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도 아빠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갈 길 먼 일·가정 양립

장혜승 2024. 4. 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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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남성 육아휴직 활용률 9%
낮은 급여·승진 불리 조직문화 원인

서울시가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서울형 일·육아 동행 근무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남성 육아휴직 활용률은 10% 미만으로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형어린이집에서 교육받는 아이들. /서울시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서울시가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서울형 일·육아 동행 근무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남성 육아휴직 활용률은 10% 미만으로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왕정순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관악2)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간 서울시 본청 기준 남성 육아휴직 평균 활용률은 9%였다. 같은 기간 여성 공무원의 활용률도 26.3%에 그쳤지만 남성 공무원의 활용률은 여성의 1/3에도 미치지 못했다.

2021년 육아휴직 대상자 1908명 가운데 육아휴직을 신청한 공무원은 318명이었고 이 가운데 남성은 76명으로 7.62%였다. 같은 기간 여성은 242명으로 26.59%였다.

2022년에는 대상자 1875명 가운데 342명이 신청했고 남성은 102명으로 10.18%를 차지했다. 여성은 240명으로 27.49%였다.

2023년에는 대상자 1781명 가운데 293명이 신청했고 남성은 90명으로 9.3%를 기록했다. 여성은 203명으로 24.97%를 나타냈다.

공무원 육아휴직은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자녀 1명당 3년 이내다.

시의 남성 공무원 육아휴직 사용률은 다른 지자체보다 낮은 편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자치구 공무원까지 포함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서울시 남성 공무원 사용률은 14.8%로 16개 시·도 가운데 12번째였다. 같은 기간 경기도는 19.3%, 울산은 18.4%, 세종시는 17.8%였다.

서울시가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서울형 일·육아 동행 근무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남성 육아휴직 활용률은 10% 미만으로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공무원 육아휴직 현황. /왕정순 의원실

낮은 급여와 승진에 걸림돌이 되는 조직 문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규정에 따라 공무원이 30일 이상 육아휴직을 하면 시작일에서 12개월까지 월 봉급액의 80%를 육아휴직 수당으로 지급한다. 하한액 70만원, 상한액 150만원으로 하되 월 봉급액의 80%가 70만원보다 낮은 경우에는 70만원을, 월 봉급액의 80%가 15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150만원만 지급한다. 여기에 유급 기간이 1년, 나머지 2년은 무급인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남성 공무원이 외벌이인 경우에 더더욱 경제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만의 조직 문화도 영향을 끼쳤다. 시 공무원 사이에는 승진을 위해 '자리잡는다'는 표현이 통용된다. 근무평가를 높게 주는 보직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무리 근무평가가 높은 자리라도 육아휴직을 하면 직원을 평가할 방법이 없고 비어있는 자리는 곧바로 다른 사람이 메운다. 육아휴직이 자리잡기에 걸림돌로 작용해 승진이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 남성 공무원 A씨는 "원칙적으로는 육아휴직을 하고 왔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지는 못하게 돼 있지만 복귀자와 입사 연도가 같은 경쟁관계에 있는 직원이나 휴직을 하지 않은 직원이 있는 경우 복귀자에게 더 좋은 대우를 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일단 '자리 잡으면' 승진 시점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결혼이나 임신, 출산을 승진 뒤로 미루는 직원들이 종종 있다"고 부연했다.

남성 공무원 B씨는 "아무래도 휴직 기간이 길면 남들에 비해 승진 시기가 늦춰질 텐데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며 "육아휴직을 고려 중인데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육아 지원 정책인 육아시간도 직렬에 따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육아시간은 만 5세 이하 자녀를 가진 공무원에게 육아를 위해 제공하는 1일 2시간의 휴가다.

서공노 관계자는 "일반직과 달리 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직 같은 일부 직렬은 육아시간을 쓸 수가 없다"며 "교대근무를 하는 사람이 빠지면 일을 대신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서울형 일·육아 동행 근무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남성 육아휴직 활용률은 10% 미만으로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엄마아빠VIP존 '행복 정원' 모습. /서울시

이에 별도정원제와 육아 재택근무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별도정원제는 예측할 수 있는 육아휴직 결원 비율을 별도정원으로 확보해 결원 발생 시 투입하는 제도다. 국가직에서는 법무부훈령으로 2012년부터 시행 중이며 서울시도 도입한 상태다.

시는 휴직자 업무를 대신하는 사람에게 수당을 주는 등 대체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육아시간과 유연근무 사용을 독려하고 남녀 육아모두 눈치보지 않고 주 1회 이상 특별휴가 또는 유연근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간부 인식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방공무원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6개월 이상 육아휴직 때 결원 보충이 가능하고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을 연속해 사용하는 경우에는 출산휴가일부터 후임자를 보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따라 휴직자 업무를 대행하기 위해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과 한시임기제 공무원을 임용할 수 있다"며 "육아휴직자 업무를 대행하는 공무원에게는 예산 범위에서 월 20만원의 업무대행수당을 지급한다"고 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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