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외국인]① “일할 사람이 없어요” 공장·농촌 만의 외침 아니다

손덕호 기자 2024. 4.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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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업, 1년 전보다 ‘빈 일자리’ 6500개 증가
외국인 유학생 식당서 일하는 시간 늘려줘도 부족
인구감소지역은 몇 년 일하다 가는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
한국서 대학 나와 눌러 사는 ‘외국인 주민’ 받아
대구시 “사는 것만 서구·남구에서…일은 대구 전체서”
2022년 7월 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고용허가제 외국 인력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조선DB

지난해 말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총 250만7584명. 전체 인구(5132만명)에서 4.89%를 차지했다. 경제협력기구(OECD)는 이 비율이 5%를 넘어가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 올해부터 한국은 ‘다문화·다인종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력이 부족해 외국인 근로자 유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서다.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들은 어떻게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있는지, 다른 국가와 비교해 국내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짚어본다.[편집자 주]

이르면 7월부터 식당 주방에서 콩나물을 무치고 순대를 써는 외국인 근로자를 볼 수 있게 된다. 투숙객이 나간 뒤 침대 시트를 갈고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도 외국인 근로자가 하게 된다. “일 할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이 더 이상 공장이나 건설 현장, 농촌만의 일이 아니라, 인구 1000만명이 사는 서울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다음달 3일까지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는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E-9 비자)를 고용하기 원하는 중소기업으로부터 ‘2024년도 2회차 신규 고용허가 신청’을 받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려는 노력을 했으나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외국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베트남·필리핀 등 협약을 체결한 16개국 외국인 근로자에게 비전문 취업(E-9) 비자를 발급해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등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한다.

올해 도입하는 고용허가제 외국 인력은 16만5000명이다. 지난해(12만명)보다 37.5% 급증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규모만큼이나 올해는 제도에 큰 변화가 있다. 한식 음식점과 호텔·콘도업도 고용허가제 외국 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 된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택배업, 공항 지상조업 상·하차 직종 고용허가에 외국 인력이 일할 수 있도록 풀었고, 올해는 더 완화했다. 이번에 신청을 받은 한식당과 호텔에서는 이르면 7월부터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게 된다.

하지만 “일할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에 따르면 기준 일자리는 있는데 근로자를 채우지 못한 ‘빈 일자리’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20만4000개다. 정부는 조선업과 함께 음식점업에도 집중적으로 일자리 매칭 지원을 해 고용보험 피보험자수(3~10월 평균)가 전년 동기보다 4만6000명 늘었지만, 여전히 빈 일자리 수는 6500개 증가했다.

그래서 대책으로 나온 게 고용허가제 외국 인력을 음식점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도입되는 인력은 한식당 주방 보조 업무에만 한정적으로 배정된다는 한계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추후 한식당에서 실시되는 시범사업을 평가한 후 중식·일식·양식 등으로 확대할지 검토할 계획이다.

또 법무부는 유학생 비자(D-2)로 체류 중인 외국인들이 시간제 취업 허용 시간을 종전 20시간에서 25시간으로 늘리고, 학업성적·한국어 능력이 우수하면 5시간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대들이 생존을 위해 외국인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면서 해당 지역 음식점 일손 부족을 해소하고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3년 7월 20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외국인 유학생 채용 박람회'에 참가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부산일자리 정보망에 가입을 위해 개인정보를 작성하고 있다. 부산 동구, 서구, 영도구에 5년 이상 거주 또는 취업하는 조건으로 부산시장 추천을 받아 발급하는 '지역특화형 비자' 허용업종을 포함해 16개 지역 기업과 외국인 유학생 등 300여 명이 참여했다. /조선DB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89곳이 인구감소지역이다. 정부는 이런 지역에는 몇 년만 한국에 살다가 떠나는 외국인 노동력이 아닌 ‘외국인 주민’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는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어 능력을 갖춘 외국인 유학생 등에게 5년 이상 인구감소지역에 거주하거나 취업·창업하는 조건으로 거주(F-2) 비자를 발급해주는 제도다.

지자체는 지역특화형 비자로 체류 자격을 얻은 외국인이 취업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89개 인구감소지역에는 군(郡) 지역 뿐 아니라 부산 동구·서구·영도구, 대구 남구·서구 등 쇠락한 원도심도 있어 한국 정착을 원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효용성이 크다.

부산시는 지난해 7월 지역특화형 비자 관련 기업과 외국인 유학생 300여명이 참여한 채용박람회를 열어 정착을 도왔다. 대구시는 서구·남구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점을 고려해 외국인들이 거주는 서구·남구에서 하되 취업은 대구시 전역에서 할 수 있도록 법무부 승인을 얻어 취업 요건도 완화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역특화형 비자는 동반 가족을 초청할 수 있어 지역 인구 증가에 기여할 수 있고, 본인과 배우자 경제활동으로 만성적으로 일손 부족을 겪는 중소기업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진혁 대구시 정책기획관은 “외국 인재들이 진정한 이웃 주민으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외국인력 도입을 확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음식점은 남들 쉬는 날에 일하고, 근무 시간도 재료 손질부터 마감 후 정리할 때까지 길다”며 “시급을 최저임금보다 2000원 더 줘도 내국인 고용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고용허가제 외국 인력이 음식점에 배정되지만 한식당 주방 보조 업무로 한정된다. 외식업 전체 파이로 봤을 때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식당에서 유학생도 더 많이 쓸 수 있게 됐지만, 업무 숙달 수준과 관계 없이 내국인과 동일한 임금을 줘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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