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별을 선사해준 사람

곽아람 기자 2024. 4. 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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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모예스 소설 '별을 선사해준 사람'. /살림

영국 소설가 조조 모예스의 ‘별을 선사해준 사람’(살림)은

미국 공공사업국(Works Progress Administration)이 1935년부터 1943년까지 운영한

이동 도서관 프로그램(Pack Horse Library Project)을 소재로 합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영부인 엘리노어 루즈벨트가 주도해 이루어진 이 사업은 산간벽지에 책을 보급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책 여인(book women)’이라 불리는 여성들이 말이며 노새를 타고 각 가정을 방문해 책을 빌려줬는데,

정부가 월급 28달러 정도에 이들을 고용함으로써 실업률 해소에도 도움이 되었답니다.

미국의 이동도서관 사업. 여인들이 말을 타고 산간벽지에 책을 나르며 대여해 줬다. 사진은 책 배달을 하기 위해 말을 타고 출발하려는 켄터키주 여인들. /위키피디아

소설의 주인공 앨리스는 영국 여인.

보수적인 집안에서 탈출하려 미국 켄터키주 탄광 사업가의 아들과 결혼합니다.

대서양을 건너 낯선 타국으로 왔지만 남편은 무심하고, 시아버지는 아들 부부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죠.

외로움에 시달리던 앨리스는 이동 도서관 사서 자리에 지원,

말을 타고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나들며

‘작은 아씨들’, ‘블랙 뷰티’ 등 당시 유행하던 소설과 잡지를 배달합니다.

앨리스와 남편의 갈등, 마을의 살인사건, 새로운 사랑 등 여러 이야기가 ‘책’을 매개로 펼쳐지지요.

전세계 140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소설 ‘미 비포 유(Me Before You)’의 저자이기도 한 모예스는

이 책에서도 이야기꾼으로서의 솜씨를 여과 없이 발휘합니다.

소설의 제목 ‘별을 선사해준 사람(The Giver of Stars)’는

미국 시인 에이미 로웰의 동명의 시에서 따왔습니다.

내가 환영하니 그대의 영혼을 열어두세요.
그대 영혼의 고요가 그 맑고 잔잔한 청량함으로
나를 씻기게 하세요.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지친 내가 그대의 평화 위에
상아 침대처럼 드러누워 휴식을 찾을 수 있도록.
-에이미 로웰, ‘별을 선사해준 사람’ 중에서-

소설이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던 시절,

책이 발휘하는 힘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이동도서관 사업. 여인들이 말을 타고 산간벽지에 책을 나르며 대여해 줬다. 사진은 학교에 책을 배달하는 이동도서관 사서. /위키피디아

앨리스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책 배달을 멈추지 않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책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아이들과 노인들은 침대에서 기침을 하고 다 죽어가는 난롯가에 모여 있으면서도 좋은 이야기가 가져다주는 재미와 희망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이야기’의 힘이란 소설의 배경인 1930년대와 마찬가지로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할진대,

최근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 한 권을 읽지 않는답니다.

지난 23일은 ‘세계 책의 날’. 잠시라도 시간을 내 넷플릭스 대신 책 속 좋은 이야기에 빠져 보세요.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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