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배관 타고 빌라 2층 침입한 20대…들키자 "죄송해요, 돈 없어서"

남의 집에 침입했다가 발각되자 곧바로 사과하고 달아난 20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항소2-2부(부장판사 오현석)는 29일 야간주거침입절도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27)에 대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2021년 11월5일 밤 11시37분 대전 동구에 있는 빌라의 외벽 가스배관을 밟고 2층까지 올라가 잠기지 않은 창을 열고 타인의 집에 침입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잠에서 깬 피해자 B씨와 마주치자 "죄송합니다. 돈이 없어서 그랬어요"라며 들어온 창문을 통해 곧바로 도망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씨가 야간에 주거침입 후 피해자의 재물을 절취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합의했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2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와 검찰은 각각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절도의 범의가 없었다고 일관하며 부인하고 있다"라며 "피해자에게 발각된 후 사과한 사실은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피고인이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증명하기엔 부족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절도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주거침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야간주거침입 절도미수의 공소사실보다 당심이 유죄로 보는 야간 단순 주거침입죄가 마냥 죄책이 가볍다고 보이지 않아 1심에서 선고된 형량은 불합리하다"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