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인문학으로 세상 읽기]편 가르고 차별하는 행동… ‘혐오’는 사라질 수 있을까
유명인 비난하는 유튜버도 나와… 대중의 심리 이용해 수익 창출
‘혐오하는 감정’ 없앨 수 없지만, 악용 여부 판별할 줄 알아야
● 혐오는 어떤 뜻일까
사전에선 혐오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진화심리학과 사회학에선 혐오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릅니다.
진화심리학에선 혐오를 ‘감염병이나 바이러스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생존하기 위해 생겨난 본능’으로 봅니다. 사회학적 관점에서의 정의는 다양한데 대체로 유엔이 정의한 ‘다른 정체성을 지닌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경멸이나 차별’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화심리학은 혐오가 인간의 본능이란 점을 강조합니다. 반면 사회학에선 혐오가 학습된 것이란 관점이 더 강합니다.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중에서 다른 두 나라를 혐오하는 사람이 있다면 후천적으로 배워서 생긴 것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두 견해를 모두 받아들여 혐오를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혐오할 줄 아는 능력이 있고 다만 혐오의 대상은 배워서 알게 되는 거라고 말입니다. 인기 연예인 등 유명인과 관련된 사건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비하·비난하는 유튜버를 ‘사이버 레커’라고 합니다. 이들은 유튜브 시청자들의 혐오할 줄 아는 능력을 자극해 혐오 반응을 강화하고 여기서 수익을 올립니다.
● 혐오의 작동 원리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혐오할 줄 아는 능력을 악용하는 사례는 많습니다. 사이버 레커 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는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혐오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중국과 일본 일각의 ‘혐한(嫌韓)’ 정서도 그런 사례 중 하나입니다.
혐오를 이용하는 역사의 뿌리는 매우 깊습니다. 서양에선 나치의 유대인 학살, 중세의 마녀사냥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동양의 경우 중국의 중화주의는 ‘한족이 문명의 중심이고, 주변 민족은 오랑캐’라는 혐오 논리가 숨어 있습니다. 조선 시대 당쟁의 역사도 혐오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혐오를 이용하는 사례를 보면 혐오가 작동하는 원리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주로 ‘우리’와 ‘남들’을 가르고 비정상적인 ‘남들’이 정상적인 ‘우리’를 위협하므로 그들을 혐오해도 된다는 논리가 많습니다. ‘남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우리’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것이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경제가 힘들어지자 나치는 유대인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진 것이란 논리를 폈습니다. 그러면서 유대인을 희생양 삼아 독일인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 혐오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 고민해야
혐오 자체가 문제인지, 아니면 혐오를 이용하는 것이 문제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혐오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혐오를 없애자’는 주장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혐오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혐오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도 혐오는 늘 인간과 함께해 왔습니다. 혐오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보다 누가, 왜 혐오를 이용하는지 살피는 게 더 유용하다는 뜻입니다.
나치가 혐오를 이용한 까닭은 권력을 쥐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이버 레커는 가짜 뉴스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혐오를 이용합니다. 중세 마녀사냥은 교회의 부패를 숨기기 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혐오를 없애자는 말은 윤리적으로 옳습니다. 그러나 인간에게 혐오하는 마음이 본래 있고, 혐오를 이용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 한 현실적으로 혐오를 완전히 없앨 순 없습니다. 혐오를 없애자는 주장보다 ‘혐오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휘둘리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사회적으로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는 건 우리의 과제일 겁니다.
박권주 진주 대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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