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년의 고단과 청년의 상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 2024. 4. 30.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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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하는 고령자 934만명, 쉬는 청년은 40만명이다.

금융위기를 막 벗어났던 2010년과 비교하면 고령층(55세 이상) 취업자는 102%나 늘었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쉬는 청년층(15~29세)은 46% 증가했다.

고령자와 청년이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은 풀기 어려운 문제다.

더 이상 고령자를 고단하게 해서도, 청년들이 원치 않는 상실을 겪게 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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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하는 고령자 934만명, 쉬는 청년은 40만명이다. 금융위기를 막 벗어났던 2010년과 비교하면 고령층(55세 이상) 취업자는 102%나 늘었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쉬는 청년층(15~29세)은 46% 증가했다. 더욱이 고령 취업자 수가 청년 취업자 수보다 많아진 것은 벌써 16년째고, 작년에는 그 격차가 540만명을 넘어섰다.

고령 취업자가 점점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령인구 자체가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예전보다 고령자의 건강 수준이 크게 좋아지고 일할 의지와 능력도 많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이 일하려는 이유는 '일하는 즐거움'(37.3%)도 있지만, '생활비에 보탬'(53.3%)이라는 목적이 더 컸다. 노인(65세 이상)의 90%가 공·사적 연금을 받고 있지만 노후 소득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청년층 상황은 어떤가. 전체 고용지표는 비교적 양호하지만, 별다른 활동 없이 쉬고 있는 청년이 늘고 있는 것은 문제다. 특히 청년들이 쉬고 있는 주된 이유가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자리 수요와 공급 간 불일치가 존재함을 짐작할 수 있다.

고령자와 청년 모두 일자리의 질이 취약하다는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령 취업자 중 상용직 비중은 36.7%로 핵심근로연령층인 15~54세(66.8%)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반면 임시·일용직 비중(26.9%)과 나홀로 자영업자 비중(30.8%)은 고령층이 15~54세보다 10%p 이상 높았다. 청년 취업자 가운데 단시간 일자리 비중은 2015년 16.9%에서 작년 28.0%로 높아졌고, 1년짜리 단기계약직 일자리도 늘었다.

고령자와 청년이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은 풀기 어려운 문제다. 다만 그간의 노동시장 상황을 보면 법정 정년 연장이나 청년 의무 고용 강화 등 규제적 노동정책은 해답이 아니다.

먼저 임금체계부터 바꿔야 한다. 우리 기업의 상당수가 운영하는 연공급 임금체계는 직무와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이 어려워 고령자의 고용 안정성을 낮추고, 신규 채용을 가로막는다. 근속연수가 아닌 일의 가치와 성과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연령에 따른 임금과 생산성 간 괴리를 최소화해 더 많은 그리고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를 만들수 있다.

고령자와 청년을 타겟으로 한 핀셋 고용대책도 필요하다. 변화에 취약한 고령층를 위한 직무훈련과 고용서비스를 내실화해 재취업을 지원하고, 고령자의 신체적 조건과 역량을 고려한 적합 직무를 지속 발굴해야 한다. 또한 과열된 경쟁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에게는 스스로 진로를 탐색하고 보다 빠르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산업현장 맞춤형 직업훈련이나 일경험 등 고용지원서비스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노동시장 내 일자리의 총량 자체도 늘려야 한다. 민간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산업현장에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없애고, 규제 패러다임도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고령자는 우리 노동시장의 든든한 인적자본이고, 창의력과 열정으로 가득한 청년은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이끌 원동력이다. 더 이상 고령자를 고단하게 해서도, 청년들이 원치 않는 상실을 겪게 해서도 안 된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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