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최고 유망주 잠재력 폭발? 약점 없는 ‘찬란한 봄’ 보내는 알렉 봄[슬로우볼]

안형준 2024. 4.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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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올해는 정말 다를까. 드디어 잠재력이 제대로 폭발하는 것일까.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4월 29일(한국시간)까지 시즌 19승 10패(승률 0.655)를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2위. 지구 선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추격 중인 필라델피아는 아주 순조로운 흐름으로 시즌을 출발했다(이하 기록 4/29 기준).

최강 전력으로 손꼽히는 애틀랜타가 워낙 강력한 것일 뿐, 필라델피아는 6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하며 순항하고 있다. 지금 당장 포스트시즌이 시작된다면 안정적으로 티켓을 따낼 수 있는 성적. 애틀랜타와 함께 최강팀으로 불리는 LA 다저스는 승률 0.600으로 오히려 필라델피아보다 부진하다.

필라델피아의 초반 흐름을 이끄는 힘은 선발 마운드에 있다. 필라델피아는 잭 윌러, 애런 놀라, 레인저 수아레즈, 크리스토퍼 산체스, 스펜서 턴불의 5인 로테이션으로 시즌을 시작했고 5명의 선발투수는 어마어마한 초반 안정감을 선보였다. 개막 로테이션에 포함된 5명이 기록한 합계 평균자책점은 2.13으로 내셔널리그에서 압도적인 1위였다. 29일 부상 복귀전을 가진 타이후안 워커가 6실점을 기록하며 선발 평균자책점이 2.36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전체 2위의 수치고 내셔널리그 2위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3.48)보다 훨씬 낮다.

워낙 강력한 마운드지만 마운드의 힘만으로 6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할 수는 없다. 타선의 도움도 당연히 있다. 그리고 그 타선을 이끄는 선수는 바로 주전 3루수인 빅리그 5년차 알렉 봄이다.

봄은 올시즌 29경기에 출전해 .365/.441/.615 4홈런 26타점을 기록했다. OPS 전체 3위(1위 무키 베츠, 2위 마르셀 오주나)로 오타니 쇼헤이(4위, OPS 1.038)보다도 더 좋은 성적이다. 그리고 전체 타율 3위, 출루율 2위, 장타율 4위, 그리고 타점 공동 2위로 현 시점에서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1996년생 우투우타 3루수 봄은 원래 특급 기대주였다. 대학 신인으로 참가한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에 전체 3순위 지명을 받았다. 봄보다 먼저 선택받은 선수는 케이시 마이즈(DET)와 조이 바트(SF 지명, 현 PIT) 둘 뿐이었다. 마이즈가 투수, 바트가 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포수를 제외한 야수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은 것이다.

'즉시 전력감'에 가까운 대학 신인답게 데뷔도 빨랐다. 2019년 싱글A와 더블A를 거치며 125경기 .305/.378/.518 21홈런 80타점을 기록한 봄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마이너리그 시즌이 취소되자 트리플A를 건너뛰고 빅리그에 데뷔했다. 그리고 단축시즌으로 진행된 데뷔시즌 44경기에서 .338/.400/.481 4홈런 23타점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 2위에 올랐다.

굉장한 거포는 아니지만 정교함과 중장거리 타격 능력, 무난한 출루 능력까지 보유한 핫코너 선수로 승승장구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상승세는 이어지지 못했다.

2년차 시즌이던 2021년에는 '타구는 강하지만 공을 띄우지 못하는 타자'로서 타격의 약점을 드러냈고 115경기에서 .247/.305/.342 7홈런 47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115경기에서 111개의 삼진을 당했고 볼넷은 단 31개 밖에 골라내지 못했다. 공격력이 떨어지자 약점인 수비력은 더 부각됐고 2021시즌에는 마이너스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를 기록했다.

봄은 2022시즌부터 발사각도를 올려 공을 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삼진 문제도 해결해 리그 평균보다 확연이 적은 삼진을 당하는 타자가 됐다. 정교함도 확실하게 끌어올려 2할 후반대의 타율을 유지하는 선수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리그 평균을 겨우 넘어서는 생산력을 보이는데 그쳤다. 2022시즌에는 변형 패스트볼에 약점을 노출했고 2023시즌에는 변형 패스트볼 대응 능력을 키웠지만 오히려 포심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졌다. 그리고 볼넷을 골라내는 능력은 여전히 부족했다.

데뷔 첫 4시즌 동안 주전 내야수로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456경기에서 .276/.325/.406 44홈런 239타점을 이록하는데 그쳤다. OPS+(조정 OPS)는 리그 평균(100)을 간신히 넘어선 101. 그렇게 봄은 평범한 선수로 커리어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올시즌 달라졌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모든 면에서 발전을 이뤘다. 정교함은 물론, 장타력과 출루 능력까지도 장족의 발전을 이룬 모습이다. 데뷔 첫 4년 동안 0.130에 그쳤던 순장타율은 0.250까지 올랐고 단 118타석만에 장타를 17개나 기록했다(지난해 611타석 51장타). 이 페이스라면 지난해만큼 타석을 소화할 경우 80개 이상의 장타를 기록할 수도 있다.

지난해 떨어졌던 포심 대처 능력이 향상됐고 변형 패스트볼 대처 능력도 유지하고 있다. 유일하게 약점을 보이는 공은 체인지업 뿐. 지난 2년 동안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스위퍼에 대한 대처 능력도 엄청나게 향상됐다. 2022년 상대 타율이 채 1할 미만이었고 지난해에도 2할 미만이었던 스위퍼를 상대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능력을 유지하면서 볼넷을 크게 늘린 것도 엄청난 발전. 봄은 삼진 18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을 14개 골라냈다. 후안 소토(NYY)처럼 어마어마하게 볼넷을 골라내는 수준은 아니지만 리그 상위 20% 이내에 해당하는 볼넷율을 기록하고 있다. 오타니나 애런 저지(NYY)와 같이 공을 쪼갤 듯한 타구를 날리는 타자는 아니라는 점만 빼면 현재 사실상 타석에서 약점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부터 봄은 시즌 시작이 나쁘지 않은 타자였다. 통산 3-4월 OPS가 0.791로 통산 성적(0.748)보다 훨씬 좋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맹타를 휘두른 적은 없었다. 올시즌의 활약은 분명 예년의 '초반 반짝'과는 다르다. 그리고 봄은 시즌 중반에 가장 강한 타자다. 통산 7월 성적이 .361/.425/.539로 월별 성적 중 가장 압도적으로 좋다. 이 점을 감안하면 봄의 올시즌 '최고점'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지금의 성적이 끝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예년과 다른 초반을 보낸 뒤 결국 '제자리'를 찾아가는 선수들은 매년 나타난다. 봄도 그런 선수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2012-2021시즌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해당기간 7차례나 루징시즌을 기록한 필라델피아는 최근 2년 연속 가을 잔치에 참가했다. 2022시즌에는 가을 돌풍을 일으키며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밟았고 지난해에도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7차전 승부 끝에 아쉽게 패했다. 올해야말로 정상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만약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면 봄은 필라델피아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중심으로 팀을 2008년 이후 첫 우승으로 이끌 수도 있다. 과연 찬란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는 봄이 올시즌 제대로 기량을 폭발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알렉 봄)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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