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이승훤의 음악이야기⑤:그들의 언어로 노래하라

이승훤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예술감독 2024. 4. 30. 0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전시 예술단은 공동으로 수험생을 위한 힐링콘서트를 매년 개최한다.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편히 즐길 수 있게 마련되는 축제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은 문화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포용할 수 있는 문화적 그릇을 만들고, 우리 현장은 그러한 관객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정통클래식의 공연장에서는 대중가수의 콘서트에 대관을 해주지 않고, 정통공연 때는 많은 무대연출이나 즐길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꺼려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승훤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예술감독

대전시 예술단은 공동으로 수험생을 위한 힐링콘서트를 매년 개최한다.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편히 즐길 수 있게 마련되는 축제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기존에 어떠한 콘텐츠를 준비했는지를 살펴봤다. 전임 감독님들은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에 중점을 두고 전통음악을 위주로 편성했다. 하지만 필자는 그들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때 훨씬 더 재미있는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 국악인들은 교과서에서 국악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에 많은 우려가 있고 어릴때부터 습관적인 교육이 국악에 대한 애정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 또한 너무나 당연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필자는 간혹 이런 생각을 한다. 중학교 음악시간부터 서양가곡을 배웠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걸 즐기고 있는가? 본인의 경험이나 주변의 사례를 보면 실제는 거의 그렇지 않다. 결국 문화는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기호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교육은 문화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포용할 수 있는 문화적 그릇을 만들고, 우리 현장은 그러한 관객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고등학생은 문화예술에 가장 중요한 미래관객이다. 그래서 힐링콘서트의 프로그램을 전면 개편하고 K-POP곡을 편성했다. 저작권 때문에 쉽진 않았지만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편곡할 수 있었다. 또한 관객이벤트를 적극 도입해 인형, 풍선, 팔찌 등을 지급하고 일반 가수의 콘서트처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공연 후 영상과 후기를 보니 MZ세대들의 흥이 폭발한 무대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쇼츠에 열광하며 기호에 맞지 않는 것에 무관심한 것이 젊은 세대들의 특징일 수 있지만 그들의 언어로 접근을 하니 그들 역시 흥 많은 보통의 친구들이었다.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문화계에서는 공연장의 문턱이 높은 편이다. 정통클래식의 공연장에서는 대중가수의 콘서트에 대관을 해주지 않고, 정통공연 때는 많은 무대연출이나 즐길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꺼려한다. 반례로 영국의 한 교향악단에서는 1년에 한 두 차례 맥주를 마시면서 공연을 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맥주가 목적은 아니지만 그것과 같이 할 수 있는 공연장은 관객들에게 큰 매력이 되고 이는 높은 만족도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공연예술계는 나와 다른 세대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해라는 단어를 쉽게 쓰지만 이해는 머리보다 감정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해는 지식보다 공감에 가깝기 때문에 공감이 되지 않으면 또 다른 편견과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들이 이해가 안돼'보다는 '그들은 그렇구나'라고 인정하는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필자의 부모님 세대부터도 줄임말은 있어왔다. 긴 기관명을 중요글자만 떼서 줄이는 것처럼. 다만 그러한 관행을 젊은 세대는 자신들의 문화 속에서 자신들의 언어로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별걸 다 줄인다 생각하지 말고 그렇게도 줄일 수 있구나라는 인정으로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공연을 앞으로도 기획하고 싶은 바람이다.

이승훤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예술감독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