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54] 천국에선 뭘 할까?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주고 코딩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멀지 않은 미래에 생성형 AI가 탑재된 로봇들이 호텔, 식당, 공장에서까지 일하기 시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육체적 노동과 지적 노동, 그리고 예술과 창작까지 모두 기계가 하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초거대 실업률, 사회적 갈등 그리고 폭동과 혁명. 대부분 SF 영화나 소설들은 인공지능 시대를 ‘디스토피아’로 표현한다. 디스토피아적인 상상이 나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분명히 우리가 상상하고 준비해야 할 시나리오들 중 하나다. 하지만 다른 미래도 가능하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1931년 “우리 손자 손녀들이 누릴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에세이에서 기계가 대부분 노동을 해줄 2030년에 인간은 주 15시간만 일하면 될 거라고 예측한 바 있다. 여전히 OECD 평균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지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분명히 가능한 미래다.
기계가 우리가 해야 할 대부분 일을 해주는 미래를 상상해 보자. 일주일에 15시간이 아닌 5시간, 아니 단 한 시간도 일할 필요 없는 그런 세상 말이다. 아침마다 시계 알람 소리에 놀라 일어날 필요도 없고, 지겨운 상관의 얼굴을 볼 필요도 없다. 기계가 내는 세금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그런 천국 같은 유토피아 말이다. 하지만 인간이 더 이상 일을 하지 않는 세상은 천국일까? 일을 통해 얻는 성취감도, 일을 더 잘 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새로운 걸 배워야 할 이유도 없는 세상은 진정한 유토피아일까?
대부분 종교들이 상상하는 ‘천국’에서 인간은 더 이상 고통도 없지만, 해야 할 일도 없다. 덕분에 신과 영원히 합창을 하거나 신이 만든 아름다운 우주를 감탄하며 살게 된다. 인공지능 덕분에 인간이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는 유토피아가 더 이상 막연한 꿈이 아닌 시대에 살게 될 우리는 이제 질문해야 한다. 인간이 일에서 해방된 세상은 정말 천국일까? 천국은 과연 유토피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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