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법관후보 추천위 법관위원 선거, 결선투표행 논란

허욱 기자 2024. 4. 29. 22: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에 일선 판사 몫으로 참석하는 법관위원을 뽑기 위해 재투표를 공지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후보자 2명에 대해 각각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표 숫자가 똑같이 나오자 후보자 1명에게만 다시 투표하는 방식의 결선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법원 내부에선 “애초부터 투표 방식이 잘못됐다”는 등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 /뉴스1

법관대표회의를 구성하는 각 법원 대표는 모두 124명이다. 그간 후보가 한 명일 때는 이들 판사 124명의 찬반투표를 거쳐 후보자가 재적 과반수 투표에 투표자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법관위원으로 선출해왔다. 이번에는 후보자가 2명이어서 재적 과반수 투표에 투표자 과반의 찬성표를 얻은 후보 중 더 많은 찬성표를 받은 후보가 선출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법관대표회의는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대법관후보 추천위 법관위원 후보로 나선 유현영(사법연수원 34기) 수원지법·수원가정법원 여주지원 부장판사와 권창환(36기) 부산회생법원 부장판사에 대해 각각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두 후보자에 대한 찬성표가 68표로 같았고, 반대표는 유 부장판사가 더 많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표 득표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고 한다. 투표는 온라인상으로 판사들이 각 후보자별로 찬성과 반대를 찍도록 했다.

법관대표회의는 두 후보자의 찬성표 득표 수가 똑같이 나오자 내부 논의를 거쳐 5월 1일까지 다시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법관대표회의 활동을 했던 한 판사는 “여태까지 대부분 후보자가 한 명이어서 해당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로만 법관위원을 선출했었다”며 “이번처럼 복수(複數)후보가 출마해 심지어 재투표까지 가는 일은 전례가 없었다”고 했다. 결선투표에선 두 후보 중 한 명만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그런데 법원 내에서 법관대표회의의 결선투표 결정을 두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지역 한 부장판사는 “찬반투표는 반대표에도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라며 “찬성표가 동수(同數)라는 이유로 결선투표를 하는 것은 법관위원 선출에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찬성표가 똑같다면 반대표가 적은 후보자가 선출되는 것이 애초 찬반투표 취지에 맞다는 것이다.

투표는 2명의 후보자 각각에 대한 찬반투표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투표에 참여한 판사들 상당 수는 두 후보자 모두에게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권이 있는 사람이 124명인데 후보자 2명에 대한 각각의 찬성표 68표를 더하면 136표가 나오는 특이한 선거가 된 것이다. 한 판사는 “애초부터 후보자 1명만 고르는 방식으로 정했어야 뒷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후보자 1명에 대한 찬반투표에만 익숙해져 후보자 2명 중 1명을 선출하는 투표 방식을 심사숙고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에는 대법관이 아닌 법관위원 1명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한다. 법관위원은 대법관후보 추천위에 참석해 일선 법관의 의견을 전달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관위원은 대법관후보 추천위 참석에 앞서 차기 대법관 후보로 천거된 인물들에 대한 검증 등 역할을 맡는다. 법원도 법관위원의 업무 지원을 위해 일선 판사들로 지원단을 꾸린다.

이번에 후보로 나선 유 부장판사와 권 부장판사는 진보 성향 판사들 모임으로 알려진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라고 한다. 유 부장판사는 인권법과 젠더법연구회 소속 판사이며, 젠더법 내 소모임인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 멤버로 전해졌다. 권 부장판사는 뚜렷한 정치 성향은 없다고 한다.

법원 일각에선 “대법관후보 추천위에 참석했던 법관위원들이 주로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판사 아니었느냐”며 우려하고 있다. 이번에 법관위원 선출 절차가 종료되면 또다시 인권법 출신 판사가 대법관후보 추천위 활동을 하게 된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재임 이후 대법관 후보추천위 법관위원 10명 중 7명은 인권법, 1명은 우리법연구회, 1명은 젠더법 소속 판사가 차기 대법관 후보자 추천에 관여해왔다. 특정 정치 성향 모임 소속이 아닌 법관위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선출된 1명에 불과했다. 한 부장판사는 “법관위원은 단순히 후보추천위에 참석하는 위원 1명 몫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며 “선출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