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2024년 대한민국서 소환해 본 2011년 그리스

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2024. 4. 30.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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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2011년 11월 그리스 아테네로 출장을 가게 됐다. 당시 재정위기 상황에 있던 그리스 정부가 KOTRA 아테네무역관과 함께 10여곳의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그리스 공기업 민영화 및 국유자산 투자포럼을 개최했다. 당시 산업은행 해외 M&A팀장이었던 나는 포럼 참가단의 일원으로 그리스를 방문했다.

영국에서 비즈니스 석사과정을 다닌 덕분에 유럽이 낯설지 않았으나 그리스는 처음이었다. 출장준비를 하면서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조각상들이 전시돼 있을 아테네박물관과 포세이돈 신전이 있는 지중해에서 일몰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당시는 서울에서 아테네 직항노선이 없었다. 아테네로 환승하려고 프랑크푸르트공항 대합실에서 기다리다가 우연히 한화그룹 독일 현지법인에서 일하는 대학교 후배를 만났다. 그 후배도 그리스 민영화 및 투자포럼에 참석하고자 나와 같은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후배 덕분에 아테네국제공항에서 숙소인 시내 호텔까지 한화그룹 아테네 현지법인장의 차를 얻어 탈 수 있었다. 처음 가보는 해외출장지에서 바가지요금을 걱정하며 택시 잡는 장면을 상상했는데 이런 행운까지 따라오다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역시 평소에 선후배에게 잘해야 좋은 일이 생긴다. 아울러 전 세계 다양한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해외 주재원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다음날 공식일정이 시작됐다. 그리스 에너지부 장관을 포함한 재무부 인사들, 그리고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그리스 공기업 고위임원들이 참석해 민영화 대상 자산들에 대한 프레젠테이션과 Q&A 세션을 진행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고위직들과의 회의에는 참석해본 적이 없는데 해운강국으로 유명한 그리스까지 와서 장관을 포함한 정부 고위인사들과 투자상담을 한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출세했다. 그리고 역시 국력이다. 1997년 말 한국의 외환위기를 회상했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그리스에서 포세이돈 신전에도 가보고 아테네박물관도 구경했다. 출장은 무사히 잘 다녀왔고 한국 기업들은 그때 그리스 정부가 투자를 유치하고자 한 아테네국제공항, 항만, 카지노 등에 투자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아프리카나 다른 이머징마켓 국가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결국 중국이 그리스 인프라 자산들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

지난 4월10일 국회의원선거가 있었다. 미국은 올해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뒀다. 대부분 나라에서 선거를 치를 때마다 여야를 불문하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국민들은 나라 살림살이에 대해 걱정한다. 국회의원선거 다음날인 4월11일 한국 정부는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서 지난해 국가채무(D1)의 GDP 대비 비율이 50.4%로 관련 통계작성 이래 처음으로 50%를 넘었다고 밝혔다.

그 뉴스를 보면서 2011년 그리스 출장을 회상했다. 한국보다 9년이나 먼저인 2008년 1인당 GDP 3만1000달러를 달성한 그리스가 방만한 재정운용과 공공부채, 만연한 탈세 등으로 2015년 6월30일 국가부도를 선언했다. 그 후 그리스는 부채비율을 낮추고 시장친화적인 경제정책을 도입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한 덕분에 2022년 3월 구제금융을 졸업했으며 2023년 10월에는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도 투자적격등급으로 상향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기준 그리스의 국가 GDP는 한국의 7분의1 수준이고 1인당 GDP는 한국의 3분의2 수준이다.

최근 몇 년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우리는 석유, 식량 등 자급자족이 가능한 국가가 아니다.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으면 독자적으로 살아가기 힘든 나라다. 하지만 높은 교육수준과 공동체의식, 성실함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들을 도와줄 수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살고 싶다.

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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