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투더스페이스]④ "우주청, 어떤 국제협력할지 고민해야…기초과학도 필요"

이병구 기자 2024. 4.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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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컨텍 대표
이성희 컨텍 대표. 컨텍 제공

[편집자주] 5월 27일 처음으로 한국 우주개발을 전담하는 정부 기관인 우주항공청이 출범합니다. 누리호와 다누리 성공 이후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열망이 뜨겁습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은 2030년 5900억달러(약 8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열악한 환경에도 미래 우주시장 개척에 묵묵하게 발걸음을 디뎌온 국내 우주기업들을 만났습니다. 우주항공청 설립에 대한 기대감,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다이내믹한 도전을 연속으로 게재합니다. 

"부족하면 협력하면 됩니다. 혼자 다 해보려다가 잘 안됩니다. 우주기업은 국제협력이 필수입니다. 우주청은 어떤 국제 협력을 이끌어낼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국제 연대와 협력을 기반으로 우리 기술과 마케팅을 확대해야 합니다."

이성희 컨텍(CONTEC) 대표는 국제협력이 필수적인 우주 비즈니스에서 5월 개청을 앞둔 우주항공청이 어떤 국제협력을 제시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정부나 기관 주도의 우주 분야 국제 협력이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우주항공청 출범에 대한 기대가 큰 셈이다. 

이 대표는 "지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위성과 로켓 등 이른바 돈이 되는 분야를 민간에 넘기고 있다"며 "국가 R&D 영역과 민간 산업 영역을 잘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주항공청이 크게 '연구개발(R&D)'과 '상업적 우주 비즈니스'라는 '투트랙'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돈이 되는 우주산업은 민간기업들이 더 잘하고 R&D 연구자들은 우주개발에 필수적인 기초 연구를 잘한다"며 "기본적인 틀을 만들면 우주산업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컨텍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에서 근무한 이성희 대표가 2015년 1월 창립해 내년 10주년을 맞는 한국 1세대 우주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11월 코스닥에도 상장한 컨텍은 위성을 관제하는 지상국 서비스로 시작해 현재는 위성 데이터 분석, 위성 카메라 개발 등 다양한 사업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에는 자체 위성 데이터 확보를 위해 '오름 SAT' 위성을 궤도에 올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우주 분야의 기초과학 연구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빠른 산업 성장을 위해 그동안 응용연구에 집중했고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며 "이제 우리도 기초과학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Q. 우주 R&D에서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를 강조했는데.

"예를 들어 우리가 달에 가겠다, 목성에 가겠다고 한다면 우주선에 실은 연료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지가 문제다. 여러 아이디어가 있겠지만 기초과학이 새로운 연료 물질을 개발하면 그런 고민 없이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기본적인, 근본적인 연구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 그래야 20년 뒤에 노벨상도 나온다. 기초과학이 국격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컨텍은 지상국 서비스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사업 영역이 매우 넓어 보인다. 지난 달에 자체 위성도 쏘아 올렸다.

"이미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중동, 미국 등 우리 지상국 서비스를 받는 위성 수가 86개 정도 된다. 위성 영상 데이터를 받아 목적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처리하는 사업도 한다. 아파트, 도로 등을 찾아내거나 도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해양 오염 재난 등 분석 서비스 수준은 세계적인 입지에서도 탑 레벨에 있다고 생각한다. 로켓 발사체를 제외하고 우주보험 연계, 위성 발사장 배송 등 풀 패키지 서비스를 마련해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위성 영상을 분석할 때 고객이 원하는 데이터를 주려면 특정 시점에 특정 장소를 위성이 촬영해야 한다. 우리 위성이 없으니 남의 위성 데이터를 사서 쓸 수밖에 없고 아무래도 제약이 컸다. 그래서 3년 전부터 기획해 자체 위성을 올렸다."

Q. 다른 국내 우주기업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물론 우주항공청이 생기면 각 민간기업에 어떤 혜택이 갈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기업들도 자기 회사뿐 아니라 대한민국 우주산업을 위해 큰 그림에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질 수 있는 걸 제안해야 한다. 우주항공청에 바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목소리를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

Q. 사회공헌이나 홍보 활동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사회공헌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즈니스를 하고 돈을 벌고 한 것들이 사회 덕분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항우연에서 배운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회사가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정부, 고객사, 파트너사, 가족 등의 도움이 있었다. 사회에서 받은 사랑을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우주 산업의 실생활 영향에 대해서 대중들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 우주라는 분야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생각한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선글라스, 메모리폼 모두 우주개발에서 나온 것들이다. 우주라는 분야를 차기 먹거리로 육성하려면 개인의 목소리보다 대중이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시안 스페이스 파크(ASP)'는 컨텍 안테나와 다른 해외 파트너사 안테나를 함께 들여 제주도에 조성 중인 지상국 단지다. 제주도는 가시성이 좋고 우리가 처음 개국한 지상국도 제주도에 있어 의미가 있다. 체험관 등도 조성해 관광지처럼 누구나 들어와서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Q. 내년이 창립 10주년이다. 지금껏 걸어온 길에 대해 감회가 있을 것 같다. 

"2015년 1월에 창업하고 2018년 5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첫 박람회를 나갔다. 부스에 사람들이 아무도 관심을 안 줬다. 피칭 기회를 얻기 위해 박람회 주관 업체를 내내 찾아다녔다. 독일에서 담당자가 약속을 까먹은 바람에 문앞에서 7시간을 기다렸다. 그때 처음으로 3분 피칭 기회를 얻었다.

이후 컨텍의 비즈니스와 위성영상 활용에 대해 발표 기회를 더 얻고 이제 토론 패널로도 참여하고 있다. 노력으로 해낸 일이다. 지금은 해외에 나가면 컨텍이라는 이름이 꽤 알려져 있다. ISS라는 국내외 우주기업 네트워킹 행사도 직접 주관한다. 이렇게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다.

힘들었지만 그때도 성공 못 할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다. 돌아보면 정말 재미있었다고 생각한다. 동유럽에 가면 공항에 한국인 전용 입국 게이트가 따로 있다. 대우자동차 같은 해외 비즈니스 개척자가 일군 노력의 결과다. 만약 컨텍도 잘 된다면 나중에 그런 길을 닦은 기업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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