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지성의 발달과 인류의 행복지수

기자 2024. 4. 2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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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젊은 과학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내용 대부분은 자신의 최근 몇 년간 연구 경험과 연구 철학 등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중 나를 깊은 상념에 빠지게 하는 대목이 몇 개 있었다. 그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저는 지능이 너무 높아진 게 인간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보통 지적 능력이 그렇게 발달하지 않은 동물들은 정신적인 고통에 그렇게 시달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우리는 정신이 발달하고 비대해지니까 육체적인 고통보다 정신적인 고통에 더 시달리잖아요.” 그는 이에 덧붙여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간처럼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이룩한 종이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없었던 이유는 그것이 생존에 썩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국이 산업화되고 발달되었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 행복해졌나요? 오히려 출생률은 더 떨어졌잖아요. 생물로 봤을 때 출생률 저하는 도태거든요.”

이것은 물론 그분의 개인적 견해일 뿐이다. 하지만 그 인터뷰 기사를 읽고 나서 여러 날이 지나도 마음은 계속 무거웠다. 일단, 그분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광야에서 사는 동물들이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얼마나 고생을 하며 사는데 어떻게 그들보다 인간들이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다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는 가축들은 가엽기 짝이 없다. 인간들에 국한해 살펴보더라도 예전엔 배고픔, 질병, 죽음, 전쟁,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하루하루 살아 나가기가 힘들었지만 점차 과학과 지성이 발전함에 따라 현대인들의 삶의 질이 옛날보다 (평균적으로) 더 좋아졌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 아닌가. 실은 이 대목 외에도 그분이 피력한 선진국과 비교한 우리나라의 사회와 경제 발전 상황에 대한 견해도 마치 설익은 사과 같았다.

거대 담론보다 쉬운 소통 어떨까

촉망받는 젊은 교수들이 인류와 사회에 관한 거대담론에 대해 대중에게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요즘에는 여러 젊은 과학자들이 저술 활동, 팟캐스트, 인터뷰, 강연 등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젊은 과학자들은 인류와 사회에 대한 거시적인 견해보다는 자신이 알고 있는 구체적인 과학적 지식과 그것들의 의미와 활용 위주로 대중과 소통하는 편이 어떨까 싶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의 젊은 수학교수 포션 로(Po-Shen Loh)는 늘 지성과 에너지가 넘친다. 그는 미국 전역을 다니며 매년 100회 이상 강연을 하고 있고 그의 강연은 매우 인기가 높다. 그는 주로 ‘AI의 침공에서 살아남기’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는데 그 강연을 들어보면 그는 주로 수학 문제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예들과 AI에 질문하는 법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AI와 인류의 미래와 같은 거창한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인간의 지성을 과학이 대변하는 시대가 되었다. 인류의 삶의 방식은 지난 200년간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빠르게 변화해 왔다. 새로운 문물에 지배받는 삶보다는 자연적인 삶이 더 좋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과학과 기술에 의존하며 살고 있다. 유럽인들을 기준으로, 사람들의 관심사는 지난 300년간 어떻게 변했을까? ‘가족’은 인간의 본능적이고 기본적인 관심사니까 제외하기로 하고, 옛사람들과 현대인들의 주요 관심사 3가지씩을 골라 비교해 보자. 옛사람들의 3대 관심사로는 죽음, 종교, 전쟁을 꼽을 수 있겠다. 예전에는 주변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살았다. 가족들이 죽어가고 이웃, 친지들이 죽어갔다. 또한 예전에는 전쟁이 잦았고 전쟁이 일어나면 국민 모두가 승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다. 요즘은 어떠한가? 삶의 형태와 철학이 다양해지다 보니 3대 관심사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성인들의 경우 대체로 일, 건강, 돈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인류 지성, 지구환경 개선할 것

과학은 사람들을 기아와 질병으로부터 구제해주었다. 나는 과학이 앞으로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편이다. 지구온난화, 핵전쟁의 위험, AI의 침범 등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인류의 지성을 믿는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과학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 그러한 발전을 통해 인류는 점점 더 현명해지고 착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인류가 머지않아 멸망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상상은 믿지 않는다. 인류의 지성은 지금까지 나빠지기만 하던 지구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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