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NH투자證 택한 예비 상장 기업 5곳 그쳤다… 톱티어 지위 ‘흔들’

배동주 기자 2024. 4.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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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파두 뻥튀기 상장 논란 후폭풍
경쟁 증권사 대비 4분의 1 수준 그쳐
조 단위 빅딜 주관은 ‘케이뱅크’ 1곳
”경쟁력 알지만, 리스크 부담 크다”

기업공개(IPO) 주관 ‘톱티어’(최상위권)로 꼽히는 NH투자증권의 위상이 바래고 있다. 올해 들어 NH투자증권을 IPO 주관사로 선정한 예비 상장 기업은 5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쟁사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도 조 단위 몸값 평가를 받는 예비 상장 기업과의 계약은 1건에 그쳤다.

작년 파두의 어닝쇼크로 불거진 뻥튀기 상장 논란, 이른바 ‘파두 사태’가 올해 NH투자증권을 덮쳤다. 한국거래소가 상장 심사 문턱을 높이고, 금융감독원마저 깐깐한 심사에 나서자 기업들이 먼저 NH투자증권을 주관사 후보군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은 파두의 상장을 주관했다.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뉴스1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올해 들어 4월 현재까지 5곳 기업(케이뱅크, 키프라임리서치, 비트센싱, 비츠로넥스텍, 삼양컴텍)과 상장 주관 계약을 체결한 데 머물렀다. 공모주 시장 인기로 상장 예비 기업들이 올해 앞다퉈 주관사 선정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한 것과 대조된다.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증권 등 증권사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15~20곳과 주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보다 많게는 4배나 많은 주관 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일부 수의계약이 포함돼 있지만, NH투자증권은 올해 주관사 임의 선정 수의계약조차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올해는 비바리퍼블리카, DN솔루션즈, 서울로보틱스, 세미파이브, 퓨리오사AI, MNC솔루션 등 상장 후 몸값 추정치가 많게는 수조원으로 평가받는 이른바 ‘IPO 대어’들의 RPF 배포가 계속됐다. 다만 NH투자증권은 이중 단 한곳과도 상장 주관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예비 상장 기업들이 먼저 NH투자증권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뻥튀기 상장 논란을 빚은 파두 상장 주관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DN솔루션즈는 경쟁 프레젠테이션 후보에서 NH투자증권을 제외했고, 서울로보틱스는 RFP도 보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IPO 추진 기업의 한 재무 담당자는 “NH투자증권의 IPO 경쟁력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굳이 파두 사태 리스크를 안고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NH투자증권을 배제했다”면서 “특히 파두와 같이 이익미실현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하는 곳은 더더욱 NH투자증권을 선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파두는 반도체 팹리스 업체로 지난해 8월 1조5000억원 몸값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 주관했지만, NH투자증권이 이른바 반장 역할을 맡아 상장을 주관했다. 다만 같은 해 11월 파두의 2분기 매출이 5900만원에 그쳤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뻥튀기 상장 논란이 불거졌다.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이 터졌을 당시만 해도 NH투자증권은 큰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금융당국 조사로 일부 예비 상장 기업의 주관사 후보 배제 얘기가 돌기도 했지만, 이내 사그라들었다. 같은 해 12월 NH투자증권은 SLL중앙 PT에 참여해 주관사가 됐고, 설로인 주관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IPO 1등 주관사로의 입지를 다지는가 했다.

서울 강남구 파두 본사 모습. /뉴스1

상황이 달라진 건 기술특례상장을 중심으로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의 심사가 깐깐해지면서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에 신고서 제출 전까지의 월별 실적까지 명시토록 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월에는 파두 상장과 관련해 금감원이 NH투자증권을 압수수색까지 진행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NH투자증권, 파두, 한국투자증권 순서로 압수수색하면서 뭔가를 잡은 것 아니냐는 풍문이 돌고 있다.

결국, NH투자증권은 IPO 주관사 경쟁에서 밀려나게 됐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NH투자증권을 IPO 파트너로 정한 5곳 예비 상장 기업 중 4곳이 3월 압수수색 전 NH투자증권을 IPO 주관사로 선정했다. 비트센싱의 경우 NH투자증권 경영진까지 총출동해 주관 계약을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NH투자증권은 올해 그나마 6조원 몸값 평가를 받는 케이뱅크로 체면치레를 하게 됐다. 올해 상장 재도전을 정한 케이뱅크는 주관사 재선정을 진행하면서도 과거 상장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을 발탁했다. NH투자증권이 케이뱅크 지분 5.52%를 보유한 과점주주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NH투자증권의 IPO 톱티어 주관사 지위가 당분간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5일 실적 발표에서 “올해 1분기 IPO 주관 2위를 달성하는 등 리그테이블에서 업계 최상위권을 유지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작년 혹은 그 이전 주관 계약에 기반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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