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71> 갑자기 민희진 신드롬

방호정 작가 2024. 4. 3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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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이 무대를, 아니 기자회견을 뒤집어 놓았다.

편의점 나온 듯 화장기 없는 초췌한 얼굴에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등장해 카메라 플래시에 예민하게 반응할 때만 해도 알 수 없었다.

복잡살벌한 공방의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두 시간 남짓한 기자회견의 후폭풍은 엄청났다.

기자회견을 보며 감정이입이 되어버린 건 이미 민희진이라는 아티스트의 팬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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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이란 아티스트

민희진이 무대를, 아니 기자회견을 뒤집어 놓았다. 편의점 나온 듯 화장기 없는 초췌한 얼굴에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등장해 카메라 플래시에 예민하게 반응할 때만 해도 알 수 없었다. 심하게 편안해 보이는 착장이 사실 전투복이었다는 사실을.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민희진 이야기가 넘쳐흘렀다. 복잡살벌한 공방의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두 시간 남짓한 기자회견의 후폭풍은 엄청났다.

긴 세월에도 길들여지지 않고 저항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멸종위기의 엑스세대 청년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어느 뮤지션은 ‘라이브는 저렇게 해야 하는 구나’ 라는 감상을 남겼다. 오랫동안 아이유에게 따라붙었던 ‘국힙원탑’의 칭호가 민희진에게 붙었고 밈들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그 와중에 27일 뉴진스의 신곡 ‘버블 검’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2일간 13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디토’의 여름버전 같은 청량하고 아련한 감성이 가득 출렁인다. 한 순간도 소녀였던 적이 없는 40대 아재임에도 불구하고 ‘저 때가 참 좋았었지’ 추억에 잠기게 한다. 나비처럼 자유롭게 나풀대는 플루트 소리를 들으니 자연스럽게 BTS 뷔의 ‘slow dancing’도 떠올랐다. 이 곡 역시 플루트 솔로로 마무리되고 뮤직비디오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남자 아이돌 뮤직비디오 중 유일하게 반복해 감상하는 영상이다. 편안한 무드 속에 울컥 치솟는 슬픔이 느껴지는 이 곡 역시 민희진이 프로듀싱했다. 직접 작곡·연출을 하는 건 아니지만 미대출신답게 그가 프로듀싱한 작품은 긴 여운을 남긴다.

기자회견을 보며 감정이입이 되어버린 건 이미 민희진이라는 아티스트의 팬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기자회견으로 하이브 역시 타격이 있었을 것이다. 거대 연예기획사란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오빠·언니들을 혹사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항상 따른다. 한마디로 악당이 되기 딱 좋은 포지션이다. 하이브가 글로벌 기획사답게 글로벌한 규모의 대인배적인 면모로 극적인 대통합을 이끌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뉴진스가 성공한 건 결정적으로 결이 다른 감성이 있었기 때문이고, 이는 자본으로도 만들어지기 어렵다. 이번엔 부디 ‘그리하여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같은 동화적인 결말을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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