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발언은 李 주도 … 尹, 비공개 전환후 조목조목 '역공'

박윤균 기자(gyun@mk.co.kr)위지혜(wee.jihae@mk.co.kr), 우제윤 기자(jywoo@mk.co.kr) 2024. 4. 2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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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온탕 오간 尹·李 회담
李, 나가려는 취재진 붙잡고
메모 꺼내 읽자 분위기 급변
野 "尹 비공개대화 85% 차지
李, 답답하고 아쉬워했다"
尹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예정

◆ 영수회담 ◆

미소…긴장…정색…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영수회담을 했다. 회담 초기 덕담을 나누며 미소를 지었던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정장 안쪽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15분간 정부에 대한 요구사항을 읽어 내려가자 점차 표정이 굳어졌다. 이승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720일 만에 처음 열린 영수회담은 일단 화기애애하게 시작했다. 회담이 예정된 29일 오후 2시를 4분 넘겨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일행이 걸어 들어오자 윤 대통령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손을 맞잡았다.

이 대표가 "아이고 대통령님"이라고 인사하자 윤 대통령은 "오랜만입니다"라고 답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운동하느라 아주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다들 건강 회복하셨나"라고 안부를 물었고, 이 대표는 "아직 많이 피로하다. 고맙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천준호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과 차례로 인사를 나눈 뒤 원형 테이블로 이 대표 일행을 안내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착석하자 회담에 배석한 양측 참모진도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자주색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을 비롯해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붉은색 계열 넥타이를 착용했고, 민주당 참석자들은 푸른 계열 넥타이를 착용해 대조를 이뤘다. 다만 이 홍보수석은 빨간색과 파란색을 섞은 색깔인 보라색 넥타이를 맸다. 차담회에는 우엉차와 한과, 과일 등이 준비됐다. 대통령실에서 우엉차를 좋아하는 이 대표의 취향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하고,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게 돼서 반갑고 기쁘다"며 "편하게 좀 여러 가지 하시고 싶은 말씀하시라"고 했다. 이 대표가 "오늘은 비가 온다고 했던 거 같은데 날씨가 아주 좋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님하고 만나는 걸 우리 국민들이 다 고대하셨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하지만 회담 분위기는 퇴장하려는 취재진을 이 대표가 잡아 세우면서 급변했다. 그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께 드릴 말씀을 써 가지고 왔다"고 말한 뒤 준비한 자료를 읽어나갔다. 윤 대통령은 발언을 경청하며 고개를 간혹 끄덕이기도 했으나 표정은 시종 굳어 있었다. 이 대표가 모두발언을 마치자 윤 대통령은 "평소에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오던 얘기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자세한 말씀 감사하게 생각하고, 또 저희들끼리 얘기를 진행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회담 종료 후 첫 영수회담에 대해 혹평 세례를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표가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두겠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회담 시간이 2시간 이상으로 길어진 데 대해 윤 대통령 발언이 길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15분간 모두발언을 하고 이후엔 이 대표가 화두를 꺼내면 윤 대통령이 답변을 했는데, 답변이 상당히 길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산해보니 (발언 비율이) 85대15 정도인 것 같다. 모두발언 이후 윤 대통령이 상당히 많은 말씀을 하셨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안건별로 충분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은 사전에 의제를 조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향후 만남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정희용 수석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오늘 첫 회담은 소통과 협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만남의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양측이 소통을 이어가자고 입을 모았으나 정례화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협치'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번의 만남으로 신뢰를 쌓기 어려운 데다 현안마다 양측이 충돌하는 것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대립은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대통령이 2021년 11월 국민의힘 후보로 혜성처럼 등장하면서부터 두 인물 간 라이벌 관계는 시작됐다. 대선 득표 차가 0.73%포인트(24만7077표)에 불과했다. 대선 후 석 달 만에 이 대표가 보궐선거로 정치권에 복귀하고 같은 해 8월에 당대표에 취임하면서 정치적 대립은 계속됐다.

이 대표는 2022년 8월 전당대회 당선 수락 연설 때부터 영수회담을 요구해왔지만 윤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4·10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자 기류가 달라졌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번 영수회담 이후에도 지속적인 소통 행보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홍보수석은 이날 채널A 방송에서 윤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여부에 대한 질문에 "(윤 대통령의) 소통은 이미 많이 달라졌다. 기자회견은 뉴스가 안될 정도로 소통을 하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한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윤균 기자 / 위지혜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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