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기 맞은 韓食...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이종산업 손 잡아야”

유진우 기자 2024. 4. 3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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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한식 심포지엄 ‘난로 인사이트’
“한국 셰프들이 뉴욕 고급 레스토랑을 석권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프랑스 요리 패권이 끝났다.”

Pete Wells, 'How Korean Restaurants Remade Fine Dining in New York'

지난해 8월,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레스토랑은 어떻게 뉴욕 파인다이닝을 재창조했나’라는 특집 기사에서 한식이 수십년간 이어진 프랑스 요리 시대를 종식시켰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미쉐린 가이드 뉴욕편에서 별을 받은 식당 72곳 중 9곳은 한식당이었다. 프랑스 레스토랑은 7곳에 그쳤다.

바야흐로 한식(韓食) 황금기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한식에 열광한다. 전 세계에 한식 열풍이 불어닥친 지 벌써 수년이 지났다. 이렇게 관심이 뜨거울 때 한식을 정리하기 위해 외식업계 관계자들이 뭉쳤다.

사단법인 난로학원은 29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글로벌 한식 심포지움 ‘난로 인사이트′를 열고 한식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난로학원은 한식 산업화·연구·미래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2022년부터 한식 셰프와 맛집 대표 등 각계 전문가가 만나 커뮤니티를 이룬 ‘난로회(煖爐會)’가 시초다.

난로회는 18세기 조선시대 사대부 양반들이 즐긴 겨울 바비큐 모임이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한양 풍속에 숯불을 지핀 화로를 가운데 두고 음식을 구워 먹는 모임이 있었는데, 이를 ‘난로회’라 불렀다.

현재 난로회는 40여 회에 걸쳐 300여 명이 모인 한식 전문가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단순 커뮤니티를 넘어 한식 인재 양성과 글로벌 교류를 위해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사단법인으로 출발한 이후 참가 신청을 한 일반인을 상대로 그간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 첫 자리다. 이들은 한식 글로벌 브랜딩 방안과 과학을 기반으로 한 한식 요리법 정리 같은 주제를 놓고 심도 있는 발표와 토론을 펼쳤다.

왼쪽부터 오리올 카스트로 디스프루타르 헤드셰프, 송길영 작가. /난로학원

최정윤 난로학원 이사장은 한식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첫 번째로 한식 자체 밸류(value)를 높여야 하고, 두 번째로는 스케일업(Scale-up)을 해야 한다”며 “식당 하나, 음식 한 그릇이 아니라 다양한 이들이 어디에서든 즐길 수 있도록 사업화를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난로학원이 추구하는 ‘연결(connect)’이라는 가치를 한식 글로벌 브랜딩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최 이사장은 “한 업종에서 일을 하다 보면 업계 사람들끼리 만나지만, 난로가 추구하는 건 이종산업계와 만남”이라며 “한식과 다양한 산업을 연결하는 과정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내로라하는 한식 파인다이닝 관계자들은 ‘연구와 실험을 거듭해 과거를 온전히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희 온지음 수석 셰프는 “한식 셰프 100명을 키우자는 목표를 갖고 젊은 셰프를 해외에 보내고, 레스토랑을 열게 했다”며 “온전히 한식을 요리할 수 있는 젊은 세대를 키우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온지음은 최근 도문대작(屠門大嚼)이라는 고서(古書) 연구에 들어갔다. 이 책은 1611년 문신 · 문인 허균이 우리나라 팔도의 토산품과 별미음식을 소개한 책이다.

조 셰프는 “매달 새로운 고서를 공부하면서 의식주에 남아있는 지혜와 철학을 어떻게 하면 정확하게 구현할지, 그리고 현대 시점에서 일상에 녹일 지를 생각한다”며 “이 과정에서 올바른 내일의 유산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스페인 미쉐린 가이드 3스타를 받은 바르셀로나 디스푸르타르의 오리올 카스트로 셰프는 세계인 시각으로 보는 한식만이 가진 고유한 식재료와 그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카스트로 셰프는 한식이 가진 아름다움으로 가장 먼저 뚜렷한 계절 덕에 절기마다 새롭고 신선한 제철 재료를 사용해 요리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다른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으로 재료를 가공한다는 점 또한 한식이 가진 매력이라고 언급했다.

카스트로 셰프가 운영하는 디스푸르타르에서는 한국식 중탕기에 콜리플라워를 오래 익혀 색다른 요리를 선보이기도 한다.

한국 발효 문화가 지닌 고유한 매력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카스트로 셰프는 “현재 유럽에서 한국식 발효 문화는 큰 각광을 받고 있고, 직접 한국에 와서 발효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배우려는 추세”라며 “한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발효는 한국인 역사와 함께 얽혀 있는 생활 방식이자 생각하는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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