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똑똑' 또 낯선 남자가…이 사람 뜨자 발길 '뚝', 성매매 싹 쓸었다

김지성 기자 2024. 4.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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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경찰서장⑨]김동수 서울 강남경찰서장 "강남 경찰, 경찰 대명사 되도록"
[편집자주]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김동수 서울 강남경찰서장. /사진제공=서울 강남경찰서

#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 직장인 A씨는 회사와 가까운 이곳에 자취방을 마련했다. 혼자 사는 삶이 익숙해지기도 전, 매일 밤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공포를 느낀다. "누구세요"라고 물으니 낯선 남성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이내 사라진다. 이 오피스텔에선 밤낮없이 모르는 남성들이 얼굴을 바꿔가며 집 문을 두드렸다.

2015~2016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신종 오피스텔 성매매가 성행했다.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는 단속이 까다로웠다. 경찰이 추적을 시작하면 빠르게 방을 빼고 사라졌다. 거센 확산세에 '오피스텔 집창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당시 서울경찰청 풍속단속계장이던 김동수 서울 강남경찰서장은 이 확산세를 잡아야 했다. 오피스텔 성매매는 성매매도 문제였지만 폭행, 강도 등 강력 범죄를 동반해 주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김 서장은 "불법성이 크거나 그 시점 사회적으로 가장 문제인 범죄를 확실히 제어하자는 목표가 있었다"며 "당시 신종 범죄이던 기업형 오피스텔 성매매와 청소년 성매매가 그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김 서장은 강남권 합동단속반에 배치된 경찰관 70명과 함께 강남·수서 지역 오피스텔을 집중 단속했다. 대대적인 단속 끝에 총 51개 오피스텔에서 144개 업소를 단속했다. 검거된 사람만 366명에 달했다. 단속한 오피스텔 중 한 곳은 전체 120개 방 중 20곳이 성매매 장소로 이용되고 있었다.

김 서장은 또 '가출팸' 사이 발생하는 가출 청소년 성매매에도 주목했다. 처음에는 가출한 청소년끼리 동거하는 데서 시작해 감금, 폭행, 성 착취로 이어지는 심각한 범죄였다. 일부는 피해자였던 청소년이 다른 또래 청소년을 피해자로 전락하게 하는 악순환이 이뤄졌다. '또래 포주'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였다.

김 서장이 대대적인 청소년 조건 만남 및 성매매 단속에 나선 이유다. 그 결과 가출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매매 알선 사건 13건을 단속해 56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6명을 구속했다.

김 서장은 단속에서 그치지 않았다.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제도'를 강조했다. 이 제도는 피의자가 범죄로 얻은 수익금을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가기 전임의 처분하지 못하도록 막는 제도다. 당시에는 성매매 단속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 이 제도가 지금처럼 주목받지 않았다.

김 서장은 "성매매 피의자들은 교도소 가는 것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이들에게서 수익금을 뺏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죄 수익금) 증명, 압수, 진술 확인 등 업무가 늘어 반발도 적잖았지만 지금은 수사 파트에서 강조되는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화려한 강남, 이면엔 다채로운 사건·사고…"불법 용인? '시그널'부터 뿌리 뽑는다"
김동수 서울 강남경찰서장. /사진제공=서울 강남경찰서

약 10년 전 서울 강남의 성매매 범죄 근절에 앞장섰던 서울경찰청 풍속단속계장이 강남 권역의 질서를 총책임지는 경찰서장이 됐다. 김 서장은 지난 2월 부임해 두 달여 강남서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첫 한 달 동안 정말 바쁘고 걱정도 많이 됐는데 시스템이 잘 돼 있고 기능 간 협업이 잘 이뤄져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강남은 소위 부촌이라 불리며 화려한 이미지를 준다. 유동 인구가 많고 유흥 문화도 발달했다. 동시에 성범죄, 마약 범죄, 강력 범죄, 대규모 사기 사건, 신종 도박 범죄 등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주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고소·고발 접수 건수가 전국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이 때문에 강남경찰서 범 수사 부서에 수사팀만 48개가 있다.

김 서장은 "사기 사건만 놓고 보더라도 강남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피해액이 수십억원 단위일 정도로 규모가 큰 편"이라며 "각 부서의 담당 직원들이 CCTV(폐쇄회로TV) 추적부터 수사, 검거, 구속 등 열심히 해주고 있는데 밤낮으로 노고가 크다. 때론 걱정이 된다"고 했다.

김 서장은 관내 특성을 고려해 마약과 성범죄 등에 대해 무관용, 엄정 대응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예방 활동도 적극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일례로 이른바 '셔츠방' 등 번화가 길바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불법 광고물과 관련한 업소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준비하고 있다.

김 서장은 "단순히 환경 미화 차원이 아니라 이런 불법 광고물이 공공연하게 살포되는 것이 자칫 '무질서한 불법 행위를 용인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 단속하는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결국 마약, 성범죄와 같은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지자체와 협조해 지속해서 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원 안녕이 곧 시민 안전…'강남 경찰', 경찰 대명사 꿈 꾼다
김동수 서울 강남경찰서장이 직원 근무 장소를 방문해 표창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 강남경찰서

김 서장은 직원 처우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강남서장으로 부임하기 전 경찰청 경무담당관으로 일했고 그에 앞서 서울경찰청 복지계장, 경무계장 등 복지 관련 부서에서 6년 가까이 근무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 공상을 입고 명예퇴직한 동료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서울경찰청 상조회 정관을 개정하기도 했다.

강남경찰서장으로 부임 후 '찾아가는 즉상수여식'을 진행 중이다. 주요 피의자 검거뿐 아니라 범죄 예방에 공이 있는 직원의 근무 장소를 서장이 직접 찾아가 격려하는 문화다. 표창 수여와 함께 서장이 직접 고른 책에 표창 대상자의 계급, 부서 등을 고려해 손 편지를 적어 전달하고 있다.

김 서장은 미국 뉴욕의 경찰을 일컫는 'NYPD', 영국 경찰 애칭인 '보비 아저씨'처럼 '강남 경찰'이 전문성 있는 경찰의 대명사가 되는 날을 꿈꾼다.

그는 "동료 경찰들이 자긍심을 갖고 기량을 발휘하도록 환경과 기반을 마련하는 스태프 중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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