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 공급난’에 빠진 수도권 아파트...“文정부 미친 집값 재연 우려”

진중언 기자 2024. 4. 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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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허가 수 17년 만에 최저… 분양·착공 저조
공사비 치솟고 고금리 겹친 탓… 규제완화도 난항
지난 15일 오후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뉴시스

3~5년 후 수도권 집값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선행지표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부터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 뒤 수도권에 공급되는 아파트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뜻이다. 인허가뿐만 아니라 최근 2년 동안 수도권에서 착공한 아파트 물량과 분양 실적도 역대급으로 적은 ‘삼중(三重) 공급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르면 1~2년 후 수도권 공급 부족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미친 아파트 값’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파트 공급난을 대하는 정부의 인식은 과거와 다르다. 문 정부는 공급 부족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에 쏠리는 수요를 억누르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윤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의 방법으로 수도권에 160만가구 공급을 추진 중이지만, 고금리·고물가 등의 요인으로 신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일러스트=박상훈

29일 본지가 국토교통부의 주택 공급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2~2023년 2년 동안 수도권 전체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30만1867가구로 직전 2년(2020~2021년) 대비 27%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인허가는 4만6621가구로 45% 급감했다. 특히 지난해 서울 아파트 인허가는 2만1284가구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7년 이후 가장 적었다.

수도권 아파트 인허가가 급감한 것은 2022년부터 본격화한 고금리와 건설 자재 값 인상 등의 영향이 크다. ‘패닉 바잉’ 열풍 등으로 과열됐던 주택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고, 준비하던 아파트 사업을 보류하는 민간 업체가 늘면서 인허가 물량이 줄었다. 인허가를 받아놓고도 착공이나 분양에 차질을 빚는 사업장도 많아졌다. 또한 신규 택지가 귀한 서울에선 재건축·재개발이 지연되는 사업장이 늘면서 공급 지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최근 2년간의 수도권 아파트 인허가 부진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했던 2013~2014년 상황과 비슷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치솟았던 아파트 값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꺾이기 시작해 바닥을 치던 때다. 당시 2년 동안 수도권 아파트 인허가는 26만7210가구에 그쳤다. 이때 인허가 물량 감소는 결국 아파트 공급 부족을 불러왔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집값 급등의 단초가 됐다. 게다가 당시 정부는 공급 확대 방안을 찾기보다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에 쏠리는 수요를 각종 규제로 억누르면서 집값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다.

인허가 외에 착공·분양 같은 다른 공급 지표도 심각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수도권에서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해마다 20만가구 안팎의 아파트가 착공했다. 그런데 2022년 13만9967건으로 줄더니 작년에는 고작 8만8687가구만 착공했다. 보통 아파트 건설에 2~3년 정도 걸리는 걸 감안하면, 내년부터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서 입주 물량 부족이 심각해질 수 있다. 주택 수요자에게 공급된 수도권 아파트 분양 물량도 2020년 12만3206가구에서 2021년 10만6944가구, 2022년 9만694가구에 이어 지난해에는 7만4334가구로 가파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경기 침체 등으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보였었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택 공급 확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특히 주택 수요가 집중되는 수도권 아파트 공급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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