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부추겨” vs “차별받지 않을 권리”… 학생인권조례 폐지 갈등의 이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경준 2024. 4. 29. 22:06
학생인권조례 폐지 이면에
‘차별받지 않을 권리’ 논란
2019년 헌재는 ‘합헌’ 판결
‘차별받지 않을 권리’ 논란
2019년 헌재는 ‘합헌’ 판결
서울시의회가 지난 26일 인권·권익향상 특별위원회(특위)와 본회의에서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한 것에 대해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민의힘을 향해 “인권에 대못을 박는 정치적 퇴행” 비판하며 조례 폐지 여부에 대한 갈등이 정치권까지 퍼지는 모양새다.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조례 폐지의 배경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제외하기 위함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학생의 인권과 자유, 권리 보장을 목적으로 경기도 교육청에서 처음 도입됐다. 조례에는 학생이 성별, 종교, 나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두고 일부 종교단체와 보수 시민단체는 학생들의 성 정체성 혼란을 가져온다며 반대를 해왔다.
국민의힘 김혜영 서울시의원 등이 서울 학생인권조례의 대안으로 발의한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에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이 제외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에 대해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는 학내 갈등의 조정과 민원 절차 등의 한정된 내용만 담고 있어 학생인권조례의 대체 입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수단체 “학생인권조례, 비윤리적 성행위 정당화”
학생인권조례가 성 정체성 혼란을 가져온다는 주장은 조례가 시행될 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2년 조례가 서울에서 시행될 당시 참교육어머니전국모임, 전국바른교육교사연대, 나라사랑학부모회 등 보수시민단체는 “인권조례가 제정돼 동성애가 허용되면 동성애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서울시의회에 폐지 조례안이 발의된 것도 ‘학생의 성적 지향을 존중한다’는 점에 반대한 한 시민 단체의 청구로 시작됐다. 종교단체와 학부모단체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범시민연대’는 2022년 8월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 성전환, 조기 성행위, 낙태 등 비윤리적 성행위들과 생명 침해행위를 정당화한다”며 조례 폐지 청구인 명부를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이후 2023년 3월 의회에서 청구를 받아들여 김현기 시의회 의장 명의로 폐지 조례안이 발의됐다.
학생인권조례를 처음으로 폐지한 충남에서도 유사한 주장이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충남도의원은 폐지안을 발의할 당시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성소수자 ·학생 임신·출산 등 왜곡되고 잘못된, 차별받지 않는 권리와 소수자 학생 권리 등이 포함돼 있다”며 “학교 교육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중요한 시기에 학생에게 잘못된 인권 개념을 추종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 “성차별 표현 제한, 달성되는 공익 매우 중대”
학생인권조례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은 2019년 헌법재판소의 심리까지 받았다. 당시 헌재는 초등학교·중학교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이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5조3항 등에 관해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교사나 학생들이 성별·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적 언행이나 혐오 표현 등을 통해 다른 이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 (해당 조항은) 표현의 대상이 되는 학교 구성원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학생이 민주시민으로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하며 인권의식을 함양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그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며, “이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이 매우 중대한 반면 제한되는 표현은 타인의 인권 침해 정도에 이르는 표현으로 보호가치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이어 “육체·정신적으로 성장기에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차별·혐오 표현은 교육의 기회를 통해 신장시킬 수 있는 학생의 정신·신체적 능력을 훼손하거나 파괴할 수 있다”며 “판단능력이 미성숙한 학생들의 인격이나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학내에서 이런 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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