 중심으로 대화하면서 방향성이 잡힐 듯싶다”라고 전했다.

선수협은 KBO의 ABS 도입 과정이 졸속이었다고 비판한다. 특히 퓨처스리그에서 그간 운영했던 ABS 존(홈플레이트 중간 면만 통과할 경우 스트라이크 판정, 현재 ABS 존은 홈플레이트 중간 면과 끝 면 모두 통과해야 스트라이크 판정)과 달라진 점에 대해 선수들이 적응할 시간이 극히 부족했다는 시선이다.

선수협 관계자는 “바깥에선 그냥 매뉴얼만 보고 ABS를 바라볼 수 있지만, 선수들은 직접 타석에 서서 성적을 내야 하지 않나. 스프링캠프 때 팀당 한 번 PPT로만 설명한 게 끝이었다. 캠프 연습경기 때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들에게 체감할 수 있는 설명이 없었다. 올해 시범경기 숫자도 적은 데다 그간 퓨처스리그에서 운영한 ABS 존도 아니었다. 퓨처스리그 전체 구장에 설치된 것도 아니었는데 3개월 만에 모든 걸 바꿔놓고 그냥 따라오라고 졸속 도입한 거다. 베테랑 선수들의 경우 수십 년 동안 익숙했던 존이 있는데 새로운 존에 적응할 준비 기간이 너무 부족했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사진=천정환 기자
하지만, 시즌 중반에 ABS 존에 대한 변화를 주는 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시즌 초반 적응을 시작한 상황에서 다시 이 판을 뒤집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최근 자주 나오는 ABS 추적 실패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추적 실패 투구에 대해 판정하는 인간 심판에 대한 불신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A 구단 단장은 “이미 개막한 상황에서 시즌 중반에 ABS 존 설정을 바꾸는 건 어려울 듯싶다. 시즌 종료 뒤에 ABS 존 운영 결과를 놓고 다시 논의하는 자리는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바라봤다.

물론 ABS 존에 대한 긍정적인 현장 반응도 있다. LG 염경엽 감독은 인간 심판보다 ABS 존 판정이 형평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더 낫다고 평가했다. ABS 존이 오히려 예전보다 더 도움이 된다는 일부 선수의 평가도 분명히 있다.

결과적으로 ABS ‘폐지’보다는 ‘보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스트라이크 존 변화 방향성을 두고 타자와 투수의 입장이 다르기에 어떤 방향으로 절충안을 만들어야 할지는 너무나도 큰 난제다.

아직 팀당 30경기 정도만 치렀지만, 2024시즌 리그 전체 타율(0.274)과 OPS(0.761) 수치는 2000~2024시즌 사이에서 각각 7번째와 9번째에 위치할 정도로 리그 ‘타고·투저’ 흐름이다. 이처럼 리그 타격 지표만 본다면 투수들을 위해 스트라이크 존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 하지만, 좋은 타구를 칠 수 있는 스트라이크 존을 원한다는 타자들에게 이런 숫자를 들이민다고 설득이 될지는 의문이다.

총을 쏠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어도 총 방아쇠를 당겼다면 그 총알을 되돌릴 수는 없다. 예상보다 빨리 쏜 총알이 좋은 결과를 냈어도 왜 그렇게 일찍 쐈는지 설명하고, 뒷수습을 어떻게 할지는 총을 쏜 자의 책무다. 이제 ABS 이전 시대로 돌아가는 건 어려워진 분위기 속에 KBO가 어떻게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선수들을 이해시키고, 터져 나오는 불만을 누그러뜨릴지 주목된다.

사진=김영구 기자
김근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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