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29] 오색찬란한 스핑크스
근대적 미술사와 고고학의 아버지라고 하는 18세기 독일 학자 요한 요아힘 빙켈만은 그리스 고전 조각의 미학을 ‘고귀한 단순함과 고요한 장엄함’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백색 대리석 조각의 엄정한 분위기에 감탄하며, 조각이 하야면 하얄수록 아름다움이 배가된다고 주장했다. 빙켈만이 만약 이처럼 오색찬란한 스핑크스상을 본다면 눈살을 찌푸리며 천박하고 야만스럽다고 할 게 틀림없다.
고대 미술을 찬미하기 시작한 르네상스 시대 이래로 서양 문화에서 흰 대리석은 고상한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사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조상(彫像)의 표면을 화려하고 현란한 안료로 채색하고 금은보화로 장식했다. 트로이의 헬레나가 자신의 미모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자, ‘마치 조각에서 색을 지워내듯, 나에게서 아름다움을 지울 수만 있다면 좋겠노라’고 탄식했다지 않은가. 그런 고대 총천연색 조각들이 천 년 이상 땅속에 묻혀 있다가 후세인들 눈앞에 나타났을 때는 색과 장식이 모두 날아간 다음이었고, 유물 보존에 대한 인식이 없었으니 그나마 희미하게 남았던 안료마저 세척한답시고 박박 닦아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수세기 동안 고전미의 핵심이 바로 무미건조한 백색이라고 오해한 것.
2022년 독일의 고고학자 부부인 빈첸츠 브링크만(Vinzenz Brinkmann·1958~)과 울리케 코흐-브링크만(Ulrike Koch-Brinkmann·1964~)이 3D 프린팅으로 원작 형태를 복제한 뒤, 적외선 및 자외선 촬영, 안료의 화학적 분석 등 다양한 과학적 방법과 사료 분석을 동원해 고대 조각의 색을 복원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고귀하고 단순한 것보다는 오히려 활기차고 발랄하며 현란한 것을 좋아했음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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